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의 대하역사소설에 대한 상반된 비평이 동시에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평론가 김치수씨와 황광수씨는 최근 출간된 `문학과사회''
`창작과비평''가을호에 각각 평론을 기고, 홍성원씨의 대하소설 `먼동''
(전6권.문학과지성사간)에 대해 완전히 반대되는 견해를 보였다.
김씨가 `먼동''을 <문학의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괄목할 만한 작품>
이라고 찬사를 보낸 반면, 황씨는 <주제부각에 실패, 역사허무주의를
극복해내지 못한 작품>이라고 깍아 내리고 있다.

홍씨의 "먼동"은 지난해 문학과지성사 제정 "제4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했고 KBSTV를 통해 대하드라마로 방영되고있어 문단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 또 같은 시기에 출간된 김원일씨의 "늘 푸른 소나무"와
함께 90년대 본격 대하역사소설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돼왔다.
계간 "작가세계"도 "먼동"에 대한 이같은 관심을 반영, 홍성원씨의
문학세계에 관한 70여면의 특집을 가을호에 수록했다.

"먼동"은 1900년부터 3.1운동 직후까지의 20여년에 걸친 근대사를 경기도
수원지방의 세 집안 이야기로 담고 있다. 1905년 을사조약을 비롯 1907년
고종퇴위, 1910년 경술국치, 1919년 3.1운동등 역사적 사건이 배경이다.

김치수씨는 "개인과 역사"라는 제목의 평론을 통해 "먼동"을 "한 시대의
사회전체를 총체적으로 제시하려는 야심이 보이는 홍씨의 대표작"이라고
평했다. 구한말 사회의 구성원을 양반 중인 노비로 구분하고 이들
계층간의 관계변화를 추적해 "사회적 신분의 변화와 부자와 빈자의 교체를
보여주고 새로운 직업의식이 어떻게 뿌리내렸나를 밝혔다"는게 김씨의
분석. 특히 역사사실묘사를 넘어서 인물과 인물간의 사적관계가 공적
관계로 변화되는 과정을 문학적 상상력과 구성력을 통해 그려내 오늘의
사회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김씨는 보고 있다.

반면 "분화된 역사인식과 휴머니즘의 파탄"이란 제목의 평론에서
황광수씨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먼동"의 삼분법적 계층구분이 너무
경직된 것일뿐 아니라 "당시 인구의 80%를 차지한 농민을 배제하고 역사의
흐름에서 분리된 개인들 얘기로 일관하고 말았다"는 주장이다. 경직된
계층구분은 동일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자주 반복돼
주제부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 또 홍씨가 휴머니즘과 인간심리의
이중성, 다중성에 대한 조명을 시도하다 작중인물들의 가치분열을 그대로
방치해버렸다는것이 황씨의 비평이다. 그는"역사와 삶의 의미가 끝없이
분화돼 작은 삶들의 실상이나 의미를 설명하고 있을 뿐"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이같은 역사관 중심의 논쟁은 앞으로 유행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근.현대사 대하소설 출간시 유사논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게 문단의
관측이다. 사학계에서도 여전히 일정한 의견합의를 이루지 못한
근.현대사분야의 소설화란 작가의 역사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고 그만큼 또 다른 논쟁거리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