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토·일요일과 공휴일 등 유급휴일도 모두 임금 산정을 위한 시간에 포함된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일을 했건 안 했건 노사가 정한 유급휴일은 ‘사실상 근로시간’으로 간주하고 그만큼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산정시간을 실제 근로시간(주 40시간·월 174시간)만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게다가 사업장마다 유급휴일 범위를 다르게 설정하는 사례가 많아 산업현장에 일대 혼란이 우려된다. 직원 복지를 높이기 위해 유급휴일 범위를 더 확대한 기업일수록 더 많은 임금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다.
기업 40%가 '토요일도 유급휴일'… "月 20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
◆복지수준 높은 회사에 더 충격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300인 이상 기업의 40%가량이 토요일과 일요일, 일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해놓고 있다. 기존엔 시간당 임금을 계산할 때 임금(주급 기준)을 주 40시간(1일 8시간 기준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면 됐다. 그동안 법원도 이렇게 판단해왔다.

하지만 고용부의 시행령 개정안대로라면 임금을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까지 포함한 56시간으로 나눠야 한다. 같은 임금을 주더라도 후자의 경우 시간당 임금은 70% 수준으로 떨어진다.

가령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없이 월 기본급을 200만원 받는 근로자(주 40시간 근로)의 경우 법원이 판단하는 시급은 1만1494원(200만원÷174시간)이 돼 최저임금(내년 최저임금 시급 8350원 기준)을 웃돈다. 하지만 고용부 시행령 개정안대로 이 회사가 유급휴일까지 임금 산정 시간에 포함하면 시급은 8230원(200만원÷243시간)이 돼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다.

내년엔 월 급여 총액이 200만원이라 하더라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야간근로나 휴일근로가 많은 교대제 사업장은 연봉 4000만원이 넘더라도 최저임금을 못 지킬 가능성이 높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16.4%나 올린 최저임금 인상보다 산업현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효과도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으로 대법 판결 뒤집는다?

대법원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통상임금과 달리 노사가 정한, 즉 소정근로시간만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반면 고용부는 통상임금 산정기준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시급 환산 때도 소정 근로시간 외에 유급처리 시간을 모두 합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1997년 통상임금 논란 때 유급처리 시간을 산정 기준시간에 넣은 것처럼 최저임금도 이미 정비됐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법원은 이미 있는 법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어서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지면 사법부도 거기에 맞춰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오만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법원, 특히 대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시행령은 법률 해석상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대법원은 상위법인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의 취지와 정의를 감안해 판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적인 논란도 있다. 우선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의 취지를 모법인 최저임금법 개정이 아니라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수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시행령 개정이 아닌, 국회 입법을 통한 처리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원과 정부의 견해 대립 또는 법리 다툼과 무관하게 기업들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별 상황에 따라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사전 점검하고 노사협의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급휴일

유급휴일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급여를 받는 휴일이다. 사용자가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주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는 유급휴일 규정이 없고 근로자 권한이 큰 프랑스도 노동절 하루만 유급 휴가를 준다.

■주휴수당

하루 3시간,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무조건 하루치 임금을 더 주는 제도. 근로기준법 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하고 주말 이틀을 쉬어도 이 중 하루는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휴일 일당(주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