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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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사회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회주의자들은 남의 돈을 탕진한다”는 것이었다. 사회주의가 내세우는 ‘무상 복지정책’은 돈이 바닥나기 전까지는 매우 매력적이다. 겉보기엔 매력적이지만 무상 복지의 실상은 ‘거짓 가격’이다. 정치인들이 선전하는 가격과 국민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가격이 실제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을 한다. 특히 뭔가가 공짜라고 생각할 땐 더욱 잘못된 선택을 한다. 출퇴근 시간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자가용을 이용하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차를 몰고 나간다. 하지만 도로는 꽉 막혀 있다. 가격이 무료에 수렴하면 수요는 공급을 초과한다. 카풀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할 수 있는 가격 신호가 없으면 사람들은 자가용을 몰고 나가 엄청난 시간과 연료를 도로에 버리게 된다. 교통 컨설팅회사 인릭스는 2016년 미국에서 교통체증으로 낭비된 비용이 305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민은 1인당 2800달러 이상을 낭비했다.

많은 정치인은 의도적으로 가격을 속인다. 가격을 왜곡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정책은 정부 규모를 키우고 유권자들이 좌파 정당에 투표하게 한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무상 대학’과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을 숨기기 위해 교묘한 속임수를 쓴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면서 비용에 대해선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연방정부가 35조6000억달러 규모의 복지정책을 시행해 납세자들은 27조2000억달러의 세금을 부과받았고, 정부 부채가 9조달러 증가했다. 세금 부담만 놓고 보면 정부 서비스를 약 25% 싼 가격에 이용한 셈이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을 떠받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미래 세대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사회보장정책과 의료보험 제도 두 가지만 갖고도 앞으로 75년간 현재 가치로 50조달러의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로렌스 코틀리코프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우려면 세금을 60% 이상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많은 미국인은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최소한의 금액만 부담한다. 그러니 사회주의 정책이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큰 정부는 마치 바겐 세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채 증가의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엄청난 이자 부담에 다른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수 없게 되고, 자본 배분이 왜곡돼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다. 정치인들은 현재와 미래에 내야 할 돈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서 유권자들을 안심시킨다. 심지어 공화당 정치인들도 빚을 잔뜩 지고 아이들의 돈을 가져다 쓰려고 한다. 투표권이 없는 미래 세대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이런 도덕적, 재정적 수렁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있을까. 밀턴 프리드먼은 1980년대 미국 헌법에 균형예산 조항을 명문화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1982년 의회에서 논의됐지만 가결 정족수인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경제학자 존 메리필드와 배리 폴슨은 균형예산 조항을 헌법에 넣기 위한 개헌 집회 개최를 요구했다. 개헌 집회엔 34개 주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28개 주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헌법에 균형예산 조항을 추가하면 미국은 정직한 공화국이 될 것이고, 확산되는 사회주의의 불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주택 보조금, 취업 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납세자에게 40조달러의 세금을 더 내라고 설득해야 한다. 행운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공짜일 땐 잘 팔렸지만 제 가격에 팔기는 어려울 것이다.

헌법이 바뀌더라도 정부가 정직해지기에는 충분치 않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수준은 정치인과 관료들이 국민의 비용 부담을 숨기고 거짓말하는 데 얼마나 능숙한지를 보여준다.

민주당이 이런 추세에서 벗어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더 왼쪽으로 가고 있다. 그들은 의료보험과 최저임금 시급 15달러, 그 밖의 많은 것을 주장하면서 더 기만적인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위험한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 규모는 더 커지고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더욱 좌파적인 생각이 만연할 것이다. 정부가 쓰는 비용이 가격 신호로 나타나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공짜에 만족할 것이다.

경제학자 윌리엄 니스카넨은 감세가 정부 지출을 줄이는 효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연구에서 세입이 줄어도 정부 지출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재정적자에 무감각해지면 정부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도 이런 경향을 확인해 준다. 2011년 이후 연방정부 지출과 재정적자가 매우 걱정된다는 유권자의 비율이 64%에서 51%로 줄었다. 그 사이 정부 부채는 45% 증가했다.

재정적자에 대한 무감각과 공짜 정책이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기 전에 공화당은 정치적, 재정적, 도덕적 위치를 바로잡고 거짓 가격을 멀리해야 한다. 정직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민주당보다 거짓말을 잘하려는 시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경제적으로는 처참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원제:Lying Prices Keep America Hooked on Spending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column of the week] 정치인이 말하지 않는 무상복지의 '숨은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