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22일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채용 비리와 고용 세습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공동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 국정조사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범(汎)여권으로 분류되는 평화당까지 국정조사 요구 대열에 동참함에 따라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성태 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 채용 비리와 고용 세습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야 3당 명의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대상은 서울시 등 국가·지방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전반과 서울시 정규직화 정책 등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평화당의 반대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야3당 원내대표는 “공공기관의 정규직 채용 절차는 엄격하고 공정해 민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필기시험과 인성 검사 없이 이뤄진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취업준비생의 직업 선택권을 박탈한 사회악”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위세로 고용 세습과 같은 반칙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신속하고 객관적인 국정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야3당은 국정조사를 벌이는 특별위원회 규모를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의석 비율을 반영한 18명으로 정했다.

국정조사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서 발의와 국회 본회의 출석 의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이뤄진다. 한국당(112석)과 바른미래당(30석), 평화당(14석)의 의석 합계가 156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크다. 다만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를 거쳐 도입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민주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 주요 3당은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국정조사 도입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민주당은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분별하게 폭로돼 지금까지 드러난 사안만 갖고는 국정조사를 도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직후 “일단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므로 국감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남은 국감 기간 야당이 충분히 문제를 더 제기할 것이고, 정말 필요하다면 우리도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있다면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게 맞다”면서도 “야당이 제기하는 사안을 보면 해당 기관에서 충분히 해명하고 있고, 일부 사례는 거짓으로 드러나 이를 보도한 언론사가 사과까지 했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낮게 봤다.

이에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진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파헤치는 것을 민주당이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고용 세습 의혹은 국정조사까지 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할 사안이 명백하다”며 “다만 일부 한국당 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