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음주운전 뺑소니에 남편을 잃은 조모씨(35)는 요즘 인터넷 접속이 고문처럼 느껴진다. 인사청문회 대상 후보자들의 음주운전 기사에 “음주운전 한 번도 안 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 “시골에서는 음주운전이 일상이다” 등의 옹호 댓글이 줄줄이 달려서다. 밤마다 현관 쪽을 보며 아직 아빠의 귀가를 기다리는 세 살 아들을 생각하면 일부 네티즌의 비상식적인 반응은 울분으로 이어진다. 그는 “살인미수와 같은 행위를 옹호하는 의견이 압도적이라는 현실에 기가 막힌다”고 했다.
"음주운전 그까이꺼"…도 넘는 '문위병'들
◆“위장전입 안해 본 사람 있나” 억지

인사청문회가 한창인 가운데 정파적 이해와 뒤틀린 신념을 앞세워 비리를 옹호하는 사회 일각의 행태가 위험수위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사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포털 등에도 음주운전, 표절, 위장전입이 왜 문제되느냐는 억지 주장이 넘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62차례 교통법규 위반에 “의원활동으로 바삐 가다 그렇게 됐고 정정당당히 과태료를 납부했는데 왜 시비냐” “너는 한 번이라도 그렇게 바쁘게 살아봤느냐”는 식이다.

인사 비판 기사를 링크한 뒤 댓글부대의 출동을 유도하는 네티즌도 많다. ‘문위병’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을 극렬지지하며 반대파 숙청에 앞장선 서슬 퍼런 홍위병에 빗댄 말이다. 이들은 “첫 조각인데 뭐가 됐든 지지해주는 게 합당하다”거나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비합리적 태도로 일관한다. 의견이 다른 사람을 집중공격하는 일도 일상적이다.

자신의 범법을 고백하는 눈물겨운 ‘자폭 수법’도 동원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두고는 ‘나도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는 댓글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포털 등에 쏟아졌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 위장전입을 고백한 내용 역시 처벌 대상이지만 비슷한 댓글이 워낙 많아 현실적으로 수사가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 편이 한 일은 ‘착한 범법’이다?

물타기도 상용 수법이다. 이전 정부 장관이나 공격하는 야당 의원들보다 후보자가 도덕적으로 더 깨끗하다는 강변이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을 시비 걸면 “음주운전으로 사고까지 낸 이철성 경찰청장과 비교하면 청렴한 편”이라며 옹호한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의 비위를 들이미는 것은 전형적인 피장파장의 오류”라며 “누구의 잘못이든 공정하게 모두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

‘착한 범법’은 구분해줘야 하다는 우격다짐도 등장했다. 조 후보자가 “출교사태 해결을 위해 술을 먹다 보니 음주운전을 하게 됐다”고 해명하자 “보통 음주운전과는 다르기 때문에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넘친다. 표절 지적에도 오래전 표절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우기기가 횡행하고 있다.

자신에게 관대한 새 정부 인사들의 이중잣대가 사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14일 “정당에는 음주운전 세 번이면 공천을 안 주는 ‘3진 아웃제’가 있다”며 “장관 임명 때도 한두 번의 음주운전은 관용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근혜 정부가 음주운전 논란 속에 이철성 경찰청장을 임명하던 작년 8월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지만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무조건적인 옹호 행태가 새 정부의 정당성과 법치를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경화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을 ‘딸에 대한 모정’으로 포장하기도 하더라”며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도 이해하지 못한 한심한 행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라는 대학생 이모씨(25)도 “음주운전까지 옹호하는 것은 새 정부에 독이 될 뿐”이라고 평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