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6일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가 11일 발표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0월31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봉인’하기로 한 양국 간 협의에 대해 중국 내 이견이 표출되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는 11일 “정상회담 후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드 이견…공동성명 채택 않기로

문 대통령은 14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 참석을 시작으로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간다. 이어 두 정상은 확대 및 소규모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도 별도 회동을 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양자 회담은 올 7월 독일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지난달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이뤄진 두 차례 정상회담은 다자회의를 계기로 양측이 별도의 시간을 내 만난 ‘약식’이었다면 이번 회동은 문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이뤄진다. 그래서 양국 관계의 현안을 놓고 보다 깊이 있고 가시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양국은 정상회담에 따른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공동언론발표문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사드 협의에도 중국 측이 사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공동성명에 양국 간 이견이 노출되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이 (사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서로 결합한 견해를 내놓을 상황이 아니어서 이번에 공동성명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하이닉스 진출한 충칭 방문

문 대통령은 오는 15∼16일에는 충칭을 방문한다. 충칭은 김구 선생이 이끈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가 있던 곳인 동시에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의 출발점이다.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기업과 협력업체가 다수 진출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은 양국의 민감한 현안인 사드와 북핵 문제보다는 양국 간 경제 교류를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가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 35곳·중견기업 29곳 동행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엔 주요 대기업 재벌 총수가 포함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대기업 35곳 △중견기업 29곳 △중소기업 160곳 △기관·단체 40곳 등 총 260곳 안팎의 국내 기업과 단체가 문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 경제사절단을 통틀어 최대 규모다.

대기업 오너 중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구자열 LS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이 동행하기로 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이원준 롯데 부회장,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대기업 전문경영인도 대거 포함됐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개인 일정으로 정택근 부회장이 대신 가기로 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대신 오인환 사장이, KT는 금융 계열사인 비씨카드의 채종진 사장이 참가한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총출동한다. 이어 김홍국 하림 회장,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진영환 삼익THK 회장, 이환성 세라젬 회장 등도 사절단에 합류한다.

경제사절단은 13~16일 현지에서 순차적으로 열리는 한·중 기업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일부 주요 기업 회장은 문 대통령과 차담회를 할 예정이다. 포럼 이후 열리는 중국 주최의 국빈만찬에는 대기업 CEO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