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영상콘텐츠 시대…유튜브·넷플릭스 대세로
2014년까지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 1위는 ‘다음’이었다. 네이버에서 다른 검색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본격 검색하는 사용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몇 년째 그러더니 2015년 연간 검색어 1위가 돌연 바뀌었다. 다음을 제친 검색어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여전하다. 네이버데이터랩에 따르면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유튜브 검색량이 2015년엔 40~60이었고 올해는 90~100에 달했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 유튜브를 검색하는 횟수가 2년 사이 두 배 증가한 것이다.

제2의 영상콘텐츠 시대다. TV가 영상콘텐츠 시대의 1막을 열었다면 이제 1인 방송, OTT(Over the Top·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2막을 쓰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이런 현상은 일부 네티즌에 의한 작은 움직임에 불과했다. 하지만 태동기를 지나 대중들의 삶 속에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밥 먹을 때도, 지하철 탈 때도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의 1인 방송과 넷플릭스의 OTT 영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1인 방송과 OTT 서비스는 최근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리서치업체 닐슨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세대별 앱 이용패턴 결과’에 따르면 13~24세, 25~39세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에 채팅앱 카카오톡에 이어 유튜브가 2위를 차지했다.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도 유튜브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40~59세, 60세 이상에서 유튜브는 모두 카카오톡, 네이버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다.

콘텐츠 생산자의 연령도 상상을 초월한다. 71세 박막례 할머니(사진)는 ‘계모임 메이크업’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하는 메이크업’ 노하우 등을 선보이며 구독자 20만명의 유튜브 스타가 됐다. OTT 서비스 이용자 수도 연령대에 관계없이 급증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로 유명한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1년이 된 현재, 넷플릭스 포함 주요 8개 OTT 서비스(티빙, 왓챠플레이 등)의 전체 앱 다운로드 수는 세 배 가까이 뛰어 3000만여건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콘텐츠의 개인화, 파편화가 가속된 결과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란 책에서 “이젠 콘텐츠 소비가 개인의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TV만 볼 때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기 어려웠다. 방송 제작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필요 없이 주부 등 메인 시청자층만 사로잡으면 됐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즐긴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소통의 단절’과도 맥이 닿는다. 많은 사람이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즐긴다. 먹는 소리만 들리거나,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소리를 담은 영상도 인기다. 혼자 밥을 먹어도 여러 명이 있는 것 같은 심리적 위안을 느끼는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시간 방송으로 네티즌들과 대화를 하면서 소통의 단절을 극복한다.

영상 내용도 이에 맞춰 변하고 있다. 영상은 물리적으로 인식한 것을 나타내는 ‘지각상(像)’, 마음속으로 상상한 것이나 잠재된 내면을 비추는 ‘심적상(像)’을 표현한다. 지금까지 TV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보이는 것을 담은 지각상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최근엔 고독을 위로하는 콘텐츠, 다른 사람들은 몰랐던 각자의 취향과 내면을 비추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유튜브 스타 박 할머니가 느끼는 보람, 이를 보는 사람들의 미소가 제2의 영상콘텐츠 시대의 핵심이다. 박 할머니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큰 기쁨은 유튜브하는 거지. 멀리 사는 친구가 몸이 아픈데, 밤마다 아들이 내 영상을 틀어줘서 웃다가 잠든대. 이런 게 행복이지 뭐야.”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