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과학기술·IT로 열 새로운 50년을 기약하며
4월21일은 과학의 날이다. 그 이튿날인 22일은 정보통신의 날이다. 과학의 날은 50회를 맞았고, 체신의 날로부터 시작한 정보통신의 날은 62회를 맞았으니 우리나라 기술진흥의 역사가 반세기가 넘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흥미로운 만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965년 이정문 화백이 35년 후를 상상하면서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라는 그림이다. 놀랍게도 여기에 묘사된 생활모습은 지금의 생활과 거의 비슷하다. 태양열 주택, 전파신문으로 표현한 인터넷 신문, 공해 없는 전기자동차 그리고 소형 TV전화기는 오늘의 스마트폰이니 그림 속 상상이 대부분 현실이 됐다. 그 당시만 해도 황당한 이야기로 여겼을 이 만화 속 이야기는 50년간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발전 덕분에 우리의 현실이 됐다.

먹고살기에도 바쁘던 시기였지만 50년 전 오늘, 한국은 기술자립의 미래를 내다보고 1년 국가연구개발비 약 48억원으로 도전을 시작했다. 그 종잣돈으로 기술자립을 이루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열정으로 도전했고 그 결과 신발, 가발 등 노동집약 산업에서 자동차, 가전 등 첨단 기술기반 산업으로 경제 구조를 바꿨다. 1980년대에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전전자교환기(TDX) 덕분에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고 1990년대에는 아날로그 무선통신을 디지털통신으로 획기적으로 전환한 부호분할 다중접속기술(CDMA)을 개발하면서 한국은 정보통신 강국으로 성장할 토대를 다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글로벌 신약 개발, 4세대 이동통신(LTE) 세계 최초 상용화, 나로호 발사, 휴머노이드 휴보 개발 등의 성과를 올렸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달성한 성과는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빛나는 성과지만 이에 안주해 있기에는 당면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세계 경제 회복세는 미약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어 수출 위주인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저성장 시대에 접어드는 가운데, 이를 극복할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서 제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 선점을 위해 경쟁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은 막 태동하고 있는 신생아 수준이지만, 확실한 것은 1~3차 산업혁명이 그랬듯이 기술이 경제·사회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해 노동력의 변화를,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통한 대량생산을,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정보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혁명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을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이 주도할 것이다. 데이터를 학습하는 지능화된 사물과 로봇이 일상 이곳저곳에 적용되며 우리 삶을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도와 줄 것이다. 이 같은 미래는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우리의 대응전략에 따라서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융합과 각 산업, 서비스에 효과적으로 파급하기 위한 혁신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먼저 뇌과학,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세계적 수준의 지능정보 기술력을 조속히 확보하고 이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국방, 복지, 의료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도록 산·학·연·관(産學硏官)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변화는 사람과 기업이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정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인재 양성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벤처·스타트업 육성에도 노력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50년을 바라보는 지금, 지난 반세기 동안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끊임없는 혁신이 뒷받침했듯 4차 산업혁명시대 희망찬 미래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이끌어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양희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