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연말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 ‘위비코인’(가칭)을 발행해 디지털화폐 시장 선점에 나선다. 글로벌 은행들이 앞다퉈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자체 디지털화폐 발행을 추진 중인 가운데 우리은행이 국내은행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블록체인기술 업체인 데일리인텔리전스, 더루프와 ‘블록체인 및 디지털화폐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16일 맺었다. 우리은행은 두 회사와 손잡고 연말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검증하고, 디지털 화폐 위비코인을 시범 발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디지털화폐 진출… '위비코인' 발행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수많은 암호화 화폐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들썩거리는 가운데 우리은행도 기존에 보유한 ‘위비머니’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혀 디지털화폐 시장을 선점한다는 포석이다. 위비코인은 비트코인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지만 선불전자지급수단 방식으로 유통된다는 점에서 다른 가상화폐와 다르다. 선불교통카드 ‘티머니’처럼 충전한 뒤 전용 가맹점 등에서 결제하거나 사용자 간 송금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참가자 제한이 없는 개방형이라 가격 변동성이 크지만 위비코인은 우리은행과 가맹점, 사용자 일부만 공유하는 폐쇄형 블록체인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우선 연말에는 우리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사내 가맹점이나 스마트 자동판매기 결제를 통해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이 같은 테스트를 거쳐 기술검증이 끝나면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대학교로 위비코인 사용처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사용도 추진할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은 두 회사는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블록체인 시범사업체로 선정돼 이미 서강대, 고려대 등 대학과 인근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디지털화폐 ‘U코인’ 구축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단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위비꿀머니’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혀 활용해본 뒤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글로벌 은행에서도 자체 디지털화폐 개발이 한창이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는 독일 도이치뱅크,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미국 뱅크오브뉴욕멜론 등과 함께 ‘유틸리티 결제 코인’을, 씨티그룹은 자체 가상화폐인 ‘씨티코인’을 개발하고 있다. ‘유틸리티 결제 코인’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며 증권 거래에 이용되는 디지털화폐로 중앙은행과 바로 연결해 현금 환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 밖에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도 암호화된 디지털화폐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들이 당초 금융사기 등을 우려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 개발에 회의적이었지만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가 부각되면서 가상화폐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