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활기 찾은 식품업계
CJ제일제당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고메’(사진) 함박스테이크는 올초까지 사먹기가 쉽지 않았다.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는 맛에 가격은 7980원(540g)밖에 안됐다. 높은 가성비로 입소문이 나 공급이 달렸다. 고메의 ‘핫도그 크리스피’ 등도 큰 인기를 끌었다. 고메는 올해 5월 초까지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전체 매출(350억원)의 70%에 달한다. 고메를 비롯한 HMR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의 1분기 매출도 작년보다 9.3% 늘었다.

침체됐던 식품업계가 5년 만에 활기를 찾고 있다. HMR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한 데다 국제 곡물가격까지 하락해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소비심리도 호전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어 호재가 겹친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 정부의 가격통제와 소비침체 등으로 식품업체에서는 좋다는 얘기를 들어볼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회사별로 다양한 신제품을 준비하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HMR 시장 확대, 상품가격 인상, 사드문제 해결, 소비심리 호전 등은 매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원자재가격이다. 매출 증가에도 1분기 주요 식음료업체의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줄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롯데칠성 모두 마찬가지였다. 작년 하반기 곡물가격이 뛴 탓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옥수수 밀 대두 등 주요 곡물가격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12.8%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말 치솟았던 원당가격은 연초보다 22.2%나 하락했다.

증권사에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토러스증권은 2년여 만에 식음료 주요 기업 주식을 더 매수하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 증권사의 전상용 연구원은 “스낵과자, 라면, 혼합조미료, 혼합음료, 빙과부문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부문의 식음료 기업의 주가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내수 활성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있다”며 “시장확대에 대비해 식품기업들의 시설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