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수석을 가리켜 좌시가경이라 했다. 이는 방안에 앉은채 하나의
자연석을 통해 산수의 절경이나 형상의 기,문양의 형(묘),색채의 미감등
자연의 신비로움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할수 있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그러나 수석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매력은 완상을 통해 감동을 얻는데
있다기 보다 탐석에서 얻는 즐거움이 더 큰 것이 아닌가 싶다.

인자락산이요,지자락수라는 말이 있지만 이 두가지 경지를 한꺼번에
터득할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쁨이 바로 탐석생활에서 얻을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니겠는가.

필자의 경우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탐석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 동호동락의 파트너는 다름아닌 아내이다.

당초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50줄에 접어들며 새롭게 일기
시작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욕구와 새로운 그 어떤 것에의 동경,그러한
가운데 충족되지 않은 절대자유에의 갈증해소 등등의 다목적용 행사로
출발했다.

이렇게 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고 돌이 있는곳이면 전국 방방곡곡
안가본데가 없다.

단순한 돌이 하나의 수석으로 태어나는 과정은 참으로 인생지사,모든
"만남"의 축소판이다. 갯벌에 널려있는 흔한 돌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의
관심과 선택을 받음으로해서 비로소 "생명"이 잉태되고 이름이 부여되며 그
존재가치가 새롭게 각인된다. 마치 세상의 수많은 영혼중에 특별히
하느님의 선택의 축복을 받아 구원의 대열에 서게되는 백성같다.

이렇게 만난 돌은 그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온갖 향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역사와 전설을 들려준다. 그속엔 인생이 있고 사랑이 있고 한이
있다.

담석여행 또한 그 어떤 독서이상의 깊이가 있다. 그래서 혹자는 수석의
즐거움을 시인이 시를 감상하는 것과 같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석이란 한 순간의 번뜩이는 통찰력에 의해 선택하는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을 두고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수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 진면목이 드러나게 된다는 점에서 모든 만남의
본질과 인생의 깊은 맛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또한 배우게 된다.

한편 부부란 오랜 세월동안 풍화작용과 동화작용을 거쳐 각자의 모난
부분을 깎아가며 닮은 꼴을 만들어 나가는 동반자 관계가 아니겠느냐는
결론까지 이끌어 낸 우리 부부의 탐석여행은 그래서 늘 수석보다 더큰
행복감을 싸안고 돌아오게 된다.

오는 주말에도 우리는 호피석 같이 아름답고 단단한 그 어떤 "만남"을
찾아서 어느 돌밭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