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쿵! 대포 소리가 바다를 뒤흔들었다. 영국측에서 먼저
포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뒤이어 쿵! 쿵! 사쓰마의 군함 쪽에서도
포성이 일어났다.

쿠쿵! 쿠쿵! 쿵! 쿠쿵!.고요하던 아침바다가 온통 들썩거렸고, 포탄이
떨어져서 여기저기 허연 물기둥이 불쑥불쑥 솟아오르고 있었다. 안개도
부서져 흩날리고 있었고, 출렁출렁 마치 바다 전체가 요동을 치는 듯
하였다.

영국의 동양함대 일곱 척을 사쓰마의 어설픈 군함 세 척이 당해낼 턱이
없었다. 칠대삼으로 숫적으로도 적수가 안될 뿐 아니라, 군함의 크기와
기동력, 그리고 무기의 성능에 있어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영국의
함대에는 장탄회전발사식(장탄회전발사식)인 암스트롱포를 포함해서
대포가 도합 백일 문이나 되었다. 암스트롱포의 사정거리는 4킬로미터였고,
포탄은 18인치짜리였다. 사쓰마 쪽의 대포는 사정거리가 약1킬로미터에
불과했고, 포탄도 10인치짜리였다.

그러니까 애당초 해전을 시도한 자체가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든 격이었다.

일곱 마리의 고양이는 세 마리의 쥐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가 있었다.
잡아먹고 싶으면 잡아먹을 수도 있었고, 죽이지는 않고 발로 콱 눌러서
꼼짝달싹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

영국 함대 일곱 척은 사쓰마의 군함 세 척을 잡아먹지는 않고, 꼼짝
달싹 못하게 콱 눌러버렸다. 격침을 시키지 않고, 포획(포획)해 버린
것이다.
제대로 덤벼들어 보지도 못하고 뺑소니를 치는 세 척을 추격해 가서
포위를 하여 항복을 받고만 것이었다.

해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엷은 안개가 서려있던 바다가 쌍방의 요란한
포격에 놀라기라도 한 듯 바람이 일더니, 뒤이어 비까지 쏟아지며
삽시간에 폭풍우로 변하고 말았다. 참으로 이상한 날씨였다.

비바람이 치고, 바다에 집더미 같은 파도가 출렁거리자, 이때다 하고
뭍의 열 개의 포대에서 일제히 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국
함대도 즉각 응사를 개시했다. 포대뿐 아니라, 가고시마성을 비롯한
큼직큼직한 건물을 향해서도 마구 포탄을 퍼부어댔다. 폭풍우 속의
포격전은 마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가 온통 개벽이라도 하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뭍 쪽의 파괴는 말할 것도 없었지만,이번에는 영국 함대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두 척의 군함에 포탄이 명중해서 파손이 되었는데, 한
군함에서는 함장과 부장(부장)이 동시에 직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