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에 당초 포함됐던 ‘재정건전성’ 관련 지표가 빠졌다. 공약 실현을 위해서라면 재정건전성은 무시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계획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9일 펴낸 ‘일자리위원회 보고서’에 구체화돼 있다. 당시 보고서에 들어 있던 ‘일자리 상황판 기획(안)’은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실적관리 지표로 활용할 6대 중점관리과제 중 하나로 ‘국가 재정건전성’을 제시했다.
'일자리 상황판'에서 재정건전성은 빠져
보고서는 재정건전성을 중점 관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 주도의 적극적 일자리 정책 수행은 국가 재정건전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요 재정건전성 지표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자칫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상황판에는 일자리 정책에 따른 경상지출·이자·자본지출 등 통합재정지출은 물론 재정수지, 국가채무 추이 등 재정건전성 지표를 함께 표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재정승수, 정책효과의 시차 등을 고려해 지출 시기와 규모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예측 가능한 수준의 국가 채무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하지만 24일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에서 이 같은 재정건전성 지표는 자취를 감췄다. 청와대가 6대 중점관리과제를 ‘4대 정책성과’(민간·공공일자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청년고용, 창업)로 개편하면서 재정건전성 항목을 빼버린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상황판의 지표들은 대통령이 중요한 국정목표로 직접 챙기겠다고 대내외에 선언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대통령의 재정건전성 수호 의지가 그만큼 낮다는 것으로 비춰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