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하차투리안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공산 독재 시절의 소비에트는 협주곡의 풍요로운 산실이었다. 민중이 쉽게 좋아할 만한 기악 장르로 협주곡만 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고 기량의 독주자가 즐비한 덕분에 좋은 곡들이 연이어 등장할 수 있었다. 아람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1940) 역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의 조언을 들어가며 작곡됐고 그에게 헌정됐다.

하차투리안의 출신 지역인 아르메니아의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한 선율미, 생기 넘치고 미묘한 리듬, 오케스트라의 압도적인 색채감이 이 곡의 매력이다. 1악장과 3악장에서 독주 바이올린의 눈부신 기교는 어떤 바이올린 협주곡과도 견줄 만하고, 2악장의 처연한 서정성 또한 가슴을 저민다. 20세기 중반의 산물로는 현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모든 악장에서 청중을 사로잡을 만한 곡이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