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당국은 92회계연도부터 상장기업의 연결재무제표작성을 의무화하고
외부감사를 강제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어떤 기업은 이 방침을
반대하고 나섰다고 한다. 아마 일부 기업의 일부 보수적 회계담당
중역들은 시대의 변천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회사를 전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보다 아직 숨길것은 숨김으로써 "수성"에 치중하는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보는가보다. 또 개중에는 이보다 생각이 한걸음 더
뒤처져있어 회사의 회계를 실제보다 분식하는것이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을
통하여 기업자금을 조달하는데 더 유리하다고 믿고 있을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퇴 적이고 눈가리고 아웅식의 경영관만큼 기업을
쉽사리 위험에 빠뜨릴수 있는것은 없다. 현대기업은 외부와 내부,손님과
주인을 구별할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있다. 그리고 이 특징은 점점 더
뚜렷하여지고있다. 제품을 사주는 고객과 원료나 부품의 공급자는 회사의
자산이다. 자산이란것은 회사 바깥에 있는것이 아니라 회사의 내부다.
제품을 사자는 사람들에게 품질이 어수룩한 물건을 팔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정직하고 충분한 제품정보가 제공되어야한다. 부품을 공급해
주는 사람은 바로 한회사 식구이다. 현재와 장래의 기술정보를 공유할수
밖에없다. 이들은 모두 손님이자 주인이다. 외부 사람들같이 보이지만
실은 회사내부 사람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
동시에 영구적인 손님이기도하다. 회사가 잘 될때도 그렇고 어려운때도
그렇다. 근로자들과는 경영정보를 나누어 가짐으로써만이 노사관계
안정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기할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대주는것은(결국 예금자)은행과 투자자들이다.
앞으로 은행은 경영이 자율화된다. 종전처럼 은행대출을 행장과 줄이
닿는다거나 정치권력에 등을 대고 있기때문에 얻을수 있던 시대는 지나가고
만다. 대출심사역이라는 전문가들이 회사의 회계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하여
대출여부,대출기간,이자조건을 결정하게 될것이다. 경영내용이 나쁜
회사에는 이자율이 높게 적용될것이지만 경영정보를 내놓지 않거나
위장하는 회사에는 대출자체가 거절될것이다. 회사채나 주식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상호출자를 통하여 없는 자산을 있는척 꾸며놓은 회사의
주식이나 사채를 사는 사람은 곧 없어지게 될것이다. 연결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하여 발표하고 외부감사를 보다 신뢰성있게 받는것은 회피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솔선해서 자청할 일이다. 현대는 안과 밖의
구별이없는 "빠싹"한 시대다. 숨기거나 거짓말하기보다 밝히고 정직한것이
기업의 진짜 전략이 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