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녀상 조례' 상정보류…"문희상 특사 방일 감안"
시민단체 "새 정부 시작부터 대일 저자세 외교" 비난

시민의 힘으로 세워진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지자체 차원에서 보호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은 '부산소녀상 조례'가 17일 열린 부산시의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이날 오후 상임위를 열어 정명희 의원이 발의한 '부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지원 조례안'(부산소녀상 조례)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의시간이 임박해 복지환경위는 이 조례안의 상정 보류하기로 했다.

이진수 복지환경위 위원장은 "오늘은 문재인 새 정부의 일본 특사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이 일본을 방문하는 날"이라며 "예민한 조례안을 당장 심의하기보다는 일단 상정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으로 여러 논란이 있는 조례를 특사가 방문하는 날 심의를 하는 것보다는 특사단 방문 이후 그 결과와 좀 더 진일보한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완성도 있는 조례로 만들고자 이번 회기에는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해 12월 말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놓고 시민단체와 동구청이 철거, 재설치 과정을 겪으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직후 발의돼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일본 대사와 부산 총영사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귀국하는 등 외교적 갈등을 빚었고, 한일위안부 협상의 문제점과 부당성도 부산소녀상 설치를 계기로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지난 2월 부산시의회 정명희 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이 조례안이 확정되면 부산소녀상을 비롯해 현재 부산지역 3곳의 소녀상에 대한 관리를 자치단체가 맡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또 현재 소녀상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쓰레기 투기, 불법 현수막 설치 등 행위를 통제할 수 있고, 소녀상을 설치한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

한편 조례안 상정이 보류되자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새 정부가 시작하자마자 일본과의 외교에 저자세를 보였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