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인기가 역대 대통령중 최하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미의회의 막강한 파워다.

행정 입법 사법등 3권분립이 명확한 대표적인 대통령중심제라는
미국헌법은 현실정치속에서 단연 입법부의 우위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이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정책을 추진할려고 해도 의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미경제의 재건"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의욕적으로 등장한 "젊은
대통령"을 이처럼 허약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의회민주주의인가하는
회의감이 들정도로 의회는 행정부위에 있다.

수상이 의회해산권을 가지고 있는 내각책임제가 오히려 미국의
대통령중심제보다는 행정부의 권한이 더 강하다는 인상마저 받게 한다.

"재정적자감축"과 "경기부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뛰어들었던
클린턴대통령의 클린터노믹스가 여지없이 풍지박산이 나고 있는 곳도
미의회다.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클린터노믹스의 한쪽 다리는
이미 잘려 버렸고 재정적자감축안 역시 클린턴의 생각과는 먼 방향으로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이과정에서 클린턴이 중점을 뒀던 투자유인책은 소리없이 잘려져 나가고
있다.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안이 의회의 심의과정에서 탈락했고
중소기업을 위한 자본이득세인하방안도 미상원재무위에서 백지화됐다.

또 실직근로자에 대한 직업훈련비용도 대폭 삭감되고 도시지역
상가개발기금도 대폭 삭감됐다. 재정적자감축을 위해 세금을 올리려면
지출부터 삭감하라는 의회의 요구에 미경제의 재건을 위한 상당수의
투자계획이 수정되고 있다.

클린턴은 그나마 어떤 형태로든지 재정적자감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만을
바라는 눈치다. 인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마당에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더러도 일단 재정적자감축안을 통과시켜 최소한의 체면치레만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입법부가 아닌 통법부라는 소리를 듣는 우리의 국회와는
태평양사이만큼이나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