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탄자니아에 연구소 설립…신재생에너지·농업기술 보급
서울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아프리카에 거점연구소를 설립한다. 만성적인 식량난과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탄자니아에 적합한 신재생에너지 및 스마트농업 기술을 개발, 보급하는 프로젝트다. 4년간 현지에서 청년 기업가 1000명을 양성해 한국과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11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오는 8월 탄자니아 아루샤시에서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현지 창업가를 키우기 위한 ‘적정기술 거점 센터’를 개설한다. 적정기술은 수동식 물 펌프처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현지 맞춤형 기술을 의미한다. 국내 대학이 아프리카 현지에 학술과 교육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춘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는 탄자니아가 금 커피 등 자원이 풍부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840달러(2016년 기준)에 불과한 절대빈곤국이지만 인구 5400만명에 경제성장률이 연 6~7%로 높아 동아프리카의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장에 필요한 연구·교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탄자니아 정부 차원에서 해외 대학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센터가 들어설 넬슨만델라아프리카과학기술원(NM-AIST)은 탄자니아의 KAIST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단과대 4개에 교수는 45명에 그친다. NM-AIST는 서울대에 약 1000㎡의 부지와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서울대는 센터 운영을 위해 공대 농업생명과학대 사범대 등에서 매년 20~30여명의 연구원을 파견하기로 했다. 서울대 공대 연구팀은 오지 마을 네 곳에 태양광 풍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해 주민 1200여명에게 전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김준 농생대 교수 연구팀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 아프리카 현지의 농업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농업 기술을 개발해 보급한다.

센터에는 탄자니아 젊은이들의 기술 창업을 돕는 지원 시설도 들어선다. 초대 센터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저전력 태양광에너지 패널을 개발한 이협승 E3임파워 대표가 맡는다. 이 대표는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아프리카 저개발국 주민의 소규모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인 E3임파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센터에선 1차 사업 기간인 4년 동안 청년 기업가 1000명을 양성하기 위한 기술·창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래부 연구재단이 4년간 20억원을 지원한다. 센터 설립을 주도한 안성훈 서울대 기계항공학부 교수는 “사회적 기업의 현지 노하우에 대학 연구진의 기술력을 결합한 협력 체제”라며 “4년 내 인구 32만명의 아루샤시를 대표하는 현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2곳을 설립하고 5건 이상의 기술계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퍼주기 식의 ODA(공적개발원조)에서 벗어나 현지에 맞는 적정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새로운 모델의 시험장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케냐 말라위 모잠비크 등 주변국으로 프로젝트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