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북 압박 수위를 극대화하고 있다. 미 하원이 가장 강도가 높은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켰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는 북한 자금줄 봉쇄, 외교 축소까지 촉구했다. 대북제재 법안에는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에너지와 김정은 정권 유지 및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하는 자금줄을 원천 봉쇄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유·석유 제품의 대북 판매 및 이전 금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제3국 기업 제재, 북한산 식품·농산물·직물 및 어업권 취득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제재 강도와 범위를 최고조로 확대한 것이다.

북한 에너지 소요량의 90%가량을 공급하는 중국도 확연히 달라졌다.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을 선언했고, 북한의 추가 도발 시 대북 원유공급 축소 방침까지 내비쳤다. 인민일보 해외판 소셜미디어 매체인 샤커다오(俠客島)는 “핵을 반대하면 적이고 지지하면 벗이라고 하는데, 이런 시각에서 보면 전 세계가 다 북한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중국이 대북제재 압박으로 북·중 관계의 ‘붉은선(레드 라인)’을 넘고 있다”고 한 데 대한 반박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핵 동결’이 아니라 ‘핵 포기’ 의사를 밝히는 게 대화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지난 20여년간 ‘동결’ 카드로 보상을 얻어내고, 일정 시간 후 핵시설을 가동하는 ‘먹튀’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에선 한국 대선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아세안까지 제재에 나서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의 입장이 모호하다는 점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북고립화 정책이 다음주 한국 대선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강력한 대북제재 액션플랜까지 밝힌 만큼 대선후보들은 국제공조 속에 구체적인 북핵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