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한 발을 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네 번째다. 비행 거리가 60여㎞로 비교적 짧지만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도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에 ‘우리를 놓고 흥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속셈이라고 우리 당국은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잇단 제재에 아랑곳 않고 ‘마이웨이식’ 협박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의 도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을 이어갈 태세다. 도발과 제재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임에도 우리 사회의 안보불감증은 지독한 수준에 이르렀다. 안보 불감증은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외교·안보 관련 장관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한 일본과 대비된다.

국민 안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대선후보들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아예 언급을 않거나 하더라도 “규탄한다”는 의례적 수준에 머물렀다. 각 대선 캠프는 ‘보수적통론’ ‘패권청산론’ ‘적폐연대론’ 등을 거론하며 입씨름하기 바빴다. 오히려 외국이 한반도 상황을 더 엄중하게 보고 있다.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인 NBC는 간판 앵커를 한국에 보내 주한 미군기지와 최전방 일대를 취재한 내용으로 저녁 메인 뉴스를 진행했다. 미국의 다른 언론들도 북한의 도발을 비중 있게 다뤘다. 존 하이튼 미국 전략사령관은 “북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매일 밤 걱정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핵무기 한 방이면 대한민국은 끝장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나. 일부 정치인들은 미국 돈으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려는 것도 막으려 한다. 안이한 안보의식이 북한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광기(狂氣)’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적은 우리 내부에도 있는 것이다. 안보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임을 누구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