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라도 노후를 위해 저축하고 연금에 가입하는 등 ‘미래의 자신’에게 송금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빈곤퇴치 운동 전문가 후지타 다카노리 씨(35·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13년째 빈곤 생활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후지타 씨는 ‘2020 하류노인이 온다’란 책을 통해 일본 사회에 ‘하류 노인’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노후비용 추정…'미래의 나'에게 미리 송금을"
‘하류노인’이란 쉽게 말하면 빈곤 노인층을 뜻한다. 그는 하류노인에게 없는 세 가지를 정의했다. 첫째, 하류노인의 특징은 세대 수입이 없어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충분한 저축이 적거나 또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셋째, 중증의 질병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후지타 씨의 책이 발간된 2015년 일본에서 ‘하류노인’은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될 정도로 반향이 컸다. 일본에서만 30만 부가 발간되고 한국어를 포함해 3개 국어로 출간됐다.

후지타 씨는 “일본의 하류 노인이 최대 1000만 명에 이른다”며 “전체 인구의 26.7%가 만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이들 중 16%는 저축액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노인 빈곤비율은 20% 정도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우려가 있는 노인도 ‘넓은 범위의 하류 노인’에 속한다”고 했다.

한국도 노인 빈곤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 빈곤율은 46.9%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노후 대비에 대한 인식은 저조한 상태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국민 노후준비수준 조사’에 따르면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 분야의 노후 준비 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62.8점이며 이 가운데 재무분야(54.8점) 준비가 가장 부족했다.

후지타 씨는 “무엇보다 노후에 어느 정도 생활비가 들 것이며 이에 따른 예산 규모를 최대한 추정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축과 연금 준비도 중요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직업교육 등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노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해둘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일본에서는 고령자의 증가로 인해 사회복지 영역의 일손 부족이 심각하다”며 “요양사 자격을 취득해 일하는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타 씨는 특히 자신의 노후를 자식이 책임져줄 것이란 기대에 대해 “한마디로 말해 전근대적 가족시스템”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 기대감만으로는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후지타 씨는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해 자녀가 없어도, 자녀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적 연금 가입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저축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사망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만큼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연금에 가입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후지타씨는 노후 대비를 위해 지역 커뮤니티에서 서로 돕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회적 고립이 최대의 적”이라며 “생활협동조합, 노인 클럽, 종교 활동 등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동료가 생기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상담할 수 있다”며 “한국도 일본처럼 노후 시기의 ‘공조(共助)’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