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등으로 집값 오름세를 잡는 데 급급하던 정부가 서울지역 주택공급 확대책을 꺼내들어 주목된다. 어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에 따르면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간 멈춰 선 수도권 재개발 사업에 LH, SH공사 같은 공공기관을 참여시켜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4만 가구를 지을 땅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공장이전 부지 등 준공업지역과 도심 유휴부지를 확보해 추가로 3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에 7만 가구가 공급된다는 얘기다. 또한 ‘주택공급 활성화지구’라는 개념을 신설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배제 등 인센티브를 주고, 10년까지 걸리던 재개발 사업도 5년 내로 단축시켜 공급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번 대책은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주택시장 규제완화가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퍼지며 서울 강남아파트 급매물이 쏟아지는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해 보인다. 지난달 강남아파트 가격이 8년 만에 최대폭 하락했고,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도 11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집값이 안정된다면 정부가 부동산대책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슈퍼여당의 탄생으로 정책운용에 힘을 얻게 된 정부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면서 주택정책도 규제가 아닌 공급 확대 쪽으로 선회하는 변곡점으로 삼을 만하다.

그간 19차례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주택 공급을 총량으로만 접근해서였다. 소비자가 살고 싶은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을 외면한 탓에 오르는 곳만 더 오르는 부작용을 낳았다. ‘강남불패’ 신화도 선호 주거지에 주택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빚어진 현상이다. 재개발이 추진되다 중단된 서울 도심은 대부분 지하철에서 멀지 않은 역세권이어서 주택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20~30㎞ 외곽에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차제에 정부가 주택정책을 시장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업 추진에 애로가 있는 지역은 공공 참여가 불가피하겠지만 주택 공급의 주체는 역시 민간이어야 한다.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재건축 단지만 유예한 분양가 상한제,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의 담보대출 금지 등 기존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해 민간 건설사 등의 주택 공급을 유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공공성 강화’로 흘러 민간의 창의성과 탄력적인 주택 공급을 막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