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에서 수입하던 채소 물량이 줄면서 고추 양배추 대파 등 국내산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에서 수입하던 채소 물량이 줄면서 고추 양배추 대파 등 국내산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가정의 식탁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많이 수입하는 고추 등을 시작으로 채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중국 내 이동 제한으로 물류가 마비되고, 채소를 1차 가공해 한국으로 보내던 일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한국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산 농산물 수입 67% '뚝'…치솟는 채소값에 동네식당 '날벼락'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농산물인 고추(10㎏)의 한국산 가격은 지난 20일 11만7400원까지 치솟았다.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가 4만 명을 넘어선 12일과 비교해 30% 이상 올랐다. 고추에 이어 양배추 대파 시금치 호박 당근 미나리 등도 일제히 10% 안팎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국제 식량가격이 오르는 시점과 맞물려 전체적인 식탁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밀 쌀 옥수수 등 국제 곡물가격은 2018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식품 식자재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3~5월 성수기를 앞두고 재고가 한 달여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중국산을 대체할 국가를 찾고 있다. 당근과 양배추 등은 베트남, 나물류는 미얀마 등에서 대체할 농가와 기업을 물색 중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더 불안해하고 있다. 몇 년째 인건비와 임차료가 오른 상황에서 식자재 가격마저 오르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지금도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많아 식재료 가격 인상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發 식품 가격 급등…밥상 물가 '불안불안'
중국내 공장가동 중단·물류 마비로 한국 수출 급격히 줄어


작년까지 국내 농산물 시장의 걱정은 ‘공급과잉’이었다. 특히 양파 무 등 신선식품의 가격은 폭락 수준에 가까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에서 많이 들어오는 고추 당근 마늘 등의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농산물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농수산식품 최대 수출국이자 최대 수입국이다. 187개국에서 수입하고, 200개국에 수출한다. 한국은 지난해 약 70만t의 중국산 농산물을 수입했다. 금액으로는 5억달러(약 6026억원)어치다.
중국산 농산물 수입 67% '뚝'…치솟는 채소값에 동네식당 '날벼락'
“중국 의존도 낮춰라”

수입된 중국산 식재료는 주로 가공식품과 단체급식, 외식 식자재로 쓰인다. 라면과 가정간편식(HMR)의 재료는 물론 회사와 학교 급식, 전국 외식 업체로 향한다. 지난 20년간 중국산 식재료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고추와 당근, 마늘, 양파, 쪽파, 대파 등 한식에 주로 쓰이고 빨리 상하지 않는 향신 채소들은 외식 시장에서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30만t 이상이 냉동 상태로 수입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물류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게 됨에 따라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량이 크게 줄었다. 1월 중국산 농산물 수입량은 10만1052t으로 전년 동월(16만9404t) 대비 약 67%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대체재인 국내산 농산물 가격은 2월 초부터 크게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의 재고량으로 보면 3월 말이 데드라인”이라며 “최악의 경우 원가가 10배 더 비싼 국산을 사용하기로 했는데, 국내 확진자가 급증해 아시아 이외 국가도 찾아나서고 있다”고 했다.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등은 연초부터 새로운 수입처를 물색하고 있지만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업체들이 떨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2분기까지 계속되면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B2B(기업 간 거래) 등 다른 수익원을 찾아 만회할 수 있는 기업형 외식 업체들과 달리 단일 식당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는 65.68로 전년도 동기 대비 기준점인 100보다 낮았다. 서비스업 생산지수 중 음식점과 주점업의 생산지수도 지난해 2분기 96.8에서 4분기 96.1로 하락했다. 외식과 관련한 소비심리가 침체에 빠졌다는 뜻이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2월 초까지 잠잠해지는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전국구로 번지면서 가맹점을 포함한 핵심 상권에서 수익 감소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이어 “브랜드가 아닌 독립 카페는 매출이 매주 20~30%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수입 농산물이 외식업체 대부분이 주로 쓰는 필수 품목들에 집중돼 있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자영업자들은 농산물 값이 올라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오려던 손님도 내쫓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물가의 나비효과 언제까지

중국의 물가는 전 세계에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 데 이어 중국 내 식품 물가 상승도 심상치 않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국제식품물가지수가 지난 1월 182.5까지 올라 4개월 연속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2월과 1월에는 연중 가장 낮은 지수를 보여야 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식품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중국 내에서 잠잠해지더라도 당분간 물류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주요 도시가 정상화되면 당분간 식품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내 식품 물가 상승률은 15.2%에 달했다. 소비자물가지수(5.4%)보다 세 배 이상 높다. 중국 내수 시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수출용 농산물의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