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서 신예에 이르는 유명작가 8명의 신구작을 함께 보여주는
이색전시회가 기획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여숙화랑이 개관10주년기념전으로 마련한 "10년의 발자취전"이 바로
그것.

11~20일 서울강남구청담동 박여숙화랑(544-7393)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초대작가는 김상유 김원숙 김웅 김종학 이강소씨등 5명의 화가와
이영학 오광섭 이종빈씨등 3명의 조각가.

박여숙화랑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무명에서 유명,신진에서 중견으로
발돋움한 작가들이다. 개인적인 성장및 발전을 화랑과 함께 해온 작가들인
셈.

이번 전시회에는 이들 작가가 10년전 혹은 7~8년전 신진이거나 무명에
가깝던 시절의 작품,즉 데뷔작과 최근작을 나란히 내놓음으로써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작품세계의 변화과정및 신구작품 사이의 차이를 살필수
있게끔 한다.

한명도 아닌 여러명의 작가가 무명시절 작품과 신작을 한곳에서
비교전시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여숙화랑은 국내에선 드물게 상업화랑으로서 신진 내지 무명작가 발굴에
힘써온 곳.

그 결과 10년동안 화랑의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을 열면 인기작가가 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가 됐다.

"화랑을 시작하면서부터 유명작가에게 매달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상업화랑인 만큼 수지계산을 하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적거나 없어도 작가나 작품이 좋다고 생각되면
계산하지 않고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김상유 김종학씨등은 지금은 인기작가 그룹중에서도 맨앞줄에 서있지만
10년전만 해도 선뜻 나서서 초대전을 열려는 화랑이 없는 상태였다.

"두분 모두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분명 좋은 작가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전시회를 열고 보니 판매는 엉망이었습니다.
할수없이 갖고있던 작품들이 나중에는 화랑운영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명작가의 전시회를 연 뒤 판매실적여부에 관계없이 꾸준히 지원하고
홍보한결과 작가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작품값도 상승,작가와 화랑 양쪽이
모두 성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박여숙화랑은 국내미술계 전체가 불황으로 허덕인 92~93년에도
꾸준히 전시회를 개최해왔을 뿐만아니라 지난 봄부터 삼풍갤러리의
운영까지 맡는등 착실한 성장을 거듭하고있다.

"국내 어느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도 관심을 갖습니다. 정보수집을 위해
가능한한 여러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발굴작가 대부분이 인기작가 대열에 들어서는데 대한 변이다.

박씨는 홍익대공예과를 졸업한 뒤 "공간"기자 덕성여대박물관연구원을
지냈고 극단가교의 무대미술을 맡기도 했다.

83년 서울압구정동 미성아파트단지내에서 박여숙화랑의 문을 연뒤 87년
청담동으로 이전,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