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해조직위원회가 삐거덕거리고 있다.

국악의해 12달 중 한달이 끝나가고 공식적인 선포식이 있은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국악의해조직위는 아직 "국악의해 사업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부의 뒤늦은 지정으로 다른 해에 비해 준비기간이 짧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벌써부터 내분과 갈등의 조짐까지 보여 국악의해에 기대를 거는
많은 국악인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조직위(위원장 황병기) 산하에 집행위(위원장 이성림)와 기획위(위원장
허규)를 두고 집행위산하에 사무국과 6개 분과위를 두고 있지만, 1월 한달
동안 기획위원회만 서너차례 열리고 6명의 사무국원들만 분주했을 뿐 실제
의견을 수렴해야할 분과위원회는 제대로 열리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둘러 진행된 지난 20일의 "국악의해 선포식"은 조직위의 능력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행사였다.

사업계획발표도 없이 요식절차만 갖춘 선포식이 치러졌고 경축공연은
국립국악원의 기계획행사인 "94국악의해 기념공연"에 슬쩍 편승한 모양이
됐다.

행사 후 열린 리셉션도 문제가 있었다.

초청장 발송이 부실해 "모셔야할 국악인"들이 상당수 빠져, 조직위측에
불쾌한 감정을 갖게 된 원로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국악인
들은 국악의해조직위가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협화음을 여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계획을 짜고 행사를 진행할 집행위는
민속악 계열의 국악협회가 중심이 돼있고, 집행위의 계획안을 승인해주고
큰 줄기를 이끌 조직위,기획위에는 대부분 정악측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갈등은 출범초기부터 예상됐었다.

기획위의 한 인사는 "집행위가 너무 민속악 중심으로 일을 꾸며가고 있고
그나마 행정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집행위에 속한 모씨는 이에 대해 "계획단계에서는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가 계획안을 완성시켜 보여주면 이것 고치라,저것 부족하다며 트집을
잡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난 1월초 동숭동 문예진흥원 식당건물 2층에 10평 남짓한 공간을 마련한
국악의해조직위사무실에는 집행위원장의 책상만 있을 뿐 조직위원장의
집무공간이 전혀 마련돼있지 않다.

열악한 국악계의 현실탓이기도 하지만 국악의해가 출발부터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하다.

문화체육부 정문교예술진흥국장은 선포식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중계획이니만큼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각
행사마다 기업들의 후원을 붙이는 등 세부절차가 남아 사업계획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후원기업물색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충분히 동시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악의해를
기다렸다는 듯 국립국악원과 국립극단은 일찌감치 "국악의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정작 국악의해조직위만 소모적인 자존심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권녕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