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타인과 독서토론, 더 근사한 삶 만들죠"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난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사진)는 “회사가 커지는 속도보다 꿈이 커지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20~3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트레바리 회원을 100만 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했다.

올해 서른 살인 윤 대표는 2015년 9월 독서모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트레바리를 창업했다. 독서모임을 조직해 회원 회비로 매출을 올리는 사업이다. 첫 시즌은 조촐했다. 책의 장르나 토론 주제에 따라 나눈 4개 북클럽에 80명이 모였다. 두 번째 시즌엔 9개 클럽 175명, 그 다음엔 18개 클럽에 340명이 등록했다. 매 시즌 참가자가 두 배씩 늘었다. 지난 9월 시작한 일곱 번째 시즌엔 111개 클럽에 1700여 명이 등록했다.

윤 대표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졌지만, 생각은 다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 얘기를 나누고 친해질 수 있다는 것에 끌리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의 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 친구와 만나면 주로 옛날 추억을 나누고, 직장 동료와는 일 얘기만 하게 된다”며 “트레바리에서는 지금 내가 관심 있는 주제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30~40대 직장인이 몰린다”고 말했다.

윤 대표도 대학 시절 6년 동안 독서 모임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한 후 2014년 다음(현 카카오)에 입사했지만 이듬해 퇴사해 트레바리를 세웠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기술 기업에 들어갔고, 같은 이유로 독서 모임도 창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서 모임은 한 시즌(4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읽고, 트레바리가 제공하는 공간인 ‘압구정 아지트’에 모여 토론한다. 사회 명사를 클럽장으로 둔 클럽은 한 시즌에 29만원, 그렇지 않은 곳은 19만원을 내야 한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의 저자인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등이 이번 시즌 클럽장을 맡았다.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선 모임 이틀 전에 400자 이상 적은 독후감도 제출해야 한다.

윤 대표는 “지금은 내년 1~4월 진행되는 여덟 번째 시즌에 참여할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며 “정원도 3000명대로 늘리고 서울 안국동에 ‘안국 아지트’도 열었다”고 했다. “트레바리는 사회 명사와 만나는 비싼 사교 모임이 아니에요. 하지만 혼자선 읽지 않았을 책을 같이 읽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면서 지식과 생각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습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