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고용·노동 이슈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시행을 없던 일로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근로시간 단축, 파견근로 제한 같은 굵직한 노동 아젠다들도 법제화를 대기하고 있다.

‘파급효과’는 즉각 나타나고 있다. 대학노조 서울대 지부의 비(非)학생노조가 정년보장 등을 주장하며 어제 파업에 들어갔다. 집배원, 간호조무사, 건설노조도 완전 정규직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 경제가 과연 이를 감내해낼 수 있을까.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파견직·계약직으로 복잡한 한국 고용시장의 복층적 구조에는 문제가 있다. 노동계층 내 뿌리 깊은 차별은 시정돼야 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큰 원칙도 맞다. 하지만 고용시장의 왜곡된 현상은 마땅히 해야 할 개혁조치들을 외면한 데 따른 기형적 결과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고용의 유연성부터 늘 뒷걸음질쳤고,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은 철옹성처럼 견고해졌다. 파견·계약·임시·하청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과보호의 이면이고 부작용이다. 행정규제와 국회의 입법개입이 이를 부채질하는 사이 노조원들은 자기들의 몫을 비정규직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노동개혁을 통해 원인을 치유하지 않는 대증요법으로는 한계가 뻔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임금은 생산성의 결과요, 그에 따른 배분’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는 임금 인상은 고용주로 하여금 저축을 꺼내 쓰게 하거나 자산감축, 빚내기를 하도록 하는 것 외에는 불가능하다. 정년 60세법 등 허다한 정규직 과잉 보호법을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 몰아칠 때 그 비용은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생산성 증대로 시장이 주는 보상이 아니라면 지속가능할 수도 없다. 결국 임금 나누기에 그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공공부문은, 아니 산업 전체가 이상적인 고용시장을 만들 만큼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약자 보호라는 명분이 좋은 결과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