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개폐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회
법률개폐특위(위원장 오유방)는 5일 국회에서 보안법공청회를 갖고 최병국
서울지검 공안2부장, 김일수 고대교수, 안동대, 김성남변호사등 4명의 진술인
으로부터 주제발표를 들은뒤 자유토론을 벌였다.
*** 각계견해 수렴보다 상호이견 확대재생산 그쳤다는 평 ***
특위의 여야의원들은 이날 5시간에 걸핀 자유토론을 통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및 자유를 확보키 위해 반국가적 활동을 규제"(국가보안법 1조)
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의 개폐문제를 놓고 국가안보강화와
국민의 기본권확대라는 이건상반적 차원에서 열띤 공방을 전개했으나 각 당간
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논란만 벌여 공청회 본연의 목적인 각계의 견해를
수렴하기보다는 상호 이견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그쳤다는 평을 받았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진술인의 주제발표를 포함한 여야의원들의 토론을
종합, 대별해 보면 <>현행법 고수 <>보안법의 골격은 그대로 두고 문제조항을
개정하는 방안 <>보안법을 폐지하고 가칭 민주질서보호법, 민주헌정수호법등
대체입법을 하는 방안 <>보안법을 폐지하고 꼭 필요한 내용은 형법등에 흡수
하는 방안 <>보안법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등이 제기돼 논란을 벌였다.
*** 최병국검사, "보안법폐지땐 안보공백" ***
보안법폐지론에 가장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며 현행법고수를 주장한 진술인
은 공안2부장인 최검사.
최검사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안법자체를 폐지하거나 대폭
개정한다면 이로 인해 야기될 국가안보상의 공백으로 우리 국민전체가 심대
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보안법폐지에 대한 강력한 반대론을 개진.
현행법고수와 폐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안변호사는 "과거의
법운영상의 잘못으로 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입법의 목적과 가치를 정확
히 인식치 못한데서 기인된 것"이라며 보안법의 수정/보완이라는 중도적인
입장을 견지했고 김변호사는 "보안법은 그동안 너무도 많은 반인권적 상황과
결합, 헌법위반적 판례와 수사관행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법치주의적 당위에
의해서라도 새로운 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대체입법을 주장해 진술인마다
4인4색.
*** 민정, 남북대결 외면 북측논리 대변 ***
보안법폐지론에 가장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며 김교수와 열띤 공방을 펼친
토론자는 이진우, 강재섭의원등 민정당소속 특위위원들.
민정당은 지난해 12월 "보안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 국민의 기본적 인권
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반국가단체및 그
구성원등과의 금품수수, 잠입, 탈출, 찬양, 고무, 회합, 통신등 행위는 반
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행 경우에만 처벌토록 처벌규정을 완화"
하는 것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보안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그러나 지난 3월이후 문익환목사, 서경원의원, 임수경양등의 잇따른
밀입북사건으로 공안태풍이 몰아치자 사실상 보안법개정반대로 당론을 선회
한 바 있다.
이의원은 "김교수의 보안법폐지론은 남과 북을 똑같은 시각에서 다루는 것
으로 북과 남을 꼭같이 다루는 것은 다름아닌 북의 논리"라고 비판한뒤
"특히 북한의 적화야욕등 그들의 체제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이 없고 우리의
잘못만 꾸지람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 "우리의 남북대치상황을 무시한채
보안법폐지만이 유일한 방안이며 애국하는 길로 주장하는 것은 상대주의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공박.
*** "대체입법은 북한철폐주장 옹호 결과빚어"...강재섭의원 ***
강의원은 보안법개정(48년 12월1일)이후 변천과정을 설명하면서 현상황에서
보안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마련하는 것은 <>지금까지 보안법폐지를 주장
해온 북한의 주장이 정당했다는 오해를 불러올 뿐 아니라 <>좌익세력이 준동,
발호할 수 있는 빌미를 줌으로써 국가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게
되고 <>폐지나 대체입법이 결코 국민전체의 의사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보안법존치를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김교수는 "통금제도가 없어지면 온통 시민생활에 파탄이 올 것
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염려는 기우였다"고 전제, "법질서의 안정, 책임과
자유의 성숙은 바로 이같은 무익한 통제수단인 보안법을 제거하고 건전한
보통사람의 규범의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일반형법의 자리로 복귀할 때
가능한 것"이라며 폐지론을 고수.
"지금은 보안법에 손댈 시기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공화당의
김제태의원은 "보안법의 빈번한 개정은 보안법의 정당성결여를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결과가 돼 보안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국민의 안보의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치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올바른 운용에 의해 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면 개정을 꼭 해야 되겠는지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고
강조.
*** 민주당 "보안법 존속은 7.7선언과 어긋나" ***
지난 4일 현행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으로 불고지죄를 폐지하는 것을 내용
으로 한 "민주질서보호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한 평민당과 5일 정무회의
에서 현행법을 전면폐지하고 필요한 부분을 형법등 관계법을 통해 보완시켜
나가기로 당론을 결정한 민주당측은 "보안법폐지"라는 기본원칙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탓인지 공통적으로 보안법고수를 주장한 최검사를 겨냥해 집중
포화를 가했다.
평민당의 박상천의원은 "죄형법정주의를 무시한채 민주화와 정면으로 충돌
되는 현행 보안법은 처단적 기능만 있고 국민 마음속에 살아있는 법으로서
규범적 기능을 상실했는데 보안법을 그대로 존치시키고 어떻게 7.7선언과
북방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가"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오원의원은 "7.7선언에 따른 후속입법조치가 없음으로 해서 문목사,
임양, 서의원등의 방북사건에 의한 구속사태, 그리고 공안통치이후 지난 4월
부터 10월말까지 7개월동안 모두 331명, 월평균 47.3명꼴이나 되는 보안법
위반 구속자수를 양산한 사실등을 종합해 볼때 시대에 뒤떨어진 보안법은
폐지하고 새로운 보완입법이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 "존립근거 없는 민주화운동 탄압도구" 공박 ***
이와함께 민주당의 조만후의원은 "보안법은 한마디로 반정부활동을 금압
하거나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돼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현상을 초래했던 바 이제는 시대상황의 변화, 대북정책추진과의 모순,
국민의 기본권 침해 그리고 형사법체계로서의 결함등으로 인하여 그 존립의
근거를 상실한 법"이라며 보안법의 존치를 주장하는 민정당과 최검사를 맹공.
최검사는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공산화된 월남이나 크메르의 국민처럽
우리 자유인들이 보트피플이 되지 않게 해주는 우리사회의 그 어느 법률보다
긴요한 법률임을 확신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거듭 피력한뒤 "자유민주체제는
꼭 수호돼야 한다는 전국민의 의지를 모아 이 법은 계속 존속되고 존중돼야
한다"며 역공.
특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된 각계의 의견을 종합, 수렴한뒤 앞으로 법안
심의에 반영할 예정이나 공청회주제발표및 토론결과 한쪽으로 의견이 수렴
되지 못하고 상호이견과 입장차이만을 거듭 노정해 보안법개폐논의의 장래가
얼마나 험난한 지를 또 한번 입증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