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무당좌 무재고의 "3무경영"으로 알차게 회사를 이끌어가는
중소기업인이 있어 조그만 화제가 되고있다.

경기도 김포읍에 있는 사임당가구의 이흥업 사장(54). 그는 지난 82년
창업이후 줄곧 이같은 3무경영으로 기업을 이끌어 사임당가구를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일구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된지 11년이 됐지만 아직 노조가 없다. 사장이 설립을
반대하는 것도 아닌데 종업원 스스로 노조를 결성하지 않는다. 이사장은
매달 1일과 월급날인 10일 두차례 사원들을 모아놓고 1시간씩 조회를
갖는다.

이자리에서 생산과 판매 수금 주문등 경영실적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설명한다. 이익이 많이 생기면 보너스 등으로 종업원에게 보상한다. 따라서
종업원들은 구태여 노조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또 당좌거래를 하지 않는다. 은행에선 신용상태가 좋으니
당좌거래를 트라고 권하지만 이사장은 절대 당좌거래를 안한다.

일단 당좌거래를 하게되면 사장이 자금관리에 모든 신경을 빼앗기게돼
제품개발이나 수출 등 다른업무를 등한히 할 수밖에 없다는것. 돈이
모자라면 모자라는대로 기업을 이끌지 당좌거래는 하지 않는다는 신조다.

사임당가구엔 재고창고가 없다. 이회사는 개발된 제품을 전국 15개 대리점
에 전시한뒤 주문을 받아 제작한다.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어
주문을 해도 1개월이상 기다려야 가구를 인수할수 있다.

그만큼 회사로선 자금부담을 덜수 있다. 물론 욕심을 부려 많이 만들어
팔수도 있지만 이사장은 이방식을 고집한다.

이런 방식의 경영을 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사임당가구를
창업하기전 다른 가구업체를 운영하다가 부도를 낸적이 있다. 욕심을 부려
대형신축호텔의 가구일괄납품권을 따냈으나 뒷감당을 못해 쓰러졌던것. 이
여파로 신장이 나빠져 이식수술까지 받았다.

천신만고끝에 재기에 성공한 이사장은 다시는 무리한 경영을 하지 않는다
는 철학으로 3무경영을 고안해 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기업을 탄탄히 키워
가고있다.

이 회사는 목상감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이용해 예술성이 높은 가구를
만드는 업체. 목상감은 여러가지 다른 나무로 무늬를 깎아붙여 가구표면을
장식하는 우리나라 전통 상감기법 중의 하나이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반닫이 화장대 문갑 등은 가구라기 보다는 예술품에 가깝다.

취향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인들도 이제품에 반해 지난해 1백만달러
어치를 수입해 갔다. 사임당가구의 올해 수출은 2백만달러를 넘어설 전망
이다. 청와대 신관의 장식가구도 이회사 제품이다.

사임당가구는 오는 10월 김포군 대곶면 신축공장으로 옮긴다. 그동안의
허름한 공장에서 산뜻하게 단장한 새집으로 이사한다. 회사의 외형도
꾸준히 늘어 올해 약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사장 자신은 거의
20년동안 살아온 영등포의 23평짜리 아파트에서 언제 벗어날지 계획조차
없다.

<김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