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 이광택 한국노사발전연구원 연구위원.노동법>

이른바 "근로자파견제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효율성제고의 측면에서
수년전부터 거론되어 왔다. 남성일 서강대교수의 오피니언(한국경제신문
8월24일자)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일부 외국에서의 경험을 볼때 이와같은 파견제도는
노동력수급 메커니즘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이 제도는 사용자의 편의에 의해 운용됨으로써 근로자를 쓰고
버리는(hire and fire)폐습을 보다 용이하게 하여 고용불안을 조장한다.
또한 근로자를 핵심그룹과 주변그룹으로 양분하여 근로자 내부의 계급화를
조성하는 부정적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일부 외국의 경험을 깊이 성찰하지않고 문제가 많은 제도, 특히
일본의 제도를 무비판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노동부가 이 법안과 함께 입법예고한 고용정책기본법등 3개 고용관련
법안이 고용증진과 직업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반해
파견법안은 이들 3개법의 목표와는 방향을 거꾸로 하고 있다.

남교수는 "노사관계가 원만한 기업의 노조일수록 파견근로를 더
긍정적으로 본다"는 조사연구가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노총과 전노협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의견을 개진한 노동조합은 한결같이 파견근로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모순에 대한 해명의 책임이 있는 남교수는 바로 다음 문장에서
"파견근로자의 근로권을 박탈해 가면서까지 노조활동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반문해 버리고 만다. 이어 "근로권의
박탈(즉 파견근로반대)이 노조에 의해 주장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물론 이 "모순"을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결과적으로 남교수는 노사관계가 원만한 기업의 노조만 필요하고 전노협은
물론 노총까지 불필요한 것으로 매도하는 무리수를 쓰게된 것이다. 혹시
남교수가 생각하는 노조는 법이 보호하는 노조가 아닌 "어용노조"(yellow
union)는 아닌지.

법안이 내용으로 하고 있는 "파견"은 "파견"으로 부르기에는 낯간지러울
정도로 사전적개념과 동떨어져 있다. 아무리 살펴 보아도 이것은
"파견"사업이 아니라 "유료직업소개업" 내지 "근로자공급사업"에 해당한다.

"파견근로자" "파견사업자" "사용사업자" 3자간의 법률관계를 꿰어 맞추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나 이는 본시 사용사업자가 져야할 근로계약상의
의무의 일부를 파견사업자에게 위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위임을
이른바 "고용관리"라는 비법율적 개념으로 달리 표현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는 매우 무리한 의제(fiction)이다. 의제가 지나치면 법률로서의 권위
에도 문제가 생긴다.

직업안정과 관련한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은 유료직업소개소까지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가의 감독하에
두도록 하고 있다. 1965년 "일시적 타자수 대여사업"에 관한 스웨덴
정부의 질의에 대해 ILO는 형식적 법률관계보다 실제관계로 볼때
유료직업소개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불법근로자 소개사업이 번창일로를 걷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과거의 정부가 취했던 고용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반증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무허가 유료직업소개소"와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이 그토록 창궐하도록 정부는 수수방관한 것이다. 신정부
출범후 지난4월부터 단속에 나선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일면 단속,일면
양성화 조치로서 이 법을 제정해야 한다면 차라리 법제목을 "무허가
직업소개소및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의 단속과 정비를 위한 임시조치법"
으로 함이 적절하지 않을까.

법의 제정목적에 관하여는 초안자 자신도 확신이 없는듯 하다. 법안의
제목은 멀쩡하게 "근로자 파견사업의 규제및 근로자보호에 관한
법률안"으로 해놓고,제1조(목적)에는 "노동력 수급의 조절을 도모하기
위하여."라고 하였다. 이러한 모순은 일본의 노동자 파견사업법을
맹목적으로 모방한 결과이다.

입법목적의 불확실성이 입법효과에 그대로 영향을 줄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고려에 의하여 이 법안이 제출되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부분은 수정돼야 할것이다.

첫째 파견사업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제4조 제1항은 1.그 업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또는 경험을 필요로
하는 업무 2.그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취업형태,고용형태등의
특수성에 따라 특별한 고용관리를 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업무로
되어 있다.

제2호는 "특별한 고용관리를 행할 필요"라는 법률상 막연한 개념때문에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조항이 수많은 저임금근로자를 편법으로
사용하는 근거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업은 인정되어서는 안된다.

둘째 이 법안은 파견사업의 종류를 개념상 "일반 근로자 파견사업"과
"특정근로자 파견사업"으로 구분하고 후자는 "그 사업에 파견근로자가
상시고용되고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행하는 사업"으로 하고 전자는 "그
이외의 사업"으로 규정하였다. 여기서 엄격한 의미에서 후자만이
"진정(bona fide)파견사업"이고 전자는 "부진정(fictive)파견사업"이다.
실제로는 법안이 양성화하고자 하는 것은 전자로 생각된다. 그러나
"부진정파견사업"은 허가되어서는 안된다.

셋째 진정파견사업의 경우에도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하여야 한다.
허가요건도 엄격히 하여 허가기간을 1년으로 (독일의 예)하고 매년
사업자의 성실성을 심사하여 갱신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넷째 근로자파견계약은 3개월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이 기간을 초과하는
경우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자에게 소개되어 근로관계가 이전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다섯째 파견근로자가 휴업하는 경우 파견사업자는 민법상 노무수령지체에
대한 책임 또는 근로기준법상의 휴업수당지급의무를 지도록 하여야 한다.

여섯째 노사협의회법 제20조(협의사항)에 "파견근로자사용에 관한 사항"을
신설하고 파견근로자는 노사협의법상의 선거권 피선거권을 제외한 그 밖의
모든 권리를 사용사업장 근로자와 동등하게 갖도록 해야할 것이다.
(독일의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