한국전력은 최근 올상반기중 4억달러규모의 양키본드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하반기이후로 순연했다. 포항제철은 미국에서 양키본드를 발행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지난14일 동경금융시장에서 사무라이본드 2백75억엔(2억6천만
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산업은행도 해외자금조달국을 미국에서 유럽으로
변경, 오는30일 2억달러규모의 변동금리부채권(FRN)을 발행할 계획이다.

한국기업들의 자금조달국가가 미국에서 일본이나 유럽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미국시장의 자금조달금리가 올들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 한국기업
이 양키본드를 발행할때 작년말까지만해도 미국재정증권금리에 0.98%포인트
의 스프레드(가산금리)를 얹어줬으나 올해는 1.2%포인트이상을 가산해야
한다. 경제발전단계로 볼때 한참 아래인 중국도 가산금리가 1.2%수준이다.
여타국가들의 가산금리가 0.5-0.6%인 것을 감안할때 한국의 스프레드가 꽤
높음을 알수 있다.

한국의 스프레드가 올라간 것은 북한핵문제로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여기엔 미국의
무기상들과 CNN방송등이 "한반도전쟁가능성"을 유포시키는등 북한핵문제를
과장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은 북한핵문제로 인한
한반도긴장을 그다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기회복등으로 미국금리 자체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한요인이다.
양키본드를 발행할때 기준이 되는 금리인 10년짜리 미재정증권금리는 지난
2월말현재 6.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말보다 0.4%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지난92년말(6.69%)이후 최고수준이다. 한국기업의 양키본드발행금리가
지난해말 6.6%수준에서 7.4%선으로 0.8%포인트나 올랐다는 얘기다. 1억달러
를 발행했을 경우 연간이자가 6백60만달러에서 7백40만달러로 80만달러
(약6억4천만원)나 많아져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대한 탈출구로 나타난 것이 일본과 유럽및 홍콩등으로 조달지역을
변경하는 것. 포철이 발행한 사무라이채권 발행금리는 연4.05%, 산업은행
이 발행할 FRN금리는 리보금리(런던은행간금리)에 0.3%를 가산한 4.2%수준
이다. 새한종금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변동금리부외화예금증서(FRCD)금리는
리보에 0.4%를 더한 수준이다. 어느것이든 미국에서 발행하는 양키본드금리
보다 최고3%포인트이상이나 낮다. 한국기업들이 엔화강세등에 따른 환차손
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금조달시장을 일본등으로 바꾸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환사채(CB) 주식예탁증서(DR) 신주인수권부사채(BW)등 주식연계증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주식시장이 올들어 회복세
를 보임에 따라 주식연계증권의 발행조건이 크게 개선된 것도 한요인이긴
하나 미국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것에 기인한 측면도 무시할수
없다는게 금융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무부는 오는2.4분기중 주식연계해외증권발행한도를 당초예상보다 2억
달러이상 많은 6억2천7백만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1.4분기중 발행승인
된 2억7천3백만달러보다 2배이상 많으며 올해 전체발행계획물량 12억5천만
달러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기업들이
2.4분기중에 발행하겠다고 신청한 12억달러에는 턱없이 모자라 "물량조정
(Traffic Control)"에 애를 먹었다. 양키본드등 스트레이트본드발행은 순연
되고 있는데 주식연계증권의 발행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외화대출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1-2월중 실행된 외화대출
규모는 6억5천만달러로 전년동기(2억9천만달러)보다 2.2배 늘어났다. 대출
승인도 13억9천만달러에 달해 같은기간 3.1배나 증가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올상반기중 외화대출을 위해 30억달러의 보유외환을 공급키로 했다.

북한핵문제의 장기화와 미국금리상승등으로 국내기업들의 자금조달수단이
스트레이트본드에서 주식연계증권이나 외화대출등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