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출범한 한-인도네시아 포럼. 한-아세안 센터에서 포럼 첫 회의가 열렸다. / 사진=한-인도네이사 포럼 제공
16일 출범한 한-인도네시아 포럼. 한-아세안 센터에서 포럼 첫 회의가 열렸다. / 사진=한-인도네이사 포럼 제공
[ 김봉구 기자 ] 우리 중소기업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전략을 논의하는 ‘한-인도네시아 포럼’이 16일 출범했다. 학계 및 현지 전문가부터 중기업계 인사, 인도네시아 출신 유학생까지 머리를 맞대는 자리로 마련됐다. 포럼은 매월 정기모임을 갖고 다각도의 현지 진출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날 한국프레스센터 건물 내 한-아세안 센터에서 열린 첫 포럼에서는 특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관련, ‘넥스트 차이나’ 시장 다변화 필요성을 들어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포럼 공동위원장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비즈니스 잠재력이 아주 높은 곳이다. 정부가 인프라를 깔아주고 유학생 등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협력모델이 필요하다”며 “포럼이 빨리 진출 성공사례를 만들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낸 김영선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센터 사무총장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성장가능성이 큰 인도네시아가 아직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성을 들여 깊이 있게 교류해나가야 인도네시아의 문을 여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언하는 이정희 교수(왼쪽)와 김영선 사무총장. / 사진=한-인도네시아 포럼 제공
발언하는 이정희 교수(왼쪽)와 김영선 사무총장. / 사진=한-인도네시아 포럼 제공
이달 말 한국중소기업학회장으로 취임하는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국내 중기업체들의 해외진출 타깃으로 인도네시아를 꼽으면서 “시장 규모에 비해 그간 인도네시아와의 인적 교류나 투자가 부족했다. 학회 차원에서 한-인도네시아 포럼을 중요 사업으로 놓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최근 사드 보복으로 ‘차이나 리스크’를 실감한 기업인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됐다. 첫째, 단일 국가 기준으로 중국·인도·미국의 뒤를 잇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시장이 크다. 둘째, 신흥국이다. 잠재력이 크다. 셋째, 한류 열풍이 뜨겁다. 한국에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 사진=한-인도네시아 포럼 제공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 사진=한-인도네시아 포럼 제공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대 한국어과 경쟁률이 너무 높아 정원을 늘렸습니다. 월급의 절반을 넘는 가격인 한류콘서트 티켓을 주저 없이 사는가 하면 이민호, 비 같은 한류 스타가 광고모델로 나선 제품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례도 있어요.” 인도네시아에 오랫동안 주재했던 포럼 참석자는 현지 한류 인기를 이 같이 전했다.

축사에 나선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여의시스템 대표)은 “시장 다변화를 위해 아세안은 우리가 당연히 찾아가야 할 시장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굉장히 관심을 쏟아야 할 곳”이라며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신청 받아 그 분야 우수 국내기업을 매칭(연결)하는 적정기술 지원사업을 벌여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보다는 유통·소비재산업으로 인도네시아 진출 활로를 뚫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1990년대 제조업 위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다가 중국 바람이 불면서 시들해졌다. 이젠 소비 시장으로 인도네시아가 뜨는 만큼 거기에 맞는 산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유럽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아시아 시장에서도 브랜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했다”면서 “현지에 진출, 성공하기 위해선 글로벌 브랜드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포럼에서 함께 고민하고 맥을 잡아나가자”고 당부했다.

‘모바일을 통한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는 “홈쇼핑 업계가 과다한 투자, 수익구조 한계 등으로 해외사업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운영뿐 아니라 결제, 배송 등 후방시스템 부족도 문제”라며 “TV 채널보다는 홈앤쇼핑이 강점을 지닌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현지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소개했다.
한-인도네시아 포럼 첫 행사 참가자들이 한-아세안 센터에서 기념촬영했다. / 사진=한-인도네시아 포럼 제공
한-인도네시아 포럼 첫 행사 참가자들이 한-아세안 센터에서 기념촬영했다. / 사진=한-인도네시아 포럼 제공
포럼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의 제언도 이어졌다.

최인한 한경닷컴 대표는 “국내 수요만으로 전통적 시장 수요 감소분을 온라인·모바일 시장이 만회하기 어렵다면 해외 진출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종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공학부 교수는 “우선 특정 업종·지역으로 포커스를 좁혀 성공모델을 만든 뒤 보다 큰 시장으로 확대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유학생 아델라 스카르 씨는 “현지 상황을 세세히 파악해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예컨대 스킨케어 제품이 왜 필요한지, 온라인쇼핑은 어떻게 하는지 같은 기본적 사항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등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한-인도네시아 포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