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경호 강화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일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관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관들의 신변 위협이 커지자 헌재 주변 경비를 강화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헌재 경호 강화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일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관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관들의 신변 위협이 커지자 헌재 주변 경비를 강화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7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에 나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면 그동안 탄핵 사유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을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최종변론은 대리인들만이 참석해 격돌한다.

◆국격, 8인 재판부 문제로 불출석

박 대통령 '헌재 불공정하다' 판단…송곳질문·불명예도 우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대표를 맡은 이중환 변호사는 26일 “박 대통령의 불출석 의사를 헌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리인단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 출석을 두고 의견이 갈려 찬성과 반대 의견을 둘 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정확한 불출석 사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을 찬성하는 측은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심판 결정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출석을 반대하는 측은 △대통령이 탄핵 심판정에 서는 것이 국격을 떨어뜨린다는 문제와 △‘8인 재판부’의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가 정한 종결 시점(3월13일)을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도 출석에 따른 문제로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의 의견을 듣고 헌재가 ‘고영태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지 않는 등 ‘공정성’에 논란이 있는 만큼 자신이 직접 출석하면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적인 문제도 있었다. 박 대통령 측은 ‘최종 준비서면’을 이날 밤 늦게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량은 300여쪽이다. 박 대통령이 대리인단으로부터 ‘최종보고’를 받고 관련 증인들의 증언 내용을 분석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게 박 대통령 측 설명이다.

출석에 따른 실익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 최고권력자가 재판관들이 앉아 있는 심판대 아래에 서서 신문을 받고 진술해야 한다는 점이 박 대통령에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관들과 국회 소추위원단의 질문 공세도 불출석 카드를 꺼낸 배경이란 관측이다. 최종 진술을 서면으로 대체하더라도 박 대통령에겐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측이 27일 최종 변론기일에 ‘추가 기일 지정’을 요구하며 대통령 출석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력한 날짜로는 다음달 2일이 거론된다. 대통령 측이 “헌재가 너무 서두른다”고 거세게 공격해온 만큼 헌재 측이 받아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야당, “국민과 약속 다 어겼다”

박 대통령의 헌재 불출석 결정이 알려지자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본인의 잘못으로 발생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조사, 특검 대면조사, 헌재 출석 등 국민과의 약속을 다 어겼다”며 “사실관계 앞에선 자신이 없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도 “헌재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한 것”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바른정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실체 규명에 도움이 되겠지만 불출석 결정을 했으니까 그 부분은 그대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변호인이나 서면을 통해 본인 입장을 얘기할 수 있으니 안 나오더라도 효과는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윤상/은정진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