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서양에서 또 다른 화물선 침몰할 뻔
남대서양에서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사진)가 침몰한 직후 배에 구멍이 나 육지로 긴급 대피한 또 다른 화물선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 배는 스텔라데이지와 같은 선사 소속으로 항로, 유조선 개조 화물선이란 점까지 똑같다. 선박관리·검사 전반에 부실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다른 배도 선체에 구멍

남대서양에서 또 다른 화물선 침몰할 뻔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 소속 ‘스텔라유니콘’호는 지난 2일 남대서양 항해 도중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긴급 대피했다. 지난달 31일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와 마찬가지로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폴라리스쉬핑은 “항해 중 선체에 15㎝가량 틈이 벌어지면서 물이 새 수리를 위해 가까운 육지로 이동했다”며 “케이프타운에서 한국선급과 선사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도 선체 균열이 문제였다. 이 배에 탄 선원 24명 중 구조된 필리핀인 2명을 제외한 22명(한국인 8명 포함)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똑같이 유조선에서 화물선으로 개조한 스텔라데이지호와 스텔라유니콘호가 비슷한 시기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배는 용도, 건조·개조 시점, 크기와 적재 중량 등이 비슷하다. 한 선사 관계자는 “두 배는 워낙 노후한 데다 관리가 부실해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은 ‘똥배’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선박검사 어떻게 통과했나 의문”

두 배는 모두 유조선을 개조한 화물선이란 점에서 애초에 구조적 안전성이 취약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스텔라데이지와 스텔라유니콘은 1990년대 초반 함께 유조선으로 건조돼 2000년대 후반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벌크선사 사이에 유조선을 화물선으로 개조하는 붐이 일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무렵이다. 당시 잇단 유조선 사고로 해상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국은 선체 외판이 한 겹인 단일선체 유조선을 퇴출시키고 두 겹인 이중선체 유조선으로 바꿔나갔다. 벌크선사들은 쓸모없어진 단일선체 유조선을 싼값에 사들여 화물선으로 개조했다. 화물선은 이중선체여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폴라리스쉬핑 보유 화물선 32척 중 유조선을 개조한 배만 19척이다.

일각에선 선급의 선박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는 한국선급으로부터 5년마다 선체 전반의 안전성에 관한 정기검사를 받는다. 중간검사와 연차검사도 수시로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8월 연차검사에선 별다른 문제점이 나오지 않았다.

“과거 세월호 사례처럼 선박검사가 부실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형규/오형주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