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기득권 버렸다
삼성전자가 45조원 상당의 자사주(13.3%)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 방안으로 거론되던 지주회사 전환 작업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지분 확대 대신 경영 실적과 능력으로 주주들의 신임을 받겠다는 이 부회장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1798만1686주, 우선주 322만9693주 등 13.3%에 달하는 자사주를 올해와 내년 두 차례에 걸쳐 분할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시가로 45조원 규모다. 삼성전자가 보유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등이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의 방어능력이 현저하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사시 우호세력 등에 넘길 수 있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이건희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 4.97%, 삼성생명을 비롯한 계열사 지분 13.21% 등 18.32%의 내부 지분으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경영권 방어의 ‘안전핀’으로 여겨지던 자사주를 전격 소각하기로 한 배경에는 이번 기회에 오로지 성장과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심이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동시에 자사주로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려 한다는 사회적 논란도 불식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출신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진영에 참여하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해 지주사로 전환한다는 의구심을 없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전량 소각을 결정하면서 자사주를 지렛대로 추진해 온 지주회사 전환도 자동으로 백지화됐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좌동욱/노경목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