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허라미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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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은 2016년 약 1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순이자마진, 판관비율, 대손비용률 측면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국책은행 저평가에 시달려온 기업은행이 올해는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 정책’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위주의 대출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과 높은 배당수익률도 매력적이다.

다른 은행과 상반된 주가

기업은행 주가는 그동안 다른 시중은행들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왔다. 은행주는 지난해 1월 이후 평균 28.0% 상승했다. KB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 등은 40~50% 넘게 올랐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같은 기간 주가가 4.0%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 배경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조선·해운 기업구조조정 추진 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은행은 자본확충펀드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면서 리스크 요인이 크게 부각됐다. 지난해 12월 이전 경영진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최고경영자(CEO) 교체 관련 불확실성도 주가를 짓누른 요인이다.

기업은행은 태생적으로 정부 정책이나 각종 공익성 요구에 더 적극적으로 부응할 수밖에 없다. 경영진의 경영 전략 방향에 따라 주주가치 변화를 극심하게 겪었던 과거 경험으로 인해 다른 은행들과 달리 CEO 교체 이슈도 투자심리를 크게 좌우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한 해 기업은행을 890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기업은행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현재 17.9%까지 줄었다. 지난해 1월 18.3%보다도 낮아졌다.

실적 측면에서도 매분기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시현했던 다른 시중은행과는 온도차가 있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시장기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투자채권 매각이익 및 보유 주식 매각이익 등 비이자이익을 냈던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오히려 이마트 감액손실 인식과 통상임금 소송 패소 관련 기타충당금 적립 등으로 비이자이익이 부진했다. 대기업 여신 비중이 작은 대출포트폴리오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처럼 대기업 관련 충당금 감소에 따른 대손충당금 추가 감소의 수혜를 입지도 못했다.

최근에는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 증가 우려가 기업은행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 부실이 우려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부동산담보 대출은 담보가 확실한 데다 평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50%대로 낮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은행들이 최종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제조업 등의 중소기업대출이 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화 우려가 나온다. 순수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행이 금리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올해는 투자 매력 부각

[Cover Story] 기업은행, 지난해 1.2조 안정적 순이익…고배당에 낮은 PER 매력
올해는 기업은행의 투자매력이 점차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기업은행의 경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약 6.5~7.0% 내외로 은행 평균 수준이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5배로 은행 평균 PBR(0.55배)을 크게 밑돌고 있어 가격 매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5.5배를 밑돌고 있어 7.5~10.0배에 거래되는 시중은행 대비 상당히 저평가돼 있기도 하다.

성장성도 올해 다른 은행 대비 크게 부각될 수 있다.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 정책으로 인해 당분간 중소기업 위주의 대출성장이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시설자금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른 시중은행 대비 높은 대출성장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배당 매력에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은행주 내 대표적인 고배당주다. 2016년 배당수익률은 약 4.0%로 은행 중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올해는 보유 중인 KT&G 주식 매각으로 대규모 유가증권 매각이익이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배당수익률이 현재보다 더욱 상향될 여지가 높다. 기업은행은 KT&G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할 경우 7500억원 내외의 매각이익을 인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KT&G 보유 지분율이 7%에 달해 올해 전량 매각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일부 매각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성 이익이지만 비이자이익 개선과 배당 확대에 적지 않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중소기업대출 부문의 연체 증가 및 여신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은 지난 수년 동안 순이자마진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감수하고서라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등급이 양호한 우량 채무자 위주로 대출을 증가시켜 왔다. 이 때문에 거래 기업들의 금리민감도가 우려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정욱 < 대신증권 기업리서치부장 chunguk.choi@daish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