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가 지난 8월 미국 뉴욕시에서 로보택시 시험운행을 시작했다. 운행 허가는 한 차례 연장돼 총 8대 차량이 연말까지 도심 곳곳을 누비며 실증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웨이모 자율차의 뉴욕 주행은 단순한 지역 확장이 아니다. 기존 운영 도시(샌프란시스코 기준)보다 인구가 10배 이상 많은 초거대 도시로의 진출은 그만큼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확신한다는 의미다. 이 자신감의 배경에는 2020년 이후 5년간 미국 서부 5개 도시에서 축적한 1500만 건 이상의 자율주행 탑승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뒷걸음질치는 K자율주행자율주행 기술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갈린다. 사람과 사물을 정확히 구분하고, 복잡한 교통 환경을 파악하려면 방대한 양의 원본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술은 정교해진다. 한 도시에서의 성공적인 기술 적용은 다른 도시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후발 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웨이모는 내년 댈러스, 덴버, 시애틀 등 17개 도시로 서비스를 동시에 확장할 예정이다. 주(週)당 100만 건 이상의 탑승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해외로 진출할 계획도 밝혔다.웨이모의 거침없는 질주 소식을 듣다 2년 전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떠올랐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들이 개인정보보호법 상충 문제로 길거리 사람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 이목구비를 정밀하게 인식해야 완성도가 높아지지만 이처럼 원본 영상 활용이 제한돼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13일 인류 최대 발사체 ‘스타십’을 쏘아 올렸다. 총길이 123m, 무게 5000t에 달하는 초대형 로켓이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발사 후 숨죽인 1분, 기체가 공기 저항을 가장 크게 받는 ‘맥스큐(Max Q)’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자 스페이스X 직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맥스큐는 공기 밀도와 기체 속도의 상호 작용으로 발사체가 받는 공기역학적 압력(동압·dynamic pressure)이 최대가 되는 시점이다. 이 구간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느 로켓도 지구 밖 우주 궤도에 오를 수 없다. 터널에 갇힌 벤처 생태계지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마치 어둡고 긴 맥스큐 구간에 갇힌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폭발적으로 확산한 벤처 투자 열기가 식고 투자 혹한기가 4년 넘게 지속되면서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한 벤처·스타트업이 줄줄이 생태계에서 고사하고 있다.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폐업 건수는 2022년 101건에서 지난해 191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선 7월 기준 88건에 달한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팁스(TIPS) 선정 기업 중에서도 올해 27곳이 문을 닫았다. ‘기술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냉혹한 시장의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대다수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를 생명줄로 삼는다. 시장이 위축되면 기술 고도화와 스케일업 단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자금이 끊겨 인재가 빠져나가면 혁신은 멈춘다. 떨어진 기업가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오히려 ‘희망 고문’으로 작용한다. 한 번 무너진 산업생태계는 복구하는 데 상당한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피터 틸 팰런티어 회장은 미래를 향한 기술 진보를 두 종류로 구분했다. 첫 번째가 수평적 진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제품을 단순 복제하는 것으로, 1에서 n으로 확장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는 수직적 진보다.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로 0에서 1로 도약하는 혁신의 순간이다. 예컨대 한 대의 자동차를 보고 100대의 비슷한 자동차를 만드는 건 수평적 진보, 기존 자동차 기술을 뛰어넘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수직적 진보다. 마법 같은 혁신 선순환수직적 진보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정립한 ‘창조적 파괴’ 개념과 맞닿아 있다. 창조적 파괴는 기업가의 혁신 활동이 기존 산업 구조를 변혁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경쟁을 촉진하는 과정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제로투원(zero to one)’ 과정에서 기존 산업은 사라지고(파괴),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는(창조) 일이 반복된다.이 같은 혁신은 기존 틀을 깨고 신기술과 효율적 생산 방식을 이끌어 다층적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마련한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구축한 견고한 기술 진입 장벽은 해당 기업의 생존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면 시장 판도를 뒤흔들거나 경쟁자가 넘보지 못하는 대체 불가한 사업 모델을 갖게 된다. 기존 경쟁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하나의 혁신은 산업 생태계 전반의 모방 투자를 촉발해 연쇄적인 혁신이 된다. 경쟁 기업들이 뒤따라 투자에 나서면서 기술 발전 속도는 한층 빨라진다. 이런 선순환 과정에서 혁신의 성패는 단순한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공과 실
0.01초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포뮬러1(F1) 경기. 단 10개 팀, 20명의 드라이버만 참가하는 그랑프리 레이스는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팀마다 매년 수천억원을 쏟아붓는 첨단기술의 각축장이다. 최고 정점의 공기역학 기술을 적용한 경주차 설계, 고성능 하이브리드 엔진이 결과를 좌우하지만 그것만으론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 추돌 사고 등 수많은 변수 앞에서 레이스 향방을 결정짓는 건 결국 전략과 팀워크다.지난 6월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에서 주인공 드라이버는 경기 결과를 낙관하는 팀원들에게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Hope is not a strategy)”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무리 고성능 차량과 노련한 드라이버가 있다고 해도 낙관적 기대만으론 극한의 레이스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일깨우는 말이다. 미국과 관세협상, 끝 아닌 시작이 영화 속 대사가 문득 떠오른 건 지난달 31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접하고서다. 올해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200여 개국을 겨냥해 일방적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이 약탈당하고 있다”는 자극적 정치 구호를 앞세우며 내놓은 조치다. 설마 했던 우려는 현실이 됐고,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단순 압박용 카드일 것이란 기대는 무너졌다.한국은 미국과 반세기 넘게 혈맹이란 이름 아래 군사·경제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우방이란 수식어에 기댈 수 없게 됐다. 이번 관세협상 과정에서 혈맹·우방이란 양국 간 관계 방정식은 협상 테이블에서 아무런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 트럼프 시대 미국은 자발적 동의나
세계 최대 완구 기업 레고는 70년 넘게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블록 장난감을 만들어왔다. 이 회사 경영진이 레고 블록의 확장성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있다. 한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노란색 블록 네 개, 빨간색 블록 두 개가 든 주머니를 나눠 준 뒤 “1분 안에 오리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하는 것이다.결과는 늘 흥미롭다. 똑같은 블록을 받았지만 완성된 오리 모양은 제각각이다. 같은 재료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 이것이 창의력의 본질이다. 연결·융합 통해 꽃피는 상상력레고 기본 블록(2×4) 두 개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은 총 24가지이며 세 개 블록으로는 1060가지, 여섯 개 블록으로는 9억 가지를 넘는다. 블록 개수가 늘어날수록 조합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인간 사고의 확장 가능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새롭게 연결하는 것, 기존 요소를 낯설게 조합하는 데서 창의력과 혁신이 솟아난다.인간 두뇌 역시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생물학적 레고’다. 뇌에는 전자기기 속 반도체 칩에 해당하는 1000억 개 뉴런(신경세포)이 있다. 뉴런을 잇는 시냅스(신경 접합부)는 1000조 개에 달한다.시냅스 망을 타고 어느 뉴런이 어떻게 연결·융합되는지에 따라 창의성 수준이 달라진다. 창의력을 담당하는 특정 영역이 뇌에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해결책을 고민할 때 뇌 전체가 활성화한다는 것이 뇌과학자들의 추론이다. 정답이 있는 문제보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서 진짜 창의력이 발현된다는 얘기다.이젠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것보다 그 지식을 어떻게 연결하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통섭과 융복
인간의 손은 몸 전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관이다. 한 손을 구성하는 뼈만 27개, 양손을 합치면 총 54개로 성인 몸을 이루는 뼈 206개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엄지손가락이 다른 네 손가락과 각각 맞닿을 수 있는 인간 특유의 손 구조는 도구를 강하게 쥐고, 섬세한 작업을 해낼 수 있게 한 진화의 결정체다. 손가락 끝 감촉만으로 물체의 모양과 질감을 파악해내는 신경망은 공학 이론으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롭다. 태양계를 넘어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는 지금까지도 인간 손의 메커니즘을 100% 완벽하게 모방한 인공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손의 비밀 푼 로봇로봇공학계에서 인간 손의 복제를 ‘마지막 퍼즐’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처럼 마라톤 경기를 뛰는 휴머노이드는 이미 등장했지만, 손의 정밀·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한 사례는 드물다. 인간 손의 복잡성을 재현하는 기술은 기계공학을 넘어 재료, 감각, 운동 제어,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해야 가능한 과제이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지난주 테슬라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Optimus)’의 시연 영상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옵티머스는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 봉투를 교체하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주걱으로 냄비 안을 휘젓는다. 키친타월 낱장을 손으로 뜯어내고,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르는 일을 자연스럽게 수행했다. 불과 6개월 전 상대방이 던진 캐치볼을 한 손으로 잡아내던 모습에서 몇 단계 더 진화한 것이다. 휴머노이드 손동작이 이제 인간의 실생활에서 요구되는 섬세한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테슬라에 따르면 옵티머스의 로봇손은 ‘자유도(DOF&m
요즘 SNS를 둘러보면 비슷한 그림체의 프로필 사진(프사)이 넘쳐난다. 챗GPT-4o 등 생성형 인공지능(GAI)을 통해 구현된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들이다. 서정적인 색감의 일러스트가 인기를 끌며 말 그대로 SNS를 도배하고 있다.오픈AI는 지난달 말 ‘챗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을 선보였고, 한국에서 역대 최대 하루 매출 기록을 세웠다. 챗GPT 신규 한국 가입자도 최근 한 달간 두 배 늘었다고 한다. SNS를 타고 퍼진 지브리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오픈AI의 자체 평가다. 남 하는 건 꼭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유별난 집단성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무비판적 동조 지양해야유독 한국인이 유행에 민감한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사회심리학적 분석이 나와 있다. 유행을 좇는 방식으로 사회적 연결성과 유대감을 추구하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타인과의 관계,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어려서부터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려는 특성이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트렌드 변화에 예민한 디지털 세대로 갈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다.SNS에 매몰된 현대적 군중심리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군중심리는 다수가 선택한 것이 나에게도 유리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조각난 단편적 사실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한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다. SNS 프사 한 장 바꾸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이런 심리가 소비와 문화를 넘어 공동 사회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사회·정치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문제는 커진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우리 사회의 격변 과정에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세대론이 부상한다. 요즘 회자되는 ‘보수 2030’ ‘진보 4050’ 같은 세대 프레임이 대표적이다. 복잡한 정치 현상과 민심 변화를 세대론에 대입해 분석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 접근은 현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사회과학적 분석 대상으로 세대(generation)를 주목하고, 현대적 의미의 세대론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사회학자가 카를 만하임이다. 그는 1922년 발표한 논문 ‘세대 문제’에서 한 세대의 집단적 동질성을 의미하는 ‘코호트’ 개념을 제시했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동년배 집단은 생애 주기를 함께하면서 유사한 정치·사회적 경험에 노출되고, 결국 특정 범위에서 비슷한 태도와 성향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세대 내 이념 갈등 수렴이 중요100년 전 정립된 이 코호트 분석법은 현대사회의 세대 연구에도 유의미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종종 간과되고 잊히는 건 만하임의 애초 연구 의도다. 그의 연구는 ‘세대 간 차이’가 아니라 ‘세대 내 차이’에 초점이 맞춰졌다. 같은 세대 안에서 때때로 극명하게 상반된 이념 대립이 나타나는 이유를 밝혀내려 했다. 예컨대 우리 현실에 빗대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2030세대 한쪽에선 탄핵을 지지하고, 다른 한쪽에선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현상 말이다.만하임은 하나의 코호트 내에서도 다양한 ‘세대 단위’, 즉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작은 집단들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들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공유된 기억을 형성한다고 봤다. 여러 세대 단위가 갈등하면서 결국 하나의 실
벌새의 날갯짓은 경이롭다. 벌새는 초당 최대 80번에 달하는 날갯짓으로 양력과 추동력을 얻는다. 날개를 8자 모양으로 회전시켜 날개를 위아래로 젓는 것은 물론 앞뒤로도 움직일 수 있다. 정지 비행(호버링)과 후진 비행을 하는 유일한 조류다. 곤충의 비행 기술을 완벽하게 체화한 변종인 셈이다. 다른 조류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빠른 날갯짓을 견디기 위해 벌새의 가슴 근육은 체중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발달했다.벌새가 이처럼 신비한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한 이유는 꽃 주변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꿀을 효율적으로 빨아먹기 위해서다. 식물이 생존을 위해 꽃가루에 이어 꿀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자 벌새의 골격도 그에 맞춰 달라졌다. 식물의 번식 전략이 벌새의 날개 구조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혁신의 무한 확장성혁신 사상가들이 얘기하는 ‘벌새 효과’는 꽃과 벌새의 진화 과정처럼 한 분야의 혁신 또는 연쇄적인 혁신이 애초 의도하지 않은 완전히 다른 분야의 혁신과 변화로 연결되는 것을 일컫는다. 사실 인류 역사상 나온 거의 모든 기술 혁신은 벌새 효과처럼 무한 루프의 연결 고리를 체결하며 문명의 진보를 이끌었다. 최초 인공조명인 전구의 탄소 필라멘트 수명을 늘리기 위한 실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열전자(電子)는 유리 진공관, 트랜지스터, 반도체 집적회로(IC)로 이어지는 전자산업 대서사의 기초를 닦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승리를 염원하며 당대 내로라하는 수학·공학자들이 고안해 낸 포탄 탄도 계산기와 암호 해독기는 인류 최초의 컴퓨터 탄생과 코딩·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기본 이론 토대를 세운 혁신 스파크가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은 2일 “AI(인공지능) 인재 1만 명 양성을 서울시가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AI 3대 강국, 우리도 가능합니다’란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새 AI 모델로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를 두고 “천문학적인 투자나 거대 기업이 아니더라도 경쟁력 있는 AI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오 시장은 “이달 11일 열리는 서울시 국제콘퍼런스 AI SEOUL 2025를 계기로 ‘AI와 동행하는 서울’의 비전을 밝히고, AI 중심 도시로 발돋움할 서울시의 계획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취업사관학교를 명실상부한 AI 인재 양성의 핵심 기관으로 업그레이드해 매년 4000명의 인재를 배출하겠다”며 “서울시의 대학캠퍼스타운 사업과 연계된 서울 소재 각 대학의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6000명의 인재를 길러내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이호기 기자
일본 국민 기업인 소니그룹의 주가는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3417엔을 기록했다. 1958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치다. 시가총액은 20조7187억엔(약 194조원)에 달한다. 시총 규모로 도요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에 이어 3위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1위 삼성전자(325조원)의 59.6%까지 따라붙었다.실적은 어떨까. 1956년 창사 이후 최고 전성기다. 소니가 작년 11월 발표한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적 추정치는 매출 12조7100억엔(약 119조원), 영업이익 1조3100억엔(약 12조2600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3000억엔 줄지만 영업이익은 1000억엔가량 늘어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3년 연속 ‘매출 10조엔·영업이익 1조엔 이상’의 실적 신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게임 관련 매출만 年 37조기억 속에 남아 있는 10년 전 소니의 굴욕적인 모습과 상반된 실적이다. 2010년대 초 전자(電子) 왕국 소니에는 ‘몰락’ ‘추락’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붙었다.2000년 초반 디지털 전환에 뒤처지면서 주력인 전자 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적자 경영에 허덕이며 사상 첫 무배당 결정을 내린 게 2014년 7월이다. 같은 해 일본증권거래소(JPX) 닛케이400지수에서 제외되는 수모도 겪었다. 화학, 노트북, 2차전지 사업을 차례차례 매각하고 주력인 TV와 스마트폰 사업도 축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말 그대로 기둥뿌리가 다 뽑혔던 소니의 부활은 그래서 더 놀랍다. 10년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현재 소니의 주력 사업부문은 게임·네트워크 서비스다. 우리가 잘 아는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사업부다.이 부문의 연간(2024년 4월~2025년 3월) 예상 매출은 전년보다 2200억엔 증가한 4조4900억엔으로 전체
121년 전 라이트형제가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하기 전까지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조롱과 희화화의 소재로 사용되곤 했다. 양·항력 등 항공역학의 기본 이론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당시 새의 날개를 직관적으로 모방한 우스꽝스러운 형태의 비행체는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일쑤였다.19세기 말 내로라하는 공학자들이 동력 비행 문제에 천착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군수업에 눈뜨던 세계 열강들도 비행체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급기야 뉴욕타임스는 1903년 12월 8일자 지면에 “인간이 하늘을 날려면 최소 백만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풍자했다. 꿈을 현실로 만든 도전정신하지만 이 기사가 나온 지 9일 만인 12월 17일 미국 동남부의 작은 마을 키티호크 해변에서 13마력의 가솔린 엔진을 단 동력비행기 ‘플라이어’가 12초간 하늘을 날았다. 인간을 잡아끌던 중력의 고리를 끊은 건 자전거 수리공 출신 라이트형제였다. 두 형제는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비행기도 조종하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날개 끝에 방향키를 달았다. 1000여 번의 실패 끝에 완성한 현대 항공학의 기본 틀이다.기술 문명의 진보가 그렇듯 라이트형제의 혁신 도전은 새로운 혁신의 단초가 됐다. 인류 최초의 동력비행 거리는 40m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 성공으로 촉발된 비행제어 기술 경쟁은 제트기, 로켓으로 이어지는 항공우주산업 대서사의 기초를 닦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1년 4월 지구 밖 행성에서 첫 동력 비행에 성공한 화성탐사로봇 인저뉴어티의 하단부에 ‘플라이어’의 날개 한조각을 붙였다.
고래는 한때 인류의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었다. 고래 몸속에서 나온 기름은 태울 때 냄새와 그을음이 덜해 18~19세기 미국과 유럽에서 어둠을 밝히는 램프 연료로 사용됐다. 당연히 고래를 잡는 포경산업에 돈이 몰렸다. 대규모 포경 선단을 꾸리기 위해 자본가는 물론 일반 시민의 투자까지 받았다. 지구 한 바퀴를 도는 3~4년의 험난한 항해가 끝나면 결과물로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모험투자가 기본인 벤처캐피털(VC)의 시초였던 셈이다.19세기 초 고래기름 수요가 늘면서 포경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노련한 선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고래기름 가격을 끌어올렸다. 연간 8만여 마리의 고래가 남획돼 유한 자원의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일상화한 구조 변화 대비해야복합적인 문제가 터져 나오던 그때 처음 개발된 게 석유 증류 기술이다. 원유에서 추출한 값싼 등유는 고래기름의 대체재가 됐다. 때마침 미국 동부에서 인공적인 석유시추 사업이 시작돼 안정적인 공급을 뒷받침했다. 100년 넘게 이어진 포경산업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포경산업의 급속한 몰락과 석유산업의 부상은 산업사(史)의 중요한 구조적 변화 장면 중 하나다. 기술 발전과 이로 인한 대체 산업군의 등장, 새로운 시장의 출현은 정상적인 산업 생태계에 작동하는 혁신 시스템이다.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고 신기술과 효율적인 생산 방식을 이끌어내 다층적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만든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쌓아 올린 탄탄한 기술 진입 장벽은 생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DX)의 물결 속에서 구조적 변화는 이미 일상화된
매년 7월 프랑스 전역을 달구는 세계 사이클대회 ‘투르 드 프랑스’. 바람·중력과의 싸움으로 불리는 지옥 같은 난도의 스포츠다. 3주간 21개 스테이지, 총 3500㎞를 달리는 데 단 하루의 휴일도 없다. 험준한 피레네산맥까지 넘어가며 매일 평균 170㎞의 거리를 평균 시속 40㎞ 안팎에 주파한다.한 팀을 이루는 팀원은 8명. 한 명의 에이스 선수와 그를 호위하는 7명이 기본 구성이다. 백미는 도메스티크로 불리는 호위 선수들의 전략 플레이다. 프랑스어로 ‘하인’을 일컫는 도메스티크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에이스 한 명의 승리다.팀 선두에서 바람의 저항을 막아 에이스가 힘을 비축하도록 돕는다. 다른 팀을 도발하며 대형을 흐트러뜨리고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결승선 500m 앞까지 에이스를 끌어주며 마지막 완벽한 전력질주 타이밍을 만들어주곤 뒤로 물러난다. 조건 없는 희생이 이끄는 팀 전체의 승리다.TSMC 키워낸 대만의 집념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 TSMC를 키워낸 대만 정부의 헌신은 도메스티크와 똑 닮았다. TSMC는 대만의 국력을 총결집한 국민기업이다. 30년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판 이 기업의 성공비결 중 누구도 부정 못하는 건 앞뒤 가리지 않는 정부의 무조건적 지원이다. TSMC는 세제 지원 등을 토대로 연간 5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파운드리 관련 사업에 투입한다. 2021년 대가뭄 땐 대만 정부가 벼 재배에 필요한 농업용수까지 끌어다 TSMC 공장에 공급했을 정도다. 다른 경제활동을 희생하면서까지 지켜낸 게 지금의 TSMC인 것이다. “TSMC와 경쟁하는 건 대만 전체와 싸우는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과장이 아니다.이렇다 보니 TSMC의 해외 생산기지 구축은 대
범선과 증기선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사건은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이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 좁은 인공수로의 변덕스러운 바람은 범선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풍향·풍속에 상관없이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증기선의 운항 정확성과 신뢰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15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수세기 동안 바다를 지배했던 범선이 증기선에 밀려 퇴출되는 데는 수에즈 운하 개통 후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바람은 공짜인데 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비용을 내야 하나?’ 대다수 운수업자 사이에 퍼져 있던 이런 인식 탓에 증기선은 1791년 등장한 이후 더디게 확산했다. 수에즈 운하라는 변혁이 없었다면 증기선 확산 시기도, 계절 요인에 구애받지 않는 세계 무역의 태동도 더 늦어졌을 것이다. 혁신이 만드는 산업 변곡점증기선과 수에즈 운하의 사례처럼 혁신은 또 다른 혁신·변혁과 맞물려 폭발적 산업 성장을 이끌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을 만든다. 진정한 의미의 모바일 시대를 연 2007년 아이폰의 등장, 이른바 ‘아이폰 모먼트’는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로 대표되는 3세대(3G) 통신의 혁신 없이는 불가능했다. 2016년 ‘알파고 쇼크’의 기억이 여전한데 어느새 챗GPT발(發) 인공지능(AI) 혁명은 새로운 산업 변곡점으로 시계추를 가속시키고 있다.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고 신기술과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이끌어내 다층적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만든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쌓아올린 탄탄한 기술 진입 장벽은 생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 혹여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시장 판도를 뒤집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대체 불가한 사업모델을 갖
KTX 대전역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은 안다. 일부러 숨겨놓은 듯한 대전역 성심당 매장의 모호한 위치 말이다. 열차 탑승층인 2층으로 올라가는 중간(1.5층)의 그 생소한 공간. 초행인 사람은 무조건 에스컬레이터를 한 번 이상 오르락내리락해야 도달할 수 있는 곳. 대전역 출발 기차를 놓친 사람들의 80%는 역내 성심당 매장을 찾아 헤매다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는 과장이 아니다. 임대료 논란 휩싸인 대전역점외진 구석 자리지만 매일 전국에서 몰린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전국구 매장이다. 젊은 층 사이에선 대전역 환승 빵투어가 유행할 정도다. 300㎡(약 91평) 넓이의 이 매장에선 매달 26억원어치의 빵이 팔린다. 시그니처 메뉴인 튀김소보로(개당 1700원) 기준으로 월 153만 개가 판매되는 셈이다.이런 인기에 힘입어 성심당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로쏘의 지난해 매출은 1243억원, 영업이익은 315억원을 기록했다. 전국 3500여 개의 가맹점을 둔 빵집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의 영업이익(199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전역 매장을 포함해 대전 시내에 있는 단 4개 매장에서 거둔 실적이다.대전역 성심당 매장이 최근 임대료 논란에 휩싸였다. 무슨 일일까.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코레일유통은 지난달로 5년 임대 계약이 끝난 이 매장을 경쟁입찰에 붙이면서 계약 갱신(월 임대료) 조건으로 월평균 매출(26억원)의 17%인 4억4100만원을 제시했다. 월 1억원 수준이었던 기존 임대료보다 네 배 높은 금액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유통은 “대전역을 비롯해 다른 역에 입점한 모든 업체도 최저 수수료율로 월 매출의 17%를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매체
충남 천안에서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P사는 50여 명의 내국인 근로자가 모두 60대 이상이다. 최고령인 75세 근로자도 아직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용접·열처리 등 작업 환경이 험해 청년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데다 설령 입사해도 숙련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기 일쑤다. P사 대표는 “60대 직원이 20·30대가 해야 할 일을 하니 생산성이 오를 수 없다”며 “이대로라면 한국 제조업의 자연 소멸이 머지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심각한 인력수급 불균형P사 사례는 늙어버린 대한민국 제조업의 대표적인 단면이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합계출산율(0.72명)로 제조업 취업자는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여기에 청년층의 취업 기피 현상까지 더해져 몇 배 더 속도가 붙었다. 젊은 피 수혈이 끊겨 기술·업종 단절로 이어진 외통길 위에 서 있다. 인력난은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다.현재의 인력수급 불균형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그 기저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제조업 평균 연령은 43.5세로 역대 가장 높았다. 2014년 39.4세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최근 나온 통계청 분석도 이런 추세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 중 39세 이하 청년층은 781만7000명(30.9%)으로 집계됐다.이 중 29세 이하가 13.5%, 30대는 17.4%였다. 비중이 가장 큰 연령층은 60세 이상(24%)이고 이어 50대(23.8%), 40대(21.3%) 순이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 기능 인력을 국내에서 100% 충당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국내 제조업 생태계의 일자리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
원자번호 29번 구리. 은을 제외하고 전도성이 가장 높은 이 금속은 건축에서 우주선까지 제조업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 원자재다.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음극 소재(동박)로 쓰이며 수요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말 그대로 안 들어가는 데 없는 산업용 기초소재로 경기 변동에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이고 글로벌 경기에 선행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경제분석가 못지않게 경기순환 사이클을 잘 짚는 ‘닥터C(copper)’로 대접받는 이유다.이런 구리 가격이 뛰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22일 3개월물 구리 선물가격은 t당 8866.50달러에 마감했다. 구리 가격이 t당 8800달러대를 넘어선 건 작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과연 닥터C는 경기 회복을 점치고 있는 걸까. 구리 스크랩 끌어모으는 中경제계 일각에선 구리값 상승이 더 이상 경기 회복 조짐과 궤를 같이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 변수 때문이다. 경기 흐름과 상관없이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50%를 소비하는 중국 내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원자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형 제련소를 잇달아 건설했다. 이들 제련소의 마진율 하락에 따른 감산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붉은 금’으로도 불리는 구리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일부 금속은 재활용 과정에서 고유한 특성을 잃지만 구리는 예외다. 2차 구리라고 불리는 구리 스크랩(부스러기)의 효용 가치가 높은 까닭이다. 폐PC나 건물 철거 과정에서 수거되는 구리 스크랩은 가공 및 정제를 거쳐 온전한 구리로 재탄생한다. 중국 제련업계는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구리 정광보다 구리 스크랩
인수합병(M&A) 승부사, 겁 없는 도전가, 꿈꾸는 모험가….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73)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서울 공덕동 36㎡(약 11평) 사무실에서 500만원 종잣돈으로 시작한 의류무역회사를 38년 만에 6조원 매출의 대기업으로 키워낸 자수성가 이력 때문일 것이다. 김 회장은 스스로를 ‘철저한 사업가’로 표현했다. 돈 못 버는 경영인은 직원에게도 또 국가에도 죄인이라는 게 첫 번째 경영 신념이다.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풀밭에 앉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시골 소년은 ‘글로벌 200대 컬렉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저명한 미술 작품 수집가로 성장했다. 한 점 또 한 점 찍어 고통스럽게 완성하는 예술처럼 경영도 끝없이 노력하고 정진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글로벌세아가 2022년 서울 삼성역 인근에 문을 연 갤러리 S2A에서 지난 15일 그를 만났다.▷14년 만에 뵙습니다. 그대로시네요.“머리만 하얘졌나요.(웃음)”▷그새 회사는 매출 1조원 중견기업에서 6조원 대기업이 됐습니다.“전 세계에서 밤낮없이 뛰어준 직원들 덕분이죠. 좋은 기회에 성사시킨 M&A도 폭발적인 성장의 토대가 됐습니다.”▷‘플라잉맨(flying man)’이란 별명이 있네요.“해외 진출로 키운 회사다 보니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요. 한창때는 1년 중 한 달 가까이를 기내에서 보냈어요.#글로벌세아의 모태인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세아상역은 중미·동남아 8개국에서 총 23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의 출장이 잦은 이유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항공사 누적 개인 마일리지만 400만 마일에 달한
‘0.48%.’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이다.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0.16%포인트 상승했다. 5년 전인 2019년 12월 말(0.44%) 후 최고치다. 1%도 안 되는 연체율을 갖고 웬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소기업 은행대출 잔액이 작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 1037조원을 찍은 걸 감안하면 연체액은 4조9700억원에 달한다.담보 부족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저축은행 보험사 상호금융 등 비(非)은행권에 손을 벌린 중소기업까지 합하면 연체액 규모는 30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금리 직격탄에 신음기업인들이 전하는 현장 경영 상황은 숫자 통계보다 더 절망적이다. 사석에서 만난 수도권의 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 대표는 현재의 절박함을 병원 중환자실에 빗대 얘기했다. 그는 “호흡기 단 환자처럼 매일 아침 서로 생사 여부를 묻는다”며 “그나마 해외 수주 물량이라도 확보한 우리 회사가 이 정도인데 주변 다른 업체들은 어떻게 버티는지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대기업 하청 협력사 사정도 다르지 않다. 경북 구미 공단의 한 전자부품업체 대표는 “대기업 기획물량만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갑자기 줄이겠다고 통보해오니 설비 투자금은 물론 재고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라며 “이자 상환을 압박하는 은행 메시지가 휴대폰에 뜰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다”고 토로했다.도미노식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1657건으로 전년(1004건) 대비 65% 급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공방이 치열했던 산업 관련 이슈 중 하나가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회의에서 언급한 이른바 ‘R&D 카르텔’의 실체로 뿌려주기식 보조금이 지목됐다. 관행적인 예산 지원으로 좀비기업이 생명을 연장하며 중기 생태계를 어지럽힌다는 게 당정이 공유한 문제의식이었다.일부 사례지만 기획·연구 역량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이 전문 브로커를 통해 연구 계획서를 대리 작성해 R&D 과제를 수주하는가 하면, 경쟁률이 1 대 1 미만인 공모 사업도 발견됐다. “카르텔은 없다”는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호소에도 결국 올해 중기 R&D 예산은 작년 대비 22.7%(4150억원) 삭감됐다. R&D 예산 칼질에 대혼란R&D 예산 축소의 후폭풍은 연초부터 중소기업 업계에 몰아치고 있다. 중기부는 중기 R&D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들과 협약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주머니에 들어올 돈이 줄었으니 그에 맞게 각 사업에 배분할 지원금을 재조정하는 작업이다. 올해 삭감 대상으로 선정돼 갑작스럽게 협약 변경을 요청받은 기업은 4000곳을 넘는다. 과제별 차이는 있지만 각 기업은 작년에 받은 지원금에서 최대 절반이 깎인 금액을 받게 된다. R&D에 투입할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벤처기업들은 당장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일부 지방 중소기업은 어렵게 확보한 연구인력이 이탈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수년간 수행해온 과제를 포기해버리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D 자금의 효율적인 배분·집행이라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기업별·과제별 성과나 연구 진행도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지
빈티지(vintage)는 와인 양조에 사용된 포도를 수확한 연도를 말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좋은 와인을 탄생시키는 제1의 조건은 원료가 되는 포도 품질이다. 일조량, 강우량, 기온, 바람 등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 변수 탓에 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맛과 당도가 달라진다. 와인 애호가들이 꼼꼼히 빈티지를 따지는 이유다. 황금 빈티지를 결정짓는 여러 요인은 봄에 포도나무 꽃이 피는 시기부터 영향을 끼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수확 직전이다. 이 시기 충분한 햇빛과 적은 강수량이 필수 조건이다. 벤처 투자 여건 무르익어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에도 빈티지가 있다. 벤처펀드가 결성된 해를 일컫는데, 언제 수확된 포도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와인 평가가 달라지듯 투자도 어느 해에 시작했는지가 중요하다. 벤처캐피털(VC)이 조성하는 벤처펀드는 그해 경기 흐름, 금리 수준, 유동성 등 시장 상황과 투자 대상이 되는 벤처·스타트업의 사업성에 따라 빈티지가 갈린다.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대표적인 황금 빈티지는 2008년이었다. 벤처펀드 청산이 완료된 2004년부터 2021년 중 2008년 결성된 벤처펀드의 납입액 대비 총가치(TVPI)가 3.58배로 가장 높았다. 금융위기 후 기업가치가 하락한 시점에 투자한 펀드들이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는 얘기다.지난 2년 벤처투자 혹한기를 지나오면서 알짜 벤처·스타트업의 가치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반대로 기대 수익률은 오를 만큼 올랐다. 내년 한 해가 투자의 최적 시기라는 시장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투자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투자 시기와 대상을 저울질하는 사이 금고에는 현금 실탄이 쌓였다. 경기 회복과 고금리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
1830년대 유럽에서 탄알과 화약이 일체화된 총알이 발명되기 전까지 전쟁터 병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화약을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는 일이었다. 습기나 비에 젖은 화약으로는 탄알을 제대로 발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금융업계에서 쓰이는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라는 단어는 이처럼 바로 쏠 수 있는 실탄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가 만든 펀드 중 아직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당장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다.투자업계에선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투자 이벤트에 대비해 경쟁사보다 더 많은 투자금을 비축해두거나, 포트폴리오 회사의 자금력을 보충해주기 위해 일정 비율의 자금을 유지하기도 한다. 투자 선순환을 부르는 긍정적인 측면의 드라이 파우더다. 반대로 대내외 변수 탓에 투자 대상을 정하지 못하고 갈 곳 잃은 현금이 쌓이는 경우도 생긴다. 현재와 같은 벤처투자 혹한기에 늘어나는 투자 대기 자금이다. 쌓여가는 투자 대기 자금벤처업계에 쌓여 있는 드라이 파우더는 얼마나 될까. 정부 정책 펀드인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민간 벤처펀드의 투자 집행률을 살펴보면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중소기업 모태펀드로 조성한 11조2295억원 규모의 민간 벤처펀드 중 4조5621억원(41.4%)이 미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한 해 집행된 전체 벤처투자액(4조3045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정부 예산을 종잣돈으로 하는 벤처투자금마저 필요한 곳에 돌지 않고 고여 있다는 얘기다. 벤처투자 시장의 유동성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투자금이 많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VC는 고위험&mi
“829일 만에 나온 법무부 결정에 감사드립니다.”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의 발언에는 말 그대로 시원섭섭함이 묻어났다. 앞서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법률 플랫폼 ‘로톡’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 123명의 징계 취소 결정을 내렸다. 8년7개월을 끌어온 변협과의 싸움에 마침표가 찍힌 데 대해 안도감과 서운함이 교차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변협의 끈질긴 소송과 압박에 로톡은 많은 걸 잃었다. 로톡 플랫폼을 이탈하는 변호사가 늘면서 100억원 이상의 광고 수입이 줄었다. 경영 악화 여파로 결국 올 2월 직원 90명 중 절반을 내보내야만 했다. 정보비대칭 심한 법률시장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스타트업이 기득권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첫 사례를 만든 동시에 국내 리걸테크(법률+기술) 성장의 본격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 변호사 수는 지난 8월 기준 3만4182명이다. 2013년 8월 1만5905명과 비교하면 10년 새 두 배 훌쩍 넘게 증가했다. 변호사 수의 적정성 논란을 떠나 국내 법률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늘어난 변호사 수와 비례해 서비스 질이 개선되지 않는 데 있다.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일반인이 주변에서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변호사는 많지만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지녔는지 정보가 없으니 사실상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는 ‘깜깜이 시장’인 셈이다.공급 측면의 쏠림 현상도 심하다. 포털 광고에만 한 달에 수억원의 광고비를 쏟아붓는 로펌에 밀린 청년 변호사들은 생계를 위협받는다. 불법 브로커나
정부가 ‘혁신경제 실험장’으로 홍보해 온 규제샌드박스가 올해로 시행 5년차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월 도입하고 현 정부가 이어받은 국내 대표적인 신사업 규제 개선 정책이다. 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한 새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다. 아이들이 모래판에서 다칠 걱정 없이 뛰어노는 것처럼 기업들이 일정한 조건에서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 10여 개국이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사업화 성공은 절반에 불과지난 4년 성과는 어땠을까. 지난달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도입 이후 누적 사업 승인 건수가 1000건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연평균 200건 안팎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심사를 통과해 싹을 틔웠다는 의미다. 규제 및 관련 법령 미비에 가로막힐 뻔한 신사업에 기회의 문이 열렸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하지만 승인 건수가 아니라 최종 사업화 성공률로 기준을 바꾸면 얘기는 달라진다. 규제샌드박스 사업 승인은 긴 사업화 여정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규제샌드박스 사업은 실증특례(테스트)로 진행되는데, 이는 현행법 등으로 금지된 규제를 면제해 최대 4년(2+2)간 임시로 사업을 허용해주는 방식이다. 이 기간에 사업성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관련 규제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은 중단된다.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규제샌드박스 도입 첫해인 2019년 사업 승인을 받은 195건 중 96건(49.2%)은 현재 서비스를 접었거나 사업 지속이 불투명하다. 이 해 승인받은 업체 중 상당수는 올해 또는 내년 상반기 실증특례 기
“저희는 런웨이 2년이요.”요새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단어가 런웨이(runway)다. 비행기 활주로를 뜻하는 그 단어 맞다. 스타트업계 용어로 투자 유치 없이 현재 가진 자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런웨이를 산출하는 공식은 간단하다. 현재 보유한 현금 잔액을 매월 들어가는 비용으로 나누면 된다. 활주로가 끝나기 전 비행기가 반드시 이륙해야 하듯 스타트업도 보유 현금이 소진되기 전 다음 투자를 받아야 한다. 양력과 추진력이 부족해 활주로에서 날아오르지 못하는 비행기는 재앙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성장보다 생존이 우선"생존 문제와 직결된 런웨이가 언급된다는 건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싼 현재의 여건이 지난하다는 방증이다. 경기 위축과 고금리 여파로 벤처투자 시장은 1년 넘게 혹한기다. 넘치는 유동성으로 호황을 누렸던 스타트업들이 후속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정보 회사 더브이씨에 따르면 상반기(1~6월) 벤처 투자 유치액은 2조819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조9994억원)보다 72% 급감했다. 신규 투자 건수도 같은 기간 1177건에서 547건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상반기에 이뤄진 시드(초기)부터 시리즈A 단계 투자는 총 443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2% 줄었다. 건당 투자액 역시 29억3000만원에서 25억2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시리즈B 이후 투자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6% 줄었다.비상시기 런웨이를 늘리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업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때 이름 좀 날렸던 테헤란로 주변 스타트업의 폐업 소식이 들려오고, 다음엔 어느 업체가 고꾸라질 거란 흉흉한 얘기도 나돈다. 생존이 화두가 된 상황이
“가능성은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계획을 처음 밝히며 한 말이다. 공상 수준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여론의 지적과 비웃음이 뒤따랐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그의 화성 프로젝트를 그저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술 진화도 놀랍다. ‘알파고 쇼크’의 기억이 여전한데 어느새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우리 앞에 마주 서 있다. 상상이 현실에 가까워지는 순간, 바로 딥테크(deep tech)에 내재하던 파괴적인 창조혁신이 빛을 발하는 때다. 창조혁신의 힘 품은 딥테크누가 뭐래도 요즘 기술업계의 화두는 딥테크다. 정부가 내놓은 산업정책 관련 보고서엔 ‘딥테크’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투자업계도 경쟁적으로 딥테크 기업 발굴·육성을 강조한다. “지난 10년이 플랫폼 시대였다면 향후 10년은 딥테크 시대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딥테크는 무엇일까. ‘기저(基底)기술’이라고도 불리는데, 특정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전문 기술이다. 연구개발 단계를 거쳐 상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기술 정점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 2010년대 후반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업계에선 스페이스X처럼 독자적 원천기술을 보유한 투자 유망 스타트업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분야로는 AI, 우주 개발, 나노·양자, 모빌리티, 바이오 등이 꼽힌다.딥테크의 최대 강점은 모방과 추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만든 탄탄한 기술 진입 장벽은 생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 혹여 상용화에
혁신을 꿈꿨다. 4명의 창업 멤버가 한여름 내내 밤샘 토론으로 다듬어 낸 사업 아이템. 찾기 힘들고 몸값 비싸다는 변호사, 국민 누구나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도록 바꿔보자는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 사업 첫해인 2014년 5만 명에 불과했던 누적 방문자 수는 8년 뒤 4000만 명에 육박했다. 월간 이용자 수 200만 명에 달하는 대형 리걸테크(법률+기술) 서비스의 탄생이었다. 혁신·성장성을 인정받아 정부가 주는 ‘예비 유니콘’ 타이틀도 받았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운영사 로앤컴퍼니)의 성장 스토리다. 꺼져가는 리걸테크 혁신 불꽃로톡이 이뤄가던 혁신의 꿈은 지금 산산조각이 날 위기다. 서비스 론칭 직후부터 대척점에 섰던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끈질긴 소송과 압박으로 로톡 플랫폼을 이탈하는 변호사가 늘면서 광고비 수입이 줄었다. 2021년 4000명에 달했던 소속 변호사 수는 현재 절반인 2000여 명으로 감소했다.경영 악화 여파로 결국 올 2월 직원 90명 중 절반을 감축하는 결정을 내렸다. 11번의 이사 끝에 마련한 서울 강남역 인근 1000㎡(약 300평) 사무실도 이달 초 비웠다. 남은 직원들은 전원 재택근무로 돌렸다. 스트레스로 얻은 신경성 통증으로 지난달까지 목발을 짚었던 김본환 대표(41)에게 더 큰 고통은 정든 직원들과의 이별이다. 김 대표는 “복직을 약속해주지 못한 게 마음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로톡과 변협의 갈등 구도는 복잡해 보일지 몰라도 양측의 승패 전적은 싱겁게도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다. 변협 등이 로톡을 상대로 낸 고소·고발 건은 모두 불송치 또는 불기소로 결론 났다. 변협이 2021년 5월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광고를 막기
서울시는 22일 시가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수급자 일제점검에 대해 “수급 사각지대 해소와 부정수급을 막기위한 것일 뿐 특정 단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이번 일제점검에 대해 “표적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 대한 반박성 해명이다. 서울시는 지난 13일부터 3주간 장애인활동지원 급여(서울형)를 받고 있는 3475명을 대상으로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을 제공하는 국비 지원 사업이다. 지원등급에 따라 장애인에게 최대 월 480시간(747만5천원)에서 최소 월 60시간(93만6천원)에 해당하는 활동지원급여를 지급한다.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2007년부터 최대 월 350시간(544만9천원)에서 최소 월 100시간(155만7천원)의 활동지원급여를 서울 거주 장애인에게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시 조사 결과 주민등록상 주소지만 서울로 옮겨놓고 지방에 거주하며 서울시로부터 추가급여를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수급자의 급여 적정성에 대한 점검을 하는 것이지 특정 단체 또는 특정인을 염두해두고 점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전장연은 이번 서울시의 일제점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23일부터 서울시청을 지나는 지하철 1·2호선을 중심으로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를 재개할 예정이다.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서울 구로구(구청장 문헌일)가 28일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 및 뇌병변장애인비전센터’ 준공식을 갖고 운영을 시작한다 뇌병변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고 근로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 주민에게 자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구로동(구로동로42길 43)에 있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총면적 949㎡,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됐다.전국에서 두 번째로 개원하는 구로뇌병변장애인비전센터에는 지상 1, 2층에 심리안정실, 조리실, 집단활동실, 교실 등이 마련되고 천장 이동장치인 호이스트와 목욕 침대, 높낮이 조절 세면대 등 중증장애인을 위한 특수설비도 갖췄다. 만 18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중증 뇌병변장애인 15명을 정원으로 교육, 건강, 돌봄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상 3, 4층에는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가 이전해 정보화실, 상담실, 사무실 등을 갖추고 저소득층 주민에게 근로 능력 향상을 위한 상담과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공용 공간인 지하 1층은 교육실, 회의실 등으로 활용된다.구로구 관계자는 “센터를 방문하는 주민들이 재탄생한 공간에서 양질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민을 보듬으며 더불어 잘 사는 지역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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