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트럼프노믹스, 중상주의의 부활
선거 유세 동안 도널드 트럼프가 주장한 파격적인 외교 및 경제정책들은 우려 속에서도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자체가 정책적인 면보다는 후보 개인의 사생활 및 비리에 초점이 맞춰진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후 그의 통상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예측으로 엇갈렸다. 첫째는 트럼프의 주장은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공약(空約)’이며 미국식 표현을 빌리면 ‘more bark than bite(사나운 입심)’로 중국을 비롯한 주요 통상파트너와의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위협용이라고 봤다. 둘째는 트럼프의 선거 당시 주장은 ‘진짜’ 공약(公約)이며 그의 유아독존적 성격에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관례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것이라는 견해다.

그런데 최근 취임하자마자 멕시코 장벽 설치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외교 분야에서 그의 행보를 보면 ‘설마’가 아니라 ‘진짜’에 가까운 것 같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할 예후는 지난해 말 그가 단행한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통상분야에서 세 명이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새로 설립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인 피터 나바로 교수다. 그는 학자보다는 경제논평가로 이름을 떨쳤는데 가장 최근에 저술한 책 제목이 《도약하기 위해 움츠린 호랑이: 중국의 군사주의는 세계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다. 반중국정책의 선두주자로 보호무역주의와 국가의 개입을 강변해왔다. 두 번째는 상무장관 내정자인 윌버 로스 전 로스차일드 회장을 들 수 있다. 구조조정 투자로 큰 수익을 얻은 ‘파산의 왕’이다. 그는 극단적인 국수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며 ‘합리적(pro-sensible) 무역’을 주장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의 입장에서 ‘합리성’을 재단한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마지막 인물은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임명된 로버트 라이시저다. 세 명 중 유일하게 공직 경험이 있는 인물이지만 레이건 행정부 시절 USTR 부대표로 일본에 보복관세나 반덤핑관세를 부과해 강경파로 이름을 떨쳤다.

일단 이들의 임명으로 인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바로와 로스가 공저한 《트럼프 경제계획의 성공》을 보면 이들이 펼칠 정책의 근간이 어느 정도 보인다. 그들은 미국이 세계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세계가 미국을 더 필요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런 이점을 무역이나 외교협정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무역협정을 전면적으로 재협상해 독소조항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부결하고 이로 인해 아시아권에서 미국의 위상이나 영향력이 축소되는 부수적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NAFTA나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이 불가피하며 심지어는 부가가치세 조항 면에서 미국에 불리한 세계무역기구(WTO) 탈퇴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이들의 첫 번째 타깃은 중국, 그다음이 멕시코이며, 세 번째 군(群)으로 일본, 한국, 대만 및 독일을 지목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자유무역’이 도래하기 전,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횡행했던 중상주의 정책이나 동아시아 국가들이 성장전략으로 채택했던 신중상주의의 재래를 보는 것 같다. 중상주의는 결국 수입, 수출 증진을 목표로 하는데 트럼프의 ‘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다각도로 외교 및 통상 채널을 최대한 동원해 압력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 기회에 서비스산업을 통해 내수 비중을 높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나 미국의 통상압력이나 싫든 좋든 이제 우리 경제는 서비스산업을 통한 내수활성화와 고용창출밖에 답이 없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시기다.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kcm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