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제휴를 맺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SK텔레콤 제공
17일 제휴를 맺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SK텔레콤 제공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과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상호 계열사 지분 취득 방식의 ‘사업 혈맹’을 맺고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한류 콘텐츠를 결합한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양사가 보유한 기존 사업 영역의 인프라와 경쟁력을 융합해 ICT 디바이스, 콘텐츠, 광고 등에 걸쳐 새로운 사업 영역을 공동으로 개척하기로 했다.

◆상호 계열사 투자로 ‘겹사돈’ 맺어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17일 상호 계열사 지분 인수를 통한 콘텐츠 사업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음향기기 전문 계열사 아이리버와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제작사 SM 컬처앤콘텐츠(SM C&C)에 각각 250억원과 65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SM엔터테인먼트는 계열사와 함께 아이리버와 SM C&C에 각각 400억원과 73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자로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각각 SM C&C와 아이리버의 2대 주주가 된다.

아이리버는 또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SM MC·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를 합병하고, SM 라이프디자인(SM LDC·아이돌 스타상품 판매사)을 300억원에 인수해 100% 자회사로 두게 된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의 광고사업 부문은 물적 분할돼 SM C&C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겹사돈' 맺은 SK텔레콤·SM엔터테인먼트
◆양사 CEO 올초 CES에서 의기투합

양사의 사업협력은 국내 통신사와 대형 연예기획사 간 첫 전방위 협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초고속 유·무선 통신망에 실어나를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에 주력해온 SK텔레콤과 콘텐츠 판매망 확대를 꾀하던 SM엔터테인먼트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엑소, 샤이니 등 아이돌 K팝 그룹을 둔 SM엔터테인먼트는 SM C&C를 통해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등 인기 스타의 매니지먼트와 각종 방송 콘텐츠 제작까지 담당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실무진에서 시작된 양사 간 사업협력 논의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만나 2시간가량 AI와 콘텐츠 결합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와 연예기획사라는 이종산업 간 융합을 통해 추진될 신사업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아이리버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아스텔앤컨’ 이어폰과 헤드셋에 인기 아이돌 엑소의 로고를 새긴 특화 상품을 출시하거나, 샤이니의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는 AI 스피커 등이 협업 제품으로 거론된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콘서트, 스타 팬미팅도 예상할 수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략적 제휴는 SK그룹의 신 경영 방침인 ‘딥 체인지 2.0’의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한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과 인프라가 SK는 물론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토대가 돼야 한다”며 사업 파트너들과 핵심 역량 및 인프라를 공유할 것을 주문했다.

올해 1월 취임한 박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제시한 ‘개방과 공유’ 사업전략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 사장은 평소 ‘항공모함론’을 강조한다. 그는 “혼자서 성공하는 시대는 갔고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대양에 돛단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며 “경쟁력을 지닌 기업들과 단단한 항공모함 함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