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손발이 차가워 고민하는 수족냉증 환자가 늘어난다. 날씨가 추우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건 당연하지만 수족냉증 환자는 정상인이 추위를 느끼지 않는 온도에서도 손발에 심한 차가움이나 시림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추울수록 증상이 더 심해져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는 말초혈관 질환처럼 꼭 치료가 필요한 병으로 인해 수족냉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 질환은 심하면 피부가 괴사하거나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한다. 수족냉증 증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수족냉증의 원인과 치료법,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손발 찬 수족냉증…일상생활 힘들면 말초혈관질환 의심하세요
◆혈액순환 장애로 발생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심한 냉기를 느끼는 병이다.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흔하며 출산한 여성이나 40대 이상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위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반응해 혈관이 수축한다. 수족냉증 증상이 있는 사람은 교감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해 손과 발에 혈액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 때문에 손발이 차가워진다. 수족냉증이 있으면 손발 외에 무릎 아랫배 허리 등 여러 신체 부위에서도 냉기를 느낀다.

수족냉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수족냉증이 생기기 쉽다. 근육이 적으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근육은 체온을 높여주는 중요한 조직이다. 근육량이 늘면 혈액순환을 돕는 기초대사량이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체온도 올라간다. 근육이 적은 사람일수록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수족냉증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각종 말초혈관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팔다리의 말초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수족냉증이 나타난다. 심하면 말초신경이 손상돼 저림이나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말초혈관은 동맥경화 등으로 좁아질 수 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게 수족냉증과 손발 저림증이 함께 나타나면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젊은 남성에게 많은 버거병이 말초혈액순환 장애의 대표 질환이다. 말초혈관이 막혀 손발이 괴사하거나 심하면 절단해야 한다.

레이노 증후군이 있어도 수족냉증 증상이 나타난다. 찬곳에 노출되거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하얗거나 파랗게 또는 자주색으로 변한다.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말초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생긴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인구 10% 정도에서 발생하는 드물지 않은 증상이다. 박경석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상생활에 불편이 느껴질 정도로 손발이 찬 증상이 심하면 꼭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경장애, 호르몬 변화도 원인

혈액순환장애뿐 아니라 신경장애 때문에 수족냉증이 생기기도 한다. 말초신경병, 추간판탈출증(척추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등이 있으면 손발이 차가워진다. 말초신경병은 당뇨병 만성신부전 등의 합병증이나 약물 부작용으로 생긴다. 발끝부터 시작해 발목과 무릎까지 번지거나 손끝에서 시작해 팔꿈치 쪽으로 퍼져나간다.

호르몬 변화도 수족냉증의 원인이다. 갑자기 호르몬 흐름이 바뀌면 열이 몸 전체에 퍼지는 데 문제가 생긴다. 여성이 월경할 때는 혈액 소모가 늘고 평소보다 체온이 낮아져 수족냉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갑상샘 기능 저하나 일부 약물 부작용 때문에 수족냉증이 오기도 한다. 진통제 과다 복용도 마찬가지다. 진통제에는 체온조절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성분이 있다.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다. 혈압약과 아스피린에는 베타차단제가 들어있어 심장을 약하게 하고 열을 떨어뜨린다. 약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면 수족냉증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스트레스도 원인 중 하나다.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손과 발의 혈관을 수축시킨다. 만성적 스트레스가 있으면 손발이 차가워지고 수족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사람 중에는 평소 과민하고 매사에 긴장하는 등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이 많다. 김상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수족냉증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하기 쉽지만 저체온증이 지속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체온이 1도만 내려가도 면역력이 30% 떨어지기 때문에 수족냉증을 방치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수족냉증을 방치하면 동상 뇌졸중 치매 암 빈혈 위장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졸중과 치매는 몸의 온도가 떨어지고 뇌혈관이 수축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암과도 연관이 있다. 정상 체온(36.5도)보다 낮은 35도는 암세포가 증식하기에 가장 좋은 온도다.

◆생활 습관 교정 필요

수족냉증 증상이 있으면 인터넷상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민간요법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신경과나 류머티즘내과 등의 의료진에게 진료받아야 한다. 혈액검사, 말초신경장애를 확인하는 신경전도·근전도검사, 혈액순환검사 등을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생활습관 교정도 필요하다. 흡연, 음주, 정신적 스트레스는 수족냉증을 악화한다. 금연 금주하고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근력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유산소 운동도 필요하지만 체온을 직접 높이는 것은 근육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근력 운동을 하면 수족냉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반신욕도 추천한다. 반신욕은 전신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은 물론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물 온도는 38~40도가 좋다. 물 높이는 배꼽 아래 정도가 적당하다. 반신욕을 너무 오래 하면 땀이 많이 나고 빈혈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겨울에 외출할 때는 장갑과 보온양말을 착용해 손발을 보온해야 한다. 손발뿐 아니라 온몸의 온도를 높여야 한다. 두꺼운 옷 한 겹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보온 효과가 좋다. 꽉 끼는 옷은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주범이어서 피해야 한다. 실내는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일부 약제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은 전문의와 상담해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마늘, 계피, 인삼, 생강 등 체온을 높여주는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 된다. 차가운 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상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 박경석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