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사드 갈등] 미국, 이틀 연속 중국 허 찔러…화웨이도 북한과 불법거래 혐의 조사중
미국이 중국과 북한에 대해 초강경 대응 카드를 뽑아들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직후 한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시작하고 중국 기업에 사상 최대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을 겨냥해 정권 교체와 핵·미사일 개발시설 정밀타격 등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백악관 대책회의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美 ‘힘에 의한 평화’ 기조로 전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의 두 차례 미사일 발사 도발이 있기 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특사 파견, 미군 유해 발굴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및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유화적인 분위기는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한 데 이어 네 발의 탄도미사일을 ‘보란 듯’ 발사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힘에 의한 평화’ 쪽으로 대응 기조를 바꿨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북한의 도발적·위협적 행동이 아주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다음날인 지난 7일 사드 배치에 들어갔다. “사드 배치로 인한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져야 한다”고 경고하며 배치 지연을 강하게 압박해 온 중국의 허를 찔렀다.

◆中 기업 제재 더 늘어날 수도

미국이 사드 배치에 돌입하면서 중국의 2위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에 중국 기업 제재 중 가장 많은 벌금을 물린 건 북한의 도발을 막기는커녕 사사건건 싸고도는 중국에 초강력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꺼내들 다음 카드도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통신장비 1위 제조업체 화웨이도 북한과 이란, 시리아, 수단, 쿠바 등 미국의 제재 대상 국가에 미국산 기술제품을 수출 또는 재수출한 혐의로 지난해 6월부터 미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화웨이 역시 ZTE에 버금가는 고강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량파괴무기(WMD)와 관련된 자금줄을 봉쇄하기 위해 북한과 직·간접으로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회사까지 광범위하게 제재하는 조치다. 이 카드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금융회사 및 기업들에까지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 정면 대결까지 불사하는 카드로 평가되기도 한다.

◆김정은 스위스 계좌 20여개 폐쇄

미국은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한편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죄는 조치들을 하나씩 구체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 간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서 북한의 국영은행 세 곳이 퇴출됐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퇴출된 은행은 북한의 동방은행과 고려대송은행, 광선은행이다.

스위프트는 은행 간 결제를 위해 1973년 만들어진 폐쇄형 글로벌 금융네트워크다. 1만1000개 금융회사(중앙은행 포함)와 대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북한 국영 금융회사 일곱 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중 네 곳은 자발적으로 스위프트를 떠났으나 세 곳은 최근까지 계속 망을 사용하다 적발됐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달 22일 북한이 이용하고 있는 자국 내 은행계좌 중 인도주의·외교 활동 목적의 계좌 한 개만 남기고 모두 폐쇄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의 비자금 계좌 20여곳이 막혔다”며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을 준 조치”라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