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란에 '서울대 계란' 없어서 못 팔아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위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서울대가 바빠졌다. 서울대는 강원 평창캠퍼스에 ‘서울대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토종닭 혈통을 지키기 위해 AI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목장 한편에선 AI 여파로 계란 수익사업이 ‘대박’을 냈다. 계란값이 급등하면서 이곳에서 생산하는 고품질 ‘서울대 계란’이 완판 행진을 벌이고 있다.

19일 서울대에 따르면 평창캠퍼스 목장은 연구용 한우·젖소 250여마리와 닭 1만8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 중 토종닭 혈통인 원종계(原種鷄)만 3800마리에 이른다.

서울대 목장은 원래 경기 수원캠퍼스에 있었다. 평창에 자리잡은 것은 2014년부터다. 이곳에서 토종닭 혈통을 지킬 의무가 생긴 것은 당시 발생한 AI 참사 때문이다. 2014년 충남 천안에 있던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에서 AI가 발생해 귀하디 귀한 토종닭 5000마리를 도살 처분해야 했다. 이후 가금연구소는 철새 접촉이 덜해 AI 청정지로 꼽히는 평창군으로 전국에 흩어진 토종닭 혈통을 옮기기로 하고 서울대 친환경 계사에 모아뒀다.

"AI 대란에 '서울대 계란' 없어서 못 팔아요"
서울대 목장에서 사수하는 토종닭 원종계는 12품종에 이른다. 원종계란 상업적으로 닭을 양산하기 위해 종계 생산에 이용하는 순수 계통의 닭을 의미한다. 박경제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연구원은 “토종닭 고유 종자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AI의 목장 유입을 막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군은 서울대 목장의 원종계를 살처분하는 상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지난주 목장 인근 3㎞ 이내 닭·오리 등 가금류를 긴급 수매해 살처분하기도 했다.

이곳은 서울대 계란의 생산기지 역할도 맡고 있다. 매일 산란계 1만2000마리가 평균 9000알(300판)을 생산한다. 민간 축사보다 1.6배 넓은 사육 공간에서 온도와 청정도 등 닭의 생육환경을 최적화한 시설을 갖춰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이 계란은 2015년 11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판매 중인데 최근 AI 사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임정묵 서울대 목장장(농생대 교수)은 “중간 유통과정 없이 인터넷 직배송으로 평균 배송 기간이 2~3일에 불과해 일반 계란보다 신선도가 높다”며 “목장 한 해 예산의 60%가량을 계란 판매 수입으로 충당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목장은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스마트팜(smart farm)’을 구현하고 있다. 철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수한 한우·젖소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소·닭 중심의 1차 사업에 이어 돼지·곤충 등 사육 종류를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백신용 고급 무균란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2차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의료용 백신 제조에 쓰이는 무균란은 개당 판매가가 일반란의 10배인 3000원대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임 목장장은 “목장에서의 연구와 사업수익은 국내 축산업 발전을 위해 쓰일 것”이라며 “수익성과 공공성을 모두 잡는 대학의 수익모델을 목장에서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