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경 퓨처로봇 대표가 인간형 로봇 ‘퓨로’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가 인간형 로봇 ‘퓨로’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간형 서비스 로봇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하는 ‘페퍼’다. 이 로봇은 2014년 시제품이 나왔다. 이보다 4년이나 앞선 2010년 비슷한 제품을 내놓은 벤처기업이 있다. 세계 혁신의 중심이라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들어가는 관문인 새너제이공항에서 승객을 안내하는 로봇도 이 회사 제품이다. 한국의 로봇 기업 퓨처로봇이다.

미국 새너제이 공항에서 한 이용객이 퓨처로봇의 ‘퓨로’를 통해 정보를 찾고 있다. 퓨처로봇 제공
미국 새너제이 공항에서 한 이용객이 퓨처로봇의 ‘퓨로’를 통해 정보를 찾고 있다. 퓨처로봇 제공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면 사람들이 ‘터치’가 아니라 ‘음성’으로 기기에 명령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사람과 소통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간형 로봇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KAIST에서 로봇공학으로 박사를 받은 뒤 삼성전자에서 오래 일했다.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용 로봇을 개발했고, 전략기획실에서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일도 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모바일 시대를 맞게 됐다. 다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모바일 시대 적응을 고민할 때 송 대표는 그다음에 뭐가 올지를 생각했다. “스마트폰은 인간이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도구입니다. 저는 그다음에 분명히 인간과 서로 소통하는 기기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인간이 가장 편하게 소통하는 건 ‘인간처럼 생긴 것’이고요. 그래서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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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로봇의 ‘퓨로’는 얼굴이 있다. 화면에 뜬 사람 얼굴이 사용자와 눈을 맞추고 입을 움직인다. 가슴 부분엔 큰 화면이 있다. 이 화면은 원래 터치 기반으로 작동했지만 최근 음성인식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음성으로도 작동이 가능하다.

로봇이라는 ‘몸체’와 더불어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자체 구동 시스템(OS)이다. 은행의 웹페이지든, 공항의 길찾기 시스템이든 퓨처로봇 OS에 얹기만 하면 그에 걸맞은 로봇이 된다. 송 대표는 “서비스 로봇의 역할은 사용자를 서비스까지 가장 편하게 이어주는 것”이라며 “여러 서비스에 적용 가능하려면 어디에든 호환 가능한 OS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퓨처로봇의 로봇은 새너제이공항은 물론 중국의 은행 등 다양한 곳에서 쓰이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의 한식당 대장금에서는 퓨로가 손님을 맞는다.

최근엔 AI와 로봇의 융합이 주목받으면서 퓨처로봇도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SK텔레콤의 AI 엔진을 얹은 로봇을 전시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한컴이 개발한 통역 AI 엔진을 장착하고 퓨로가 직접 통역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송 대표는 한국에서 로봇 사업을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페퍼는 우리보다 한참 늦었지만 정부가 목표를 세우고 여러 곳에 적용하면서 전국적으로 ‘로봇붐’을 일으켰습니다. 결과적으로 빅데이터를 빠르게 모으고 있죠.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에 대한 준비가 부족합니다. 벤처투자자들도 회수가 오래 걸리는 하드웨어 업체에는 투자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대로는 일본, 독일은 물론 중국보다도 뒤처질까 두렵습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