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햄릿이었다. 해변에 서서 밀려왔다가는 부서지는 파도와 수다를
떨고있었다.당신을 다시 처녀로 돌려 드리지요, 어머니. 당신의 왕이
유혈의 결혼식을 맞이하도록. 자궁은 일방통행로가 아닙니다. 이제 당신의
양팔은 등뒤로 묶어드리죠"

지난1일 오후6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 위치한 예일연습실. 25평
남짓의 이곳에는 촛불 50여개가 켜져있는 제의적인 분위기속에서 15명의
남녀 배우들이 자신들이 맡은 배역에 몰입,연기 연습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이 여름휴가는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듯 무더위에 아랑곳 하지않고
마무리 연습의 열기를 토해내고 있는 작품은 오는 4일부터 31일까지
성좌소극장 무대에 올릴 극단 반도의 "햄릿머신".

이작품은 "경악의 희곡론"이라는 독특한 연극미학을 창출하는등 현대연극의
새흐름을 주도,브레이트 이후의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인 하이네 뮬러
의 대표작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극단적으로 재해석한 희곡.

기존의 희곡과는 달리 장면과 장소,시간지정이 무시되어 있고 대화,줄거리
진행이 없는 이작품은 팬터마임과 독백,지문들이 뒤섞여 있으며 은폐된 비유
인용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난해한 작품이다. 햄릿과 오필리아만 독백을
하고 나머지13명의 출연배우들은 대사없이 동작만 취한다.

이같은 작품의 특수성 때문에 지난 77년 발표 당시 유럽에서는 공연이
불가능하다고 간주했을 정도. 윤시향 번역,채승훈 연출로 공연되는 이번
무대는 포스트모더니즘 색채가 짙은 원작이 지닌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한국적 연극으로 다시 꾸며진다.

작품의 주제는 "부패한 역사에 대한 회의". 극중 반역사의 흐름은 궁극적
으로 인간들이 좀더 훌륭한 여건속에서 살아보자는 통렬한 외침이라고
할수있다.

이 극에서 아버지는 부패를 관습적으로 행한 마르크스나 히틀러,레닌
같은 인물,즉 "지배자"나 "역사창조자"로,오필리아나 왕비등 여성은 희생자
를 상징한다.

따라서 극중 근친상간적인 내용이나 폭행등은 역사에 대한통한의 마음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극중 "자궁은 일방통행로가 아닙니다"는 얘기는 성의 표현이 아니라
"역사는 거꾸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의미로 역사를 되돌리고 싶어하는
햄릿의 독백이다. 햄릿역은 행위예술가인 심철종이,오필리아역에는 신인
윤복인이 맡는다.

<글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