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권의 호모 글로벌리스 (1)] 超연결의 신인류, 위기이자 기회다
새로운 종족이 출현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인간’을 뜻하는 호모 글로벌리스(Homo Globalis)다. 호모 글로벌리스는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에 밀접하게 연결된 종족이다. 이들은 휴대용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을 통해 매일 24시간, 365일 서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이 종족의 시야는 과거 어느 세대보다 훨씬 글로벌하다. 카를로 스트렝거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심리학과 교수가 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 신조어는 ‘C세대(Generation C)’와 개념이 유사하다. 여기에서 C는 연결(connect), 소통(communicate), 변화(change)를 의미한다. 호모 글로벌리스나 C세대는 특정 연령층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원주민으로서의 특성을 공유하면 누구나 해당된다. 어떤 의미에서 ‘디지털 마음상태’를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호모 글로벌리스는 무엇보다 초연결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이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정보를 창출한다. 이들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사용은 가히 중독 수준이다. 자나 깨나 늘 끼고 산다. 이런 점에서 한 젊은이의 고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루를 스마트폰 없이 보낸 적이 있다. 그때는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았다.”

'디지털 유목민' 특성을 공유

[박희권의 호모 글로벌리스 (1)] 超연결의 신인류, 위기이자 기회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자는 30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10년 내에 수십만 명이 추가될 것이다. 휴대전화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사용한다. 페이스북 사용자도 15억 명 이상이다. 육지, 바다, 하늘 및 대기권에 이어 ‘제5의 공간’으로 불리는 사이버 공간은 사물인터넷(IoT)과 만물인터넷(IoE)의 도입 및 확대에 따라 글로벌 차원의 연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호모 글로벌리스 간 빠른 정보 교환은 국가와 개인의 경계를 허물고 사상과 지식을 융합시킨다. 이들은 첨단 장비를 갖춘 신유목민이 돼 사이버 공간을 이동하면서 정보와 문화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타인과 얼굴을 맞대고 직접 소통하는 데는 약하다.

세계적으로 조직된 호모 글로벌리스는 정치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 이들은 튀니지 독재자를 축출한 ‘재스민 혁명’,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시민혁명인 ‘오렌지 혁명’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이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된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추구한다면 그 영향력은 대폭 증대될 것이다. 앞으로 호모 글로벌리스는 인권 신장, 민주주의 확산, 생태계 보호, 사회적 정의 실현 등 글로벌 가치 실현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호모 글로벌리스에 의한 부정적 영향도 증대하고 있다.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 공격이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외국인 테러 전투원을 모집하고 증오를 확산하는 것이 그 예다.

한편, 글로벌 문화에 노출된 이들은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세계 유명인사의 업적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한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1세기를 이끌어갈 글로벌 차세대 지도자 500인’, ‘세계의 부호 50인’ 등 비교 대상이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됨에 따라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미미하고 의미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 결과 자존감 상실과 정체성 위기에 빠지기 쉽다. 스트렝거 교수는 대비책으로 개인적 사명감을 고취하는 등 ‘적극적 자아 수용’을 권유한다.

호모 글로벌리스의 도래는 인류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앞으로 가속화될 과학기술 혁명이 인류를 어디로 이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결과로 초래될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를 감당할 책임은 오롯이 인류의 몫이다.

다른 문화를 이해·포용해야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역사를 서로 고립된 미시문화가 네트워크를 이룬 글로벌 세계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네트워크화된 글로벌 인간들은 가족, 사회, 국가 간 차이를 뛰어넘어 많은 유사성을 갖는다. 그러나 표면적 유사성 이면에는 상당한 문화적 차이도 존재한다. 경제의 세계화 시대에 타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데 긴요하다. 필자는 40년간 외교 일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다양한 글로벌 현상을 이해하는 데 미력(微力)을 다할 것이다.

■글로벌리스트 박희권 교수는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졸업
▷제13회 외무고시 합격
▷스페인 왕립외교관학교 수석 졸업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 자치대 국제법 박사
▷외교부 조약국 국장
▷주유엔대표부 참사관
▷주제네바 대표부 공사
▷주유엔 차석대사
▷주페루 대사
▷주스페인 대사


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