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가 비정규직 근로자 4146명을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소방분야와 폭발물처리반(EOD)에 근무하는 297명은 본사가, 나머지 위탁·용역 근로자 3849명은 지난해 12월 설립한 자회사 KAC서비스가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회사 측 방안에 찬성한 반면 민주노총은 합의를 거부해 노노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勞勞갈등' 조짐
한국공항공사는 17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노사 상생발전 선포식을 열고 이 같은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4개 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4146명은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다만 항공기 취급업, 주차 관제장비유지보수, 전산유지보수 직종 108명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사는 처우 개선을 위해 자회사 전환 고용자 중 고령자가 많은 미화·카트분야의 경우 정년을 만 65세, 이 밖의 분야는 만 62세까지 연장했다. 또 직무급 중심의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해 기존 용역업체와 비교할 때 임금이 평균 7.3% 올랐으며 공사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제도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사·전(근로자, 사용자, 전문가)협의회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조 중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찬성했지만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최종 합의를 거부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직고용되는 인력이 10%도 안돼 나머지 90%의 자회사 근무자는 용역회사와 근무 환경이 별반 다르지 않다”며 “직접 고용을 더 늘리기 위해 추가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의 급여나 복지후생제도 분야에서도 충돌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자회사에 채용이 확정돼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상여금이 400%에서 100%로 줄어드는 등 급여나 복리 혜택이 이전 용역업체보다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와 한국노총 관계자는 “상여금은 400%에서 100%로 줄었지만 기본급 인상, 시간외 수당 확대로 전체 임금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측은 자회사가 가져가는 용역 입찰률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회사의 용역 낙찰률이 87%밖에 안 되면 기존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어 복지 규모는 예전과 비슷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낙찰 금액을 더 올려야 자회사의 경영이 좋아지면서 임금이나 복지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공사 측은 “입찰에 따른 낙찰률 87.99% 이상은 정부 기준으로, 한국공항공사 자회사만 더 올려주면 전국 공공기관 입찰제도에 문제가 생긴다”며 곤란해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제주·김해국제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 중이며, 정규직 직원만 2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공항업계에서는 인천공항공사에 이어 한국공항공사도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노사·노노 갈등 양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