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이 너도나도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금융 지원 등을 강화해 이참에 산업구조를 중소기업 위주로 확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중소기업부’ 승격을 약속하고 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업무와 예산을 한곳에 모아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후보들이 내놓은 다른 공약을 살펴보면 과연 그런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등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중소기업 경영에 치명타를 줄 게 뻔한 정책이 수두룩하다. 근로시간 단축만 해도 그렇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 68시간인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연 1800시간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연 1800시간으로 줄이는 공약을 내놨다.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지금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탓에 초과근무를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유예기간 없이 시행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산한 추가 부담은 연 8조6000억원에 달한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업체에는 재앙이다. 2000년 이후 연평균 8.7%나 인상돼 온 최저임금을 일부 대선후보들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해서다. 문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6470원인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3년간 평균 15.6%씩 인상해야 할 판이다. 안 후보도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피해는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 그리고 소속 근로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의 약 90%가 이들이고 지금도 이들 중 18.2%(342만명)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 법대로 한다면 대량 실직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도 발등의 불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잡겠다는 취지이지만 고발당한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이다. 법률적 대응 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불똥을 맞게 된다.

후보 모두가 중소기업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을 옥죄는 정책이 공약집 곳곳에 난무한다. 중소기업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이들의 인력난을 덜어줄 근로자 파견제 허용 확대 등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검토하는 게 우선이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해놓고 노조 등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근로시간 단축 등을 강행해 중소기업 성장을 해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