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달 현장 체험학습 과정에서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교사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 ‘현장 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잇따른 법적 분쟁으로 위축된 현장 체험학습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학교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구체적인 예방·안전조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학교안전법을 개정할 방침이다.하지만 교원 단체들은 이번 대책만으로 현장 불안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특례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부는 “고의·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특례 기준 자체가 모호해 다른 법적 분쟁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찬성] 교육부 대책에도 현장 불안 여전…책임 다했으면 형사처벌 제외해야2022년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는 현장 체험학습 기피 현상을 본격화한 계기가 됐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고, 춘천지방법원은 인솔 교사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사가 안전관리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교육계는 예기치 못한 사고까지 교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이 사건으로 교사들이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현장 체험학습은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 3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치원·초·중·고 교원 6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현장 체험학습을 계획대로 운영하는 학교는 51.7%에 그쳤다. 이동 거리를 줄여 축
지난달 미국 인공지능(AI) 로봇기업 피규어AI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피규어03’의 실시간 택배 분류 실험은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장 173㎝, 무게 60㎏의 로봇은 인간 개입 없이 택배물에 붙은 바코드를 식별해 정렬하는 반복 업무를 능숙하게 했다. 동일 사양 로봇 3대가 교대로 투입돼 200시간 연속으로 처리한 택배 물량은 24만9560개. 실험 도중 치러진 인간 작업자와의 10시간 맞대결에선 192개 차이로 아쉽게 패했다. 브렛 애드콕 피규어AI 최고경영자(CEO)는 X에 “인간이 이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인간과 휴머노이드의 대결은 흥미로웠지만 실험의 본질은 승패가 아니었다. 이번 시도는 휴머노이드가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장에 본격 투입될 가능성을 입증한 상징적 사건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생산 효율을 위해 공장 라인 전체를 새로 설계하고 개조해야 했다. 휴머노이드는 다르다. 인간 신체를 본떠 설계돼 기존 작업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이 일하던 자리에 로봇이 교대 근무자처럼 투입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공장 전체가 24시간 자율 가동돼 조명조차 필요 없는 ‘다크 팩토리’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AI 기술 발전과 맞물린 휴머노이드 진화는 산업 사회를 지탱한 인간 노동 중심의 경제 질서가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숙련 노동자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그러나 AI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작업 과정을 신경망으로 학습한다. 한 대의 로봇이 기술을 익히면 그 경험은 곧 데이터가 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수만 대의 로봇에 즉시 공유된다. 평생
엘니뇨.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또는 ‘아기 예수’를 뜻하는 이 단어는 19세기 페루 어민들의 소박한 신앙에서 유래됐다. 매년 크리스마스 무렵 차가운 바다에 난류가 흘러들면 물고기 떼가 자취를 감췄고, 어민들은 잠시 고기잡이를 멈추고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이를 아기 예수가 내려준 축복으로 여겼다. 오늘날 기상이변의 상징이 된 엘니뇨도 처음에는 이렇게 안식을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자연 현상으로 통했다.현대 기상학 관점에서 엘니뇨는 적도 부근 무역풍이 약화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특정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넘게 지속될 때 그 첫 달이 시작점이 된다. 통상 3~4년 주기로 나타나 2년 가까이 지속된다.1997년 발생한 강력한 엘니뇨는 엘니뇨라는 단어는 물론 기후 위기의 위협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지구 대기순환 체계가 흔들리면서 북남미와 동남아시아 지역 곳곳에 이상고온, 폭우와 가뭄, 산불 같은 재해가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이듬해 여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1조원가량의 재산 피해가 나면서 외환위기 고통을 가중시켰다.그제 세계기상기구(WMO)는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더웠던 2023년 기록이 다시 깨질 것이라는 내용의 기후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 기상청 주도로 한국 기상청 등 세계 13개 기관의 기후예측모델 250개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근거는 태평양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슈퍼 엘니뇨다. 최근 수주간 태평양 수온이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유럽중기예보센터등 해외 기관들은 올해 수온 상승폭이 3도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상 관
줄 서기를 꺼리는 미국인들조차 주말 아침이면 기꺼이 ‘오픈런’에 나서는 곳이 있다. 텍사스의 유명 바비큐 전문점들이다. 이름난 가게 앞에는 새벽부터 가족과 연인들이 캠핑 의자까지 들고나와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텍사스 바비큐는 거친 저항과 개척의 역사, 지역 정체성이 녹아 있는 소울푸드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사람과 기억, 공동체를 이어주는 문화로 대우받는다.정통 텍사스 바비큐는 고기를 즐기던 멕시코 원주민의 조리법과 훈연 기술에 능숙한 독일 이주민의 장인정신이 어우러진 결과다. 대형 화로에서 직화가 아니라 참나무를 태운 연기와 열기만으로 고기를 익힌다. 100~120도의 온도를 유지하며 최소 10시간 이상 훈연하는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다.텍사스 바비큐 식당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은 단연 브리스킷(소 차돌양지)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질긴 부위인 브리스킷을 얼마나 잘 손질하고, 훈연 과정에서 그 안의 젤라틴을 끌어내 부드러운 식감을 내느냐가 관건이다. 소금과 후추, 겨자 등 가게마다 고유한 배합의 기본양념을 사용하지만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절제하는 게 원칙이다.안타깝게도 ‘바비큐 성지’로 통하는 텍사스의 오래된 바비큐 전문점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어제 워싱턴포스트는 소고기값 급등을 견디지 못한 텍사스 지역 바비큐 가게의 잇단 폐업 기사를 실었다. 지난달 기준 미국 내 브리스킷 평균 소매가격은 파운드(약 450g)당 9.6달러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뛰었다. 2024년 말에 비해선 세 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가격 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오랜 가뭄에 따른 목초지 감소와 사료 가격 급
대한민국 해군의 잠수함 개발사는 무한도전의 드라마다. 북한의 수중 위협이 본격화한 1970년대 후반 정부는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비밀리에 잠수함 개발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특수선 용접 기술을 익힌 기술자들의 헌신과 전폭적인 예산 지원에 힘입어 1983년 경남 마산 코리아타코마 조선소(현 HJ중공업)에서 한국 최초의 잠수정 ‘돌고래 051함’이 탄생했다. 150t급(길이 30m) 소형 잠수정으로 세 척이 건조돼 해군 수중 작전의 기초를 닦았다.한국 잠수함 전력은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도약기에 접어든다. 1993년 중형 잠수함 전력 확보를 위해 독일 하데베(HDW)의 잠수함(1200t급 장보고함)을 도입했다. 초도 함은 직수입했지만, 2호 함부터는 국내 면허생산 방식으로 건조하며 핵심 기술 이전도 함께 이뤄졌다. 단순 구매에 그치지 않고 기술을 축적하며 국산화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그 결실이 2018년 진수한 3000t급 도산안창호함이다. 한국이 독자 설계·건조한 중대형 잠수함이다. 세계 디젤 잠수함 최초로 수직발사관(VLS)을 장착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능력을 확보한 게 특징이다.최근 도산안창호함이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국산 잠수함 중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하며 최장 항해 기록을 경신(1만4000㎞)한 것이다. 올 3월 25일 진해군항을 출항해 괌과 하와이를 거쳐 지난 24일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했다.이번 태평양 횡단 성공은 K잠수함의 잠항 능력과 정비 신뢰성을 실전에서 입증했다는 의미가 크다.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예정된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사업(CPSP)에서 결정적인 경쟁 우위 요소가 될 전망이다. 현재 최종 후보는 한화오
지난달 충남 계룡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학교 담장 안에서 교육적 훈육이 무력해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범죄에 가까운 교권 침해가 반복되면서 무너진 교실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록해 가해 학생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생기부 기재라는 강력한 수단이 있어야 예방 효과가 생긴다는 논리다.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물론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진보 성향의 교육 단체와 일부 전문가는 생기부 기재가 낙인 효과를 초래해 학생들의 장래를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교폭력과 마찬가지로 생기부 기재를 막기 위한 학부모의 법적 소송으로 교사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찬성] 무너진 교실…위협받는 교사, 다수의 학습권 보장 위한 예방 장치교권 침해 사실의 생기부 기재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조차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2023년 9월 국회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의 핵심 내용에서 생기부 기재 조항은 최종적으로 제외됐다.교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지역 초중고 교사 24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최근 1년 새 정서·행동 위기 학생으로 인한 수업 방해나 교권 침해가 늘었다”고 답한 교사는 전체
지난달 충남 계룡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학교 담장 안에서 교육적 훈육이 무력해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범죄에 가까운 교권 침해가 반복되면서 무너진 교실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록해 가해 학생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생기부 기재라는 강력한 수단이 있어야 예방 효과가 생긴다는 논리다.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물론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진보 성향의 교육 단체와 일부 전문가는 생기부 기재가 낙인 효과를 초래해 학생들의 장래를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교폭력과 마찬가지로 생기부 기재를 막기 위한 학부모의 법적 소송으로 교사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찬성] 무너진 교실…위협받는 교사, 다수의 학습권 보장 위한 예방 장치교권 침해 사실의 생기부 기재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조차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2023년 9월 국회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의 핵심 내용에서 생기부 기재 조항은 최종적으로 제외됐다.교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지역 초중고 교사 24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최근 1년 새 정서·행동 위기 학생으로 인한 수업 방해나 교권 침해가 늘었다”고 답한 교사는 전체의 52.
스페인 문화권에서 광장(plaza)은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치·종교·상업·공동체 생활이 교차하는 도시의 심장이자 삶의 중심 공간이다. 고대 로마의 포럼(forum) 전통과 중세 가톨릭 문화, 이슬람 세력과의 오랜 대결 과정에서 형성된 강한 도시 공동체 의식이 결합해 만들어낸 유산이다.이 같은 광장 문화는 스페인제국이 아메리카 신대륙에 건설한 식민지에도 그대로 이식됐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는 1573년 ‘인디아스 조례’를 통해 식민 도시 설계의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도시 중심에 광장을 조성하고 그 주변에 성당과 총독부, 군사 시설을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권력을 시각적으로 조직하고 통치 질서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설계됐다. 멕시코시티 소칼로광장(멕시코), 부에노스아이레스 마요광장(아르헨티나) 등이 대표적이다.이 중 축구장 8개 면적의 소칼로광장은 도심형 광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급이다.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1521년 아즈텍제국을 멸망시킨 뒤 거대한 신전을 허물고 그 광활한 터를 그대로 도시 중심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광장 동쪽의 대통령궁(국립궁전)은 식민지 시절 스페인 부왕(副王) 관저로 사용되다가 1821년 독립 후 행정수반이 머무는 곳이 됐다. 이 건물 2층 중앙 발코니는 멕시코 근현대사의 상징적 장소로 꼽힌다. 매년 독립기념일 전야인 9월 15일 밤 대통령이 나와 “비바(영원하라), 멕시코”를 외치는 곳으로 유명하다.그제 이 역사적 공간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 당당히 서 있던 방탄소년단(BTS) 멤버 7명의 모습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발코니 아래 소칼로광장을
유엔군과 북한군의 처절한 고지전이 한창이던 1951년 9월. ‘철의 삼각지대’ 한탄강 유역(철원~연천) 중부 전선에 주둔하던 유엔군 병사 사이에 정체 모를 전염병이 퍼졌다. 고열·오한에 붉은 반점이 온몸에 나타나고, 신부전과 혈뇨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속출했다. 당시 유엔군 병사 3000명 이상이 감염됐고 이 중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미국 국방부는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 공격을 의심하며 이 지역에 역학 조사관들을 급파했지만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전쟁이 종결되고도 이 전염병은 특정 병명이 아니라 ‘한국형 출혈열’이란 일반 명사로 기록됐다.이 미스터리는 이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 한국 미생물학자가 풀었다. 이호왕 고려대 의대 교수는 1976년 한탄강 일대에 서식하던 등줄쥐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분리했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한탄강의 이름을 따 이를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라고 명명했다. 이후 같은 계통에 속하는 바이러스군을 통칭해 ‘한타바이러스(Hantavirus)’라고 부르게 됐다.이 전염병은 설치류의 배설물·타액에 들어있는 바이러스가 먼지와 함께 공중에 떠다니다가 사람 호흡기로 들어와 감염된다.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낮지만 남미 지역의 ‘안데스 변종 바이러스’는 드물게 사람 간 전파 사례도 보고된다.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를 떠나 남극, 아프리카, 남미를 운항하던 네덜란드 국적 호화 크루즈에서 승객 8명이 잇달아 한타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나타냈고 이 중 3명이 숨졌다. 추가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주변국의 입항 거부로 23개국에서 모인 승객과 승무원 등 149명이 한 달 넘게 대서양에 고립돼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30)가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 마라톤’에서 1시간59분30초를 기록하며 인류 최초로 공식 대회 ‘서브2’(Sub-2·마라톤 풀코스 2시간 이내 완주) 시대를 열었다. 그동안 마라톤의 ‘2시간 벽’은 인간의 심폐능력과 근지구력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승자 사웨는 물론 2위로 들어온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1시간59분41초)도 서브2에 성공했다.마라톤 기록은 선수 컨디션과 코스 난도, 날씨 등 수많은 요인이 얽혀 만들어진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술이라는 변수가 하나 더해졌다. 스포츠용품 제조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만든 ‘슈퍼러닝화’다. 이번 대회 1, 2위인 사웨와 케젤차 모두 아디다스의 ‘아디오스 프로 에보3’를 신었다. 신발 한 짝 무게가 97g으로 기존 모델보다 30% 가볍다.마라톤 역시 냉혹한 스포츠 비즈니스 법칙이 지배한다. 80조원 규모의 세계 러닝화 시장을 둘러싼 기술·마케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슈퍼러닝화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아디다스의 숙적 나이키였다. 나이키 후원을 받은 케냐 출신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는 201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네오스 1:59 챌린지’에서 1시간59분40초로 2시간 벽을 깼다. 하지만 페이스메이커 41명이 동원되는 등 규정을 어겨 공식 세계 기록으론 인정받지 못했다.당시 킵초게가 신은 나이키 러닝화 역시 기술 도핑 논란에 휩싸였다. 석 장의 탄소섬유 판을 밑창에 깔아 반발력을 높였다. 논쟁이 계속되자 세계육상연맹(WA)은 이듬해 특정 선수를 위한 맞춤형 제작 운동화 사용을 금지했다. 대회용 러닝화의 밑창 두께는 40㎜
정부가 이른바 ‘4세·7세 고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영유아 사교육 열풍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1일 ‘아동발달권 보호를 위한 영유아 사교육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만 3세(36개월) 미만 영유아를 상대로 한 사설 학원의 ‘지식 주입형 교습행위’(인지교습)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만 3세 이상에게는 하루 3시간을 넘는 인지교습을 막는다.강압적 인지교습에 초점을 맞춘 유치원 교육을 놀이 중심 교습으로 바꿔 영유아의 정서 발달을 돕겠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인지교습과 놀이 중심 교습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사교육 시장에 개입하는 건 자유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찬성] 창의적 두뇌 발달이 중요한 시기…도가 넘는 조기 경쟁 심화시켜 교육부가 손보려는 영유아 학습의 유해교습 행위는 △비교·서열화 △3세 미만 대상 인지교습 △3세 이상∼취학 전 대상 장시간(1일 3시간 초과·1주 15시간 초과) 인지교습이다. 비교·서열화란 말 그대로 학원생들의 학업 성취력을 서로 비교해 등수를 매기는 것이다. 영유아기는 전 생애에 걸친 인지 감성 사회적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여서 개별 유아의 다양한 특성이 발현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인지교습은 교과목 위주(문자·언어·수리)의 지식을 습득시키기 위한 주입식 교습 행위를 의미한다. 교육부는 “‘A는 Apple’이라고 칠판에 적고 아이들이 크게 10번씩 따라 읽게 하거나, 알파벳 쓰기 워크북 등을 매일 일정량 채우게 하는 경우”를 인지교습의 예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초기인 2022년 4월 8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을 공격해 민간인 58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집속탄 탄두를 장착한 토치카-U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세력의 자작극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미사일 잔해에 러시아어 문구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집속탄은 하나의 모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자탄 수백 개를 강철비(steel rain)처럼 쏟아붓는 무차별 살상 무기다. 특정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대신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한다. 이 사건처럼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파괴 효율성만 높인 비인도적 무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집속탄이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결정적 이유는 불발탄 때문이다. 땅에 떨어진 자탄 중 상당수는 폭발하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땅속에서 숨죽이다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노리는 죽음의 덫이 된다.이런 이유로 2010년 ‘집속탄 금지 국제협약(CCM)’이 발효됐지만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군사 강국들은 지정학적 안보 위협을 이유로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도 서로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할 필수 억제 자산으로 집속탄을 보유하며 협약 가입을 미루고 있다.북한이 지난 19일 동해상으로 집속탄 탄두를 실은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화성-11라’ 5기를 시험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표적이 된 섬을 중심으로 자탄이 소용돌이치듯 쏟아지는 장면을 공개하며 13㏊(축구장 18개 규모) 면적을 강
미국의 부통령 제도는 본래 대통령 유고(有故)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설계됐다. 대통령의 사망이나 사임 등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권력 공백을 즉각 메우기 위한 목적이다. 강력한 대통령제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 장치인 셈이다. 1804년 수정헌법 제12조를 통해 현재와 같은 러닝메이트 방식 동반 선출제가 확정됐다.‘영원한 2인자’ 부통령의 입지는 예나 지금이나 모호하다. 존 애덤스 초대 부통령은 “인간이 고안한 가장 보잘것없는 자리”라고 한탄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내리 8년간 부통령을 지냈는데 오바마 그늘에 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작 2016년 대선에서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바이든 대신 힐러리 클린턴을 공개 지지했다.미국 부통령의 비애는 숙명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젊은 에이브러햄 링컨’이라고 치켜세우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적통으로 낙점했다는 JD 밴스 부통령의 입지가 흔들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공화당 차기 주자를 묻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비공식 여론조사에서 밴스 부통령은 1년 전에 비해 8%포인트 빠진 53% 지지율로 1위를 지켰다. 눈에 띄는 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급부상이다. 지난해 3%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35%로 밴스 부통령 턱밑까지 치솟았다. 전통적으로 고립주의(국외 군사 개입 반대) 성향인 마가 노선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밴스 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도 초강경 고립주의자로 분류된다. 이번 이란과의 전쟁 초기 군사적 개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런 그를 종전 협상 책
지난 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한 수컷 늑대 ‘늑구’의 수색 작업이 1주일을 넘겼다. 늑구는 전기 울타리 아래 흙을 파낸 뒤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탈출 당일 늑구가 인근 초등학교 앞 6차로를 배회하는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지만 인공지능(AI)으로 조작한 허위 제보로 밝혀졌다.다음 날인 9일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드론 열화상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지만 이후 5일간 행적은 다시 묘연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어떤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늑구 역시 무사히 안전하게 돌아오길 기원한다”고 썼다. 그러다 14일 새벽 동물원에서 1.8㎞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돼 생포 작전이 벌어졌다. 마취총을 피한 늑구는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대전 오월드에서 야생동물이 탈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는 여덟 살 암컷 퓨마 ‘뽀롱이’가 사육사 실수로 열린 문으로 탈출했다가 4시간 만에 산탄총에 사살됐다.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소집될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사건이다. 마취총에 맞은 뽀롱이를 사살한 것과 관련해 경찰의 과잉 대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책임자 처벌과 동물원 폐쇄를 주장하는 항의가 빗발쳤다.늑구 수색이 장기화하면서 관련 기사 댓글에는 “차라리 잡히지 말아라” “자유로운 산의 주인이 되길…” 같은 연민 가득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늑구 위치 추정 앱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누군가 이를 ‘늑구 현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좁은 동물원 우리를 벗어난 늑구의 탈출에서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읽어내고, 약자에 대한 인도적 연대감을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MMA)단체 UFC는 단순한 격투기를 넘어 극한투쟁의 서사를 담은 스포츠 콘텐츠를 생산한다. 80여 개국 출신 선수들이 최후의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싸운다. 매년 40회 이상 대형 라이브 대회가 열리는데, 연간 방송 중계권료만 1조원이 넘는다.UFC의 출발은 초라했다. 1993년 열린 UFC 첫 대회는 말 그대로 막싸움이었다. 체급 구분, 라운드 제한이 없었다. 보호 글러브도 의무가 아니었다. 눈 찌르기와 물어뜯기 등 일부 공격만 제외하고 모든 게 허용되는 원초적인 경기였다. 미국 36개 주가 대회 개최와 방송 송출을 금지했다.2001년 대회 장소조차 구할 수 없던 UFC에 손을 내민 건 당시 부동산 임대업을 하던 도널드 트럼프였다. 자신이 운영하는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 타지마할리조트를 흔쾌히 내줬다. UFC는 이를 발판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20년 넘는 인연을 유지하며 선거 때마다 후원금과 지지 연설로 보답했다.트럼프 역시 UFC를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격투 무대에 오르는 전사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영하며 정치적 위기 때마다 강인함과 결단력을 부각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2019년 11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조사가 한창이던 시기에 대통령 신분으로 처음 UFC 경기장을 찾았다. 2024년 6월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제 미국과 이란의 정전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에도 그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UFC 경기장 맨 앞줄에 앉아있었다.UFC는 오는 6월 14일 백악관 잔디광장에서 ‘프리덤 250’ 야외 라이브 경기를 열 예정이다. 미
마스터스는 매년 4월 둘째 주에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매년 같은 코스에서 경기를 치른다. 전통과 품격이라는 변치 않는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그런데 마스터스에도 매년 변하는 게 하나 있다. 우승 상금이다. 대회 메인 스폰서를 두지 않는 마스터스는 입장료, 방송 중계권료, 기념품 판매액 등 대회 수입을 감안해 매년 우승 상금을 정한다. 그해 예상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대회 셋째 날(3라운드) 상금 규모를 발표하는 이유다. 대회 흥행에 따라 상금이 달라지는 구조다.대회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입장권·기념품 판매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대회 1주일간 기념품 판매만으로 7000만달러(약 10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입장권 역시 없어서 못 산다. 입장권 가격은 160달러(약 24만원)지만 재판매 시장에선 최대 8000달러(약 1180만원)에 거래된다.매출 호조에 우승 상금도 매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작년 우승 상금은 420만달러(약 62억원)로 처음 400만달러를 넘어섰다. 전년도 360만달러에서 껑충 뛰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450만달러(약 67억원) 안팎까지 오를 전망이다. 마스터스 통산 상금 1위는 세 번 우승한 필 미컬슨이다. 대회에 32번 출전해 987만달러(약 146억원)를 벌었다. 2위는 5회 우승한 타이거 우즈(964만달러), 3위는 로리 매킬로이(854만달러)다.마스터스 창설자인 보비 존스는 미국 애틀랜타 출신 변호사이자 아마추어 골퍼였다. 뛰어난 실력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었지만 “상금이나 동반자가 아니라 ‘올드맨 파’(코스 정규 타수)가 내 경쟁 상대”라며 끝까지
역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는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임명한 폴 볼커였다. 당시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란혁명 이후 2차 오일쇼크와 달러 약세가 겹치며 물가가 13% 넘게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졌다. 볼커 의장은 취임 후 연 10%이던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연 20%까지 끌어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두 자릿수이던 물가상승률은 1983년 3.2%로 급락했다.대가는 혹독했다.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이 뒤따랐고, 고금리에 짓눌린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워싱턴DC로 몰려들었다. 잇단 살해 위협에 볼커 의장은 항상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다녔다.과도한 통화 긴축은 선거에 악재지만 정권은 개입하지 않았다. 카터 대통령은 물론 후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역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존중했다. 장기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고통스러운 선택은 1990년대 미국의 장기 호황 ‘롱 붐(The long boom)’의 초석이 됐다.한동안 잊힌 인플레 파이터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지난 6주간의 중동전쟁은 세계 경제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에너지 수송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막히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엔 깊은 균열이 갔다. 그 여파로 인한 고유가·고환율은 전방위로 물가 압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8일 2주 휴전에 합의하며 대파국은 일단 피했지만, 협상의 향방은 안갯속이다. 종전 기대는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2주라는 시간이 단순한 ‘시간 벌기’에 그친다면 이 전쟁은 더 큰 소용돌이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설령 종전 합의에 이르고 호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와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이어왔다. 2008년과 2014년 지상군을 투입한 전면전에 나서며 “적의 뿌리를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땅굴 게릴라전에 뒤통수를 맞았고, 소탕이 끝난 자리에 어김없이 재등장하는 제2, 제3의 조직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정치·행정 조직이자 군사 조직이며, 동시에 이데올로기이기도 한 하마스를 무력만으로 제거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20년 가까이 이어진 도발과 보복의 악순환 속에서 이스라엘군은 결국 일정 수준 이상으로 축적된 하마스의 군사력을 공습해 위협의 싹을 주기적으로 억제하는 현실적 해법을 택했다. ‘잔디깎기(mowing the grass) 전략’으로 알려진 갈등 관리 방식이다. 상대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기보다 군사 능력을 주기적으로 약화시켜 위협 수준을 관리하는 전략이다. 무성하게 자란 잔디만 일정 높이로 깎는 식으로 긴장을 통제한다는 의미다.미국과 이란이 어제 파키스탄의 중재로 2주간의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제시한 10개 종전안이 향후 협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핵농축 권리 인정,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부과 등은 미국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워 난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번 전쟁이 ‘핵 위협 제거’ ‘중동 질서 재편’ 등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내세운 거창한 목표와 달리 초라한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란의 군사력을 적정 수준에서 억제하고 빠지는 잔디깎기 전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다.잔디깎기 전략은 압
인류가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지구 전체 모습을 촬영한 것은 1972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17호 우주비행사들은 그해 12월 7일 지구를 떠나 달로 향하던 중 태양을 등지고 사진을 찍었다. 지구에서 2만9000㎞가량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포착한 둥근 지구의 초상이었다. 지금까지도 지구의 가장 완벽한 증명사진으로 불리는 ‘블루마블(The Blue Marble)’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컴컴한 우주 공간에 둥실 떠 있는 푸른색 빛나는 구슬. 이렇게 붙여진 블루마블은 광활한 우주 속 지구의 존재를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사진에 담긴 붉은 아프리카 대륙과 순백의 남극 빙하, 이 모두를 포근하게 감싸 안은 구름의 소용돌이는 인류에게 잊기 힘든 시각적 충격을 안겼다. 국경도, 인종도 보이지 않는 지구의 전경은 세계가 결국 같은 운명을 공유한 공동체임을 일깨웠다. 경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금방이라도 깨질 듯 연약해보이는 모습은 1970년대 태동하던 환경 운동에도 강력한 영감을 불어넣었다.지난 4일 NASA의 유인 달탐사선 아르테미스2호가 보내온 지구 사진 4장이 공개됐다. 아폴로17호 이후 54년 만에 인류가 우주 공간에서 직접 촬영한 지구의 완전체 모습이다. 달의 전이궤도 진입 이후 촬영된 사진에는 북극과 남극 부근에서 발생한 두 개의 오로라와 우주 공간의 미세먼지가 태양빛을 반사해 나타나는 황도광이 동시에 포착됐다. 지구의 일부만 빛을 받아 초승달처럼 드러난 모습 그리고 멀리 작은 점으로 찍힌 달의 모습까지 담겨 있다. 조종사 빅터 글로버는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는 아름답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든, 어떻게 생겼든 하나의 인류”라고 소감을
정부가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설비가 밀집한 영호남권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고, 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수도권은 비싼 전기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낡은 송전망에 부담을 주는 전력 과부하를 줄이고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유도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연내 추진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현재 국내 전력은 주로 해안가 원전이나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돼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송전 손실과 선로 건설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산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기업들은 전기료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찬성] 전력 소비의 '수도권 쏠림' 해소…기업 이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게 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요금 체계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막대한 송전망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직접 연동하는 구조다. 발전소와 인접할수록 요금을 낮추고 원거리일수록 높은 요금을 매기게 된다. 대규모 발전시설이 주로 지방에 편중된 국내 전력생 태계를 고려할 때 전력 자립도가 낮은 수도권보다 지방 소재 기업들의 요금 수혜 폭이 늘어날 전망이다.한국의 국가 전력 시스템은 지방에 있는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거대 송전망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하는 전형적인 중앙 집중형 구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은 확보했지만, 전력 소비의 수
“술 마신 다음 날 영혼을 달래주는 완벽한 음식(The ideal hangover cure).”미국의 한식 체인점 ‘북창동 순두부(BCD Tofu House)’의 대표 메뉴인 순두부찌개를 설명한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이다. 보글보글 끓는 빨간 국물 뚝배기 한가운데 톡 깨 넣은 날달걀 하나. 윤기 흐르는 돌솥밥에 정갈한 반찬들. 정확히 30년 전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1세대 K푸드다.세 아들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태로·이희숙 부부는 1996년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이 있는 버몬트애비뉴에 북창동 순두부 1호점을 냈다. 가게 이름은 친척 어른의 두부 음식점이 있던 서울 북창동에서 따왔고, 영문명도 약자인 BCD로 등록했다. 개점 당시만 해도 낯설던 돌솥밥, 누룽지가 현지 한인은 물론 중국계 이민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순식간에 지역 명소가 됐다.이런 인기에 힘입어 이듬해부터 라스베이거스 등 LA 인근 도시는 물론 뉴욕으로까지 지점을 확장했다. 현재 미국 12개 도시에 13개 매장, 800여 명의 직원을 둔 중견 외식기업으로 성장했다. 1998년 서울 마포점을 시작으로 명동과 인천에도 한때 체인점을 내고 운영했다. 국내에서 북창동 순두부라는 이름만 본뜬 유사 프랜차이즈가 성행할 정도로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북창동 순두부 창업자 이태로 회장이 지난 8일 LA에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1937년생인 이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9세에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1989년 미국으로 이민 가기 전까지 부인 이희숙 사장(2020년 별세)과 서울 영등포에서 함흥냉면가게를 운영하며 사업 경험을 쌓았다.K푸드 전성시대다. 한류의 기세와 맞물려 한국 음식이 세계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체험하고 즐기는 영상은 늘 인기가 있다. ‘K소울푸드’ 삼겹살 먹방도 예외는 아니다. 617만 구독자를 둔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의 수백 개 콘텐츠 중 삼겹살 관련 영상은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한다. ‘삼겹살을 처음 먹어 본 영국인의 반응’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 2400만 회를 넘어섰다. 소박하고 부담 없는 한국 서민 음식에 감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느끼는 묘한 뿌듯함 때문일 것이다.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유별나다. 2024년 기준 1인당 육류 소비량(60.1㎏) 중 돼지고기가 절반(30㎏)을 차지하는데 이 중 삼겹살 비중이 70%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정된 부위를 집중 소비하다 보니 국내 도축 물량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칠레 등에서 국내 소비 물량의 30% 정도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대한민국 삼겹살 전성시대의 시작점은 1976년 ‘소고기 파동’이었다. 1970년대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국민 소득이 늘면서 육류 소비가 폭발했다. 하지만 당시 한우는 식용(육우)보다 농경용(역우) 성격이 강했다. 전국적인 사육 규모와 도축 시스템 모두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공급이 달리자 소고기값은 치솟았고 서민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때 소고기의 빈자리를 파고든 게 일본에 수출하던 냉동 돼지 부분육, 삼겹살이다. 가족 외식이나 직장 회식 메뉴도 소고기 등심을 얇게 썰어 소금과 후추에 찍어 먹던 로스구이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삼겹살로 바뀌어 갔다.반세기 동안 절대적인 사랑을 받은 삼겹살은 이제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기준 삼겹살 1인
언제 들어도 가슴 저릿한 한민족의 노래 아리랑. 이 구전 가락이 기록 매체에 처음 녹음된 건 130년 전인 1896년 7월 24일이다.미국 인류학자 앨리스 플레처는 당시 워싱턴DC에 체류하던 젊은 조선인 유학생 세 명을 집으로 초대해 우리 민요와 동요를 에디슨 유성기에 담았다.미국 의회도서관이 소장한 원통 음반 6개에는 11곡의 노래가 실렸는데 이 중 3곡이 아리랑이다. 서툴고 떨리는 음색으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부른 심경은 어땠을까.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명운이 위태로운 조국 걱정,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인 절망의 마음 아니었을까.아리랑의 기원은 분명치 않다. 유래에 대한 설도 많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왕비 알영을 찬미하며 ‘알영 알영’이라고 부르던 노래가 아리랑으로 변했다는 알영설이 대표적이다. 우리말 고어에서 뿌리를 찾는 해석도 있다. 아리랑의 ‘아리’는 ‘고운’이라는 뜻의 옛말이고 ‘랑’은 ‘임’을 가리킨다는 것이다.분명한 것은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자양분 삼아 자라난 질긴 생명력의 결정체라는 점이다. 프랑스 문화인류학자 클로테르 라파유는 “아리랑은 음과 양, 슬픔과 기쁨, 사랑과 미움 같은 대립적 감정이 조화를 이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그 아리랑이 2026년 봄, 광화문의 함성으로 피어난다. 멤버 일곱 명이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복귀한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공연을 펼친다. 3년9개월 만에 내놓는 정규 5집 앨범명은 ‘아리랑(ARIRANG)’이다. 한국에서 출발한 그룹의 정체성과 마음속 깊이 자리한 그리움, 사랑을 음악에 담고자 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3주째 접어들면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때 전 거래일 대비 30% 넘게 오른 119.48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유 선물가격이 100달러를 돌파한 건 2022년 7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미국에 대한 보복책으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게 결정적 요인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생태계에 직격탄이다. 정부는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일종의 시장가격 통제 정책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찬성] 유가 충격파에 흔들리는 韓 경제…석유류 최고 공급가 설정 '초강수' 자연재해, 전쟁 등 비상사태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은 사실상 원유 전 물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긴다. 당장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에 따른 경상·무역수지 적자와 전방위적 물가상승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유가 충격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정부가 내세운 올해 2% 성장률 목표 달성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중동전쟁 발발 이후 말 그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휘발유·경유 가격은 L당 각각 1949.53원, 1971.53원으
동계올림픽 종목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레이스는 루지다. 썰매에 누워 얼음 트랙을 내려오는 루지는 최고 속도가 시속 150㎞를 넘어 ‘빙판 위 F1(포뮬러원)’으로 불린다. 루지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다른 썰매 종목과 달리 1000분의 1초까지 따져 순위를 가린다. 미세한 움직임 하나가 경기 결과를 가른다.체격과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각국 선수들의 승부는 코스 곳곳에 배치된 커브 구간에서 결정된다. 각 커브의 기울기와 꺾임에 맞춰 최적의 진입 라인을 선택해야 한다. 트랙 안쪽을 파고들어 최단 거리로 빠져나가는 ‘인코스 전략’과 감속을 최소화하며 길게 돌아나가는 ‘아웃코스 전략’ 중 하나다. 기록이 뒤처진 선수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커브 바깥쪽인 아웃코스뿐이다. 더 긴 거리를 주행해야 하지만 원심력을 이용해 속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어지는 직선 구간에서 추월의 동력을 얻는다. AI 대커브 구간 들어선 세계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커브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모든 것이 AI와 결합하는, 말 그대로 AI 시대가 열렸다. 반도체, 로봇, 에너지, 국방 등 AI와 맞물린 핵심 산업 패권을 놓고 각국은 루지 경기의 코너링처럼 숨 가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원천기술 분야에선 미국과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앞세워 가장 짧고 효율적인 인코스를 선점했다. 무모한 전면전은 승산이 없다. 속도를 잃지 않으면서도 반격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아웃코스 전략을 짜야 할 때다.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 인프라에 AI를 결합하는 ‘산업 AI 대전환(AX)’ 영역은 우리가 승부를 걸어야 할 분야다. 공정 자동
지구에서 253억㎞. 인간이 만든 어떤 물체도 닿지 못한 미지의 공간을 미국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비행하고 있다. 1977년 발사돼 비행 49년째인 보이저 1호는 올해 드디어 ‘1광일(光日)’ 경계에 이른다. 빛의 속도로 꼬박 하루를 가야 닿을 수 있는 거리(259억㎞)다.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1AU)의 160배에 달하는 경이로운 여정이다.보이저 1호는 인류사 최초로 태양권(heliosphere)을 넘어 별과 별 사이 공간인 ‘성간 우주’(interstellar space)에 진입했다. 무려 반세기 가까운 비행을 가능케 한 기술은 원자력 배터리(RTG)다. 플루토늄-238이 자연 붕괴하며 내뿜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이 장치는 미국 민간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개발했다. 이 ‘심장’이 없었다면 성간 우주는커녕 목성의 대적점과 토성 얼음 고리의 정체도 여전히 상상 속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축적의 시간미국이 올해 본격 추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역시 50여 년 전 아폴로 17호가 남긴 유산의 연장선이다. 1972년 아폴로호 승무원들이 채취해온 700여 개 암석 샘플은 달 남극 자원 탐사의 이정표가 됐다. 이처럼 우주 탐사는 당장의 효율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보상이 불확실한 우주로의 항해에 기꺼이 자원을 투입한 그 시대의 전략적 결단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기술 진보의 원동력이 됐다.한국 정부는 작년 11월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발판 삼아 올해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본격화하며 2032년 무인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세웠다.최근 우주항공청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무인 달 착륙선이 2032년에야 가느냐, 남들은 사람도 보내는 시대인데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가 지난 8월 미국 뉴욕시에서 로보택시 시험운행을 시작했다. 운행 허가는 한 차례 연장돼 총 8대 차량이 연말까지 도심 곳곳을 누비며 실증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웨이모 자율차의 뉴욕 주행은 단순한 지역 확장이 아니다. 기존 운영 도시(샌프란시스코 기준)보다 인구가 10배 이상 많은 초거대 도시로의 진출은 그만큼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확신한다는 의미다. 이 자신감의 배경에는 2020년 이후 5년간 미국 서부 5개 도시에서 축적한 1500만 건 이상의 자율주행 탑승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뒷걸음질치는 K자율주행자율주행 기술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갈린다. 사람과 사물을 정확히 구분하고, 복잡한 교통 환경을 파악하려면 방대한 양의 원본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술은 정교해진다. 한 도시에서의 성공적인 기술 적용은 다른 도시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후발 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웨이모는 내년 댈러스, 덴버, 시애틀 등 17개 도시로 서비스를 동시에 확장할 예정이다. 주(週)당 100만 건 이상의 탑승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해외로 진출할 계획도 밝혔다.웨이모의 거침없는 질주 소식을 듣다 2년 전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떠올랐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들이 개인정보보호법 상충 문제로 길거리 사람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 이목구비를 정밀하게 인식해야 완성도가 높아지지만 이처럼 원본 영상 활용이 제한돼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13일 인류 최대 발사체 ‘스타십’을 쏘아 올렸다. 총길이 123m, 무게 5000t에 달하는 초대형 로켓이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발사 후 숨죽인 1분, 기체가 공기 저항을 가장 크게 받는 ‘맥스큐(Max Q)’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자 스페이스X 직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맥스큐는 공기 밀도와 기체 속도의 상호 작용으로 발사체가 받는 공기역학적 압력(동압·dynamic pressure)이 최대가 되는 시점이다. 이 구간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느 로켓도 지구 밖 우주 궤도에 오를 수 없다. 터널에 갇힌 벤처 생태계지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마치 어둡고 긴 맥스큐 구간에 갇힌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폭발적으로 확산한 벤처 투자 열기가 식고 투자 혹한기가 4년 넘게 지속되면서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한 벤처·스타트업이 줄줄이 생태계에서 고사하고 있다.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폐업 건수는 2022년 101건에서 지난해 191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선 7월 기준 88건에 달한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팁스(TIPS) 선정 기업 중에서도 올해 27곳이 문을 닫았다. ‘기술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냉혹한 시장의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대다수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를 생명줄로 삼는다. 시장이 위축되면 기술 고도화와 스케일업 단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자금이 끊겨 인재가 빠져나가면 혁신은 멈춘다. 떨어진 기업가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오히려 ‘희망 고문’으로 작용한다. 한 번 무너진 산업생태계는 복구하는 데 상당한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피터 틸 팰런티어 회장은 미래를 향한 기술 진보를 두 종류로 구분했다. 첫 번째가 수평적 진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제품을 단순 복제하는 것으로, 1에서 n으로 확장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는 수직적 진보다.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로 0에서 1로 도약하는 혁신의 순간이다. 예컨대 한 대의 자동차를 보고 100대의 비슷한 자동차를 만드는 건 수평적 진보, 기존 자동차 기술을 뛰어넘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수직적 진보다. 마법 같은 혁신 선순환수직적 진보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정립한 ‘창조적 파괴’ 개념과 맞닿아 있다. 창조적 파괴는 기업가의 혁신 활동이 기존 산업 구조를 변혁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경쟁을 촉진하는 과정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제로투원(zero to one)’ 과정에서 기존 산업은 사라지고(파괴),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는(창조) 일이 반복된다.이 같은 혁신은 기존 틀을 깨고 신기술과 효율적 생산 방식을 이끌어 다층적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마련한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구축한 견고한 기술 진입 장벽은 해당 기업의 생존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면 시장 판도를 뒤흔들거나 경쟁자가 넘보지 못하는 대체 불가한 사업 모델을 갖게 된다. 기존 경쟁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하나의 혁신은 산업 생태계 전반의 모방 투자를 촉발해 연쇄적인 혁신이 된다. 경쟁 기업들이 뒤따라 투자에 나서면서 기술 발전 속도는 한층 빨라진다. 이런 선순환 과정에서 혁신의 성패는 단순한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공과 실
0.01초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포뮬러1(F1) 경기. 단 10개 팀, 20명의 드라이버만 참가하는 그랑프리 레이스는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팀마다 매년 수천억원을 쏟아붓는 첨단기술의 각축장이다. 최고 정점의 공기역학 기술을 적용한 경주차 설계, 고성능 하이브리드 엔진이 결과를 좌우하지만 그것만으론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 추돌 사고 등 수많은 변수 앞에서 레이스 향방을 결정짓는 건 결국 전략과 팀워크다.지난 6월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에서 주인공 드라이버는 경기 결과를 낙관하는 팀원들에게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Hope is not a strategy)”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무리 고성능 차량과 노련한 드라이버가 있다고 해도 낙관적 기대만으론 극한의 레이스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일깨우는 말이다. 미국과 관세협상, 끝 아닌 시작이 영화 속 대사가 문득 떠오른 건 지난달 31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접하고서다. 올해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200여 개국을 겨냥해 일방적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이 약탈당하고 있다”는 자극적 정치 구호를 앞세우며 내놓은 조치다. 설마 했던 우려는 현실이 됐고,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단순 압박용 카드일 것이란 기대는 무너졌다.한국은 미국과 반세기 넘게 혈맹이란 이름 아래 군사·경제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우방이란 수식어에 기댈 수 없게 됐다. 이번 관세협상 과정에서 혈맹·우방이란 양국 간 관계 방정식은 협상 테이블에서 아무런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 트럼프 시대 미국은 자발적 동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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