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19일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임명은 파격이라는 말로 부족할 만큼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순실 국정농단’ 재조사와 검찰 개혁을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하지만 내용 면에서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기수를 배려해온 관행을 탈피해 파격승진 인사를 단행해서다. 상명하복의 검찰 문화와 조직이 흔들려 한동안 어수선한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재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과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까지 이날 사의를 표명해 핵폭탄급 인사 태풍이 불고 있다.

◆수직 승진한 ‘칼잡이’ 윤석열

이창재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이 19일 사의를 밝힌 뒤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재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이 19일 사의를 밝힌 뒤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검찰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 유지인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그 점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이었다.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윤 지검장은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과 특검의 재판 공조가 잘 이뤄졌기 때문에 그런 기조가 잘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가 검찰 인적 쇄신의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윤 지검장은 연수원 23기로 전임(18기)보다 다섯 기수가 낮다. 검사장급으로 첫 승진하면서 검찰 내 ‘빅2’의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호남 출신인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은 법무부 요직인 검찰국장에 임명됐다. 호남 출신이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11년 만이다.

◆‘최순실’ 재조사 의지 비쳐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위가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낮아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서울중앙지검장이 2005년 고검장직으로 격상되고 정치적 사건 수사에서 검찰총장과 임명권자(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계속돼 다시 검사장급으로 환원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장의 직급이 높아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히면서 외압에 시달렸다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수가 확 내려가고 직급도 낮아지면서 큰 폭의 인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각각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윤 수석은 “이번 인사는 최근 돈봉투 만찬 논란으로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이 시행돼 당사자들이 사의를 표함에 따라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적인 인사라는 해석이 많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로 ‘우병우 라인’을 청산하고 검사들의 힘을 빼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길들이기 코드 인사” 비판도

검찰 내부는 동요하는 분위기다. 이 장관 권한대행이 이날 사의를 표한 것이 청와대에 대한 항의라는 시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일괄사표를 낸 뒤 또 사의를 밝힌 점에서 그런 기류가 읽힌다. 이 대행은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으로서 법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최근 상황과 관련해 국민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 먼저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결심하게 된 것”이라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 대행은 전날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감찰 의지를 밝혔다. 결국 검찰청법상 대통령의 검찰 인사에 대한 제청권을 가진 이 대행이 인사에 대한 반대의사를 사의로 표현했다는 시각이다. 김 대검 차장검사도 사표를 던지면서 검찰 인사는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가 고위간부들이 대거 검찰을 떠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조직 안정성이 흔들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또 하나의 검찰 줄 세우기나 코드인사를 시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조미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