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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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다시 보는 음악에서 체감하는 음악으로.”

지니뮤직이 5세대(5G) 이동통신과 홀로그램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비주얼 뮤직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7월 CJ디지털뮤직을 합병하기로 하면서 기존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CJ ENM을 새로운 주주로 맞게 됐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를 하나로 잇는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을 형성할 기회를 잡았다. 2022년까지 유료 가입자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500만 명으로 늘려 음악 플랫폼 1위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다.

신성기연에서 지니뮤직까지

지니뮤직은 KT그룹의 음악 서비스 및 유통 전문회사다. 이 회사는 1991년 창업한 신성기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신성기술연구소, 블루코드테크놀로지 등으로 사명을 바꾸며 2000년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05년에는 음악 서비스 ‘뮤즈’를 서비스하던 뮤직시티를 합병하기도 했다. KT 계열로 편입된 것은 2007년이다. 당시 KT의 이동통신 자회사였던 KTF가 블루코드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2008년 KTF뮤직으로 사명을 바꿨고 KT와 KTF 통합에 따라 이듬해 KT뮤직으로 개명했다.

음악포털 서비스 ‘도시락’을 물려받은 데 이어 2011년에는 ‘올레뮤직’을 새롭게 선보였다. 2014년 2월에는 KT로부터 음악플랫폼 지니를 영업양수해 지금까지 핵심 플랫폼으로 키워 오고 있다. 작년 3월 LG유플러스가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사명을 KT뮤직에서 지니뮤직으로 바꿨다.

CJ디지털뮤직 합병해 음원 유통 1위로 올라서

지니뮤직은 지난 7월 CJ디지털뮤직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다음달 10일이면 합병 과정을 마무리하고 한 회사가 된다. 합병 후 KT가 지분율 35.97%로 1대 주주를 유지하고, CJ ENM이 15.35%의 지분을 새로 획득하며 2대 주주가 된다. 12.7%의 지분을 보유한 LG유플러스가 3대 주주다. 국내 2, 3위 통신사와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인 CJ ENM이 손잡는 셈이다. 합병 효과는 산술적인 면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합병 후 지니뮤직의 월간 순방문자(MAU)는 216만 명에서 275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매출도 작년 기준 1556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증가한다.

특히 도매 시장에 해당하는 음원 유통 시장 점유율이 13%에서 35%로 증가하며 멜론을 서비스하는 카카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다. 지니뮤직은 연내 CJ ENM이 제작하고 수급하는 음악콘텐츠 유통을 전담하면서 음악 시장에서 영향력을 대폭 높여 나갈 계획이다. CJ ENM 소속 인기 가수들의 발매 음원뿐 아니라 CJ ENM이 출시하는 드라마 OST, 방송 음악콘텐츠 유통을 맡는다. 지니뮤직은 현재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기획사의 음원을 유통하고 있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합병 이후 지니뮤직이 음원 유통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해 국내 음악 시장에서 가장 큰 콘텐츠 유통협상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CJ ENM 콘텐츠 활용해 지니 앱 개편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도 예상된다. 지니뮤직은 CJ디지털뮤직과의 합병을 통해 확보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니 플랫폼 경쟁력도 강화한다. 지니 앱(응용프로그램)은 내년 1분기까지 동영상 콘텐츠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CJ ENM이 갖고 있는 5만여 편의 동영상 중 인기 콘텐츠를 지니 앱에 탑재해 ‘채널 지니(가칭)’ 코너를 새롭게 선보인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아티스트의 4차원 라이브 영상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 촬영만으로 아티스트의 영상, 이미지 등 맞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미래형 서비스도 내놓는다.

이용자의 데이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KT 가입자를 대상으로 전용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니 플랫폼과 연동한 CJ ENM 서바이벌 방송 투표 진행, 음악방송 생중계 등 방송 콘텐츠와의 결합 서비스도 시도할 방침이다. 그 밖에도 지니뮤직과 CJ ENM이 공동으로 콘서트, 쇼케이스, 버스킹을 열고 신인 아티스트의 음반을 함께 마케팅하는 등 시너지 극대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큐레이션 강화하고 차량용 서비스도

핵심 플랫폼인 지니의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용자 취향을 복합적으로 분석,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개편한다. 사용자 위치, 날씨 등 이용 상황과 고객 취향을 세분화해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내놓는다.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는 물론 클로바(네이버, LG유플러스), 빅스비(삼성전자) 등의 AI 플랫폼이 탑재된 스피커에서 이용할 수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장에도 뛰어든다. 지니뮤직이 내년 상반기 상용화할 예정인 ‘IVI 지니’는 도로 상황과 운행 정보, 탑승자의 음악 취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음악을 들려준다. 자녀의 유치원이 목적지라면 동요를 추천하고 장시간 운전으로 운전자가 피로감을 느낄 때는 경쾌한 노래를 재생해 준다는 설명이다. 재규어랜드로버를 비롯한 국내외 6개 자동차 업체와 IVI 지니 도입을 논의 중이다.

누구나 지니를 활용한 음악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지니 오픈형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도 내년 상반기에 선보인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2022년 500만 유료 가입자를 확보해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에서 1등 사업자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는 “CJ디지털뮤직과의 합병으로 최고 흥행 뮤직 콘텐츠를 확보했다”며 “콘텐츠에 홀로그램과 AR, VR 등 미래기술을 결합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첨단 비주얼서비스 사업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