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애들과 난 달라 달라 달라.”

19일 국내 최대 기업설명회(IR) 축제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19’가 열린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 걸그룹 있지(ITZY)의 히트곡 ‘달라달라’가 울려 퍼졌다. 화려한 뮤직비디오 영상과 함께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단상에 오르자 장내가 술렁였다.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는 투자자들도 눈에 띄었다.

정 대표는 “영상에서 본 것처럼 화려한 군무와 다양한 색깔의 뮤직비디오가 K팝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면 시각적인 자극이 가장 중요하다”며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은 여기에 최적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 보급과 통신기술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동영상과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K팝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해외 인재 몰리는 K팝 시장

JYP는 작년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에스엠엔터테인먼트까지 제치며 엔터테인먼트 대장주로 올라섰다.

JYP의 독보적 성장에 대해 정 대표는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업체들의 등장으로 콘텐츠 시장이 새 기회를 얻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시스템을 정비한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JYP는 2015년 음원을 사전에 심사하는 ‘런 보팅 커미티(Run Voting Committee)’를 구성했다. 다양한 분야로 구성된 15~20명의 심사위원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기준을 통과한 음원만 발표하는 시스템이다. 2016년에는 회사를 4개 레이블(음반사)로 나눠 다양한 색깔의 음악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짰다. 작년에는 서울 성내동 신사옥으로 이전해 작곡, 녹음, 안무까지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원스톱 체계’를 갖췄다. JYP의 매출은 2013년 이후 안정적으로 증가하며 5년 만에 여섯 배 이상 늘었다.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장사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K팝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과거 K팝 시장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한정돼 있었지만 이제 남아메리카와 유럽도 안정적인 시장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JYP는 중국 텐센트뮤직, 일본 소니뮤직과 손잡고 현지인들로 구성된 아이돌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세계 곳곳의 가수 지망생들이 국내로 몰려들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 음악산업의 본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급등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권익준 부사장(COO)도 “세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사장은 “중국의 왕이뮤직, 일본의 유니버설 뮤직 재팬 등 현지 사정에 밝은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진출을 위해 앞으로도 외국인 아티스트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
“핀테크·블록체인으로 사업 확장”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는 동영상 시대를 맞아 미디어·콘텐츠 시장에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스마트 기기의 발전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며 “공유와 확산이 필수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1인 미디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1인 미디어 플랫폼의 기초를 닦은 아프리카TV는 유튜브와 트위치 등 글로벌 플랫폼의 거센 공세에도 견조한 이익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기반은 K팝과 함께 한국이 콘텐츠 경쟁력을 갖고 있는 K게임이다. 정 대표는 “아프리카TV는 배틀그라운드, 스타크래프트 등 주요 게임의 리그 중계권은 물론 콘텐츠 제작 능력도 갖추고 있다”며 “글로벌 게임 시장의 성장과 함께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아프리카TV를 ‘동영상 사이트’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업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핀테크(금융기술)다. 아프리카TV는 2016년 설립한 해외선물 소셜 트레이딩 플랫폼 ‘프리캡’을 주식시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안타증권과 협업하고 있다. 정 대표는 “‘별풍선’으로 불리는 플랫폼 내 화폐를 인터넷은행에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커머스, 캐릭터, 블록체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만수/노유정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